[지금 바로 진보] 착한 김봉진과 나쁜 배달의민족, 더 나쁜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김봉진 의장이 사회에 5천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해서 큰 이슈가 됐다. 이런 일은 그동안 한국의 대기업 총수에게는 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오너가 울며 겨자 먹기로 사회에 기부 약속을 한 적은 있지만, 자발적으로 한 기업의 대표가 이런 거액을 기부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우리나라 배달업계를 이끄는 배달의민족 김봉진 의장의 기부를 두고, 언론은 과거 재벌가의 2~3세와 다른 자수성가 기업가의 새로운 롤모델로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자산을 사회의 기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놀라운 일이다. 필자도 이런 김봉진 의장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그는 3월 11일 한 번 더 선행을 베풀었다. 배달의민족 임직원과 라이더에게 1천억원의 주식과 격려금을 나눠준 것이다. 1천억 중 얼마나 플랫폼노동자인 라이더에게 분배됐는지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기업이 얻은 이익을 그 회사를 함께 키운 사람들에게 나눈 행위는 또 한 번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더기빙플레지'에 219째 기부자로 등록된 김봉진·설보미 부부ⓒ더기빙플레지

그러나 김봉진 의장이 선행을 베풀려고 했던 2021년 3월 11일 시기가 참 묘하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3월 11일 김봉진 의장이 선행을 사재를 털어 직원과 라이더에게 주식과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날, 배달의민족은 라이더들에게 ‘번쩍배달’(단건배달)로 인해 줄어든 수입 대책 보전 요구에 하나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봉진 의장은 앞에서 사재를 털어서 주식을 나눈 일에 대해 “회사 성장의 한 축이었던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향후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기 위해 더 긴밀히 협력하자는 의미”라고 했는데, 뒤에서 그 기업은 라이더들의 임금 손실을 무시했다. 직장인이 자기 임금의 20% 적어졌다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건당 임금을 받는 라이더들은 플랫폼노동이라는 특성상 노동시간을 2~3시간 늘려서 임금을 보전하고 있다.

음식을 주문해서 집에서 받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소비자 -> 배달의민족 앱 -> 자영업자 -> 라이더-> 소비자

배달의민족은 손님들에게 자영업자를 안내해주고, 라이더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수입을 벌어들인다. 그래서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착한 기업”을 강조한다. 수입의 원천이 고객이 앱을 찾는 비율에 따라 수수료를 내는 자영업자를 모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점 자영업자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라이더에게는 점점 적은 배달비를 책정한다. 그래서 김봉진 의장은 착한 기업인이고, 배달의민족은 나쁜 기업이 된다.

배달앱 시장은 겉에서 보기에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만 보이지만, 집에서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라이더의 노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들은 엄연히 배달의민족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플랫폼노동자’로 규정돼 있다. 산재보험도 라이더가 내고, 4대 보험은 꿈도 못 꾸는 처지다.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는 19일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소규모 집회를 열고 픽업 거리 할증 도입 등을 촉구했다.ⓒ서비스연맹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렇다면 배달의민족만 나쁜 기업일까? 최근 치타배달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쿠팡이츠’는 더 나쁜 기업이다. 쿠팡이츠는 3천원이었던 기본 배달료를 2천500원으로 낮춰서 라이더들의 분노를 샀다. 2천500원이 어느 정도 돈이냐면 1만 원을 벌기 위해서 픽배픽배픽배픽배(음식점에서 고객에게 가져다주는 말을 픽업->배차라고 해서 픽배라고 한다. )를 4번이나 해야 한다. 라이더들은 시간당 단가를 높이고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쿠팡이츠는 유상보험 없이 배달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라이더가 쿠팡이츠 음식을 배달하는데 하나도 규제가 없는 것이다. 무보험 허용, 단가 최소 2천500원 정책으로 기존 음식배달 라이더의 최소룰을 망가뜨리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선도 기업으로 지금의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데, 쿠팡이츠를 따라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 그래서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더 힘들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지 않았다면 기업들은 더 낮은 임금 주는 경쟁을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정부가 음식 플랫폼 기업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플랫폼 기업들은 라이더들에게는 낮은 배달료, 자영업자들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강요하고 있다. 배달주문 앱들이 나쁜 배달의민족, 더 나쁜 쿠팡이츠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 우선 라이더를 기존의 플랫폼노동자로 새로운 규정을 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법의 적용을 받게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존 노동법의 대상 범위를 늘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전국민고용보험은 자영업자까지 그 대상으로 한다. 기존 고용보험의 범위를 넓혀서 더 많은 사각지대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플랫폼노동자인 배달노동자에게까지 적용하고 다른 노동법의 적용 범위도 넓혀서 플랫폼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더불어 택시, 택배, 화물처럼 최소한 유상종합보험을 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로를 달리는 유상배달 중에서 음식배달은 보험을 들지 않고 영업할 수 있다. 택시, 택배, 화물과 비교해서 도로 위에서 이동 거리, 속도 등은 음식배달 오토바이가 가장 위험하다. 정부는 최근 오토바이 사고를 줄이겠다며 도로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종합보험을 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는다. 이는 오토바이 라이더들의 교통사고를 막았다는 생색은 내고, 책임은 지고 싶지 않다고 느껴진다. 하루빨리 도로 위를 달리는 배달 대행 라이더에게 유상종합보험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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