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패한 과거로 되돌아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이달 들어 한미일 3국의 안보실장 협의가 이루어지는 등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곧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은 2일 워싱턴DC 인근에서 대면 회의를 갖고 “공동의 안보 목표를 보호하고 진전시키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의 후 나온 성명에서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우려”위에서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완전한 이행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훈 실장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외교적 표현의 모호성을 걷어내고 나면 이렇다할 새로운 접근법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동맹의 헌신’이라는 수사를 앞세웠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이다. 이것은 과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크게 다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 접근’을 배제하는 것이다. 역사적인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미협상 조기재개와 한반도 종전선언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조율된 전략의 마련,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적 기능”을 강조했다는 서 실장의 설명이 그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는 기색은 전혀 없다. 최근의 대북 접근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 역시 실무 차원의 협상은 배제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접근에 북한이 전혀 관심이 없음도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가면 싱가포르 이전의 북미관계만 남는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을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대해 이에 맞서는 국면이다. 미국이 대중 견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갈등이 전반적 신냉전으로 확대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사회의 정권교체는 새로운 정책의 도입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대결을 가속화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냈다. 이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반중 정책은 이어받고 대북 정책까지 대중 정책의 하위 변수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부정적 유산을 강화하면서 긍정적 가능성은 무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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