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4.3’ 뒤에 남겨진 과제

지난 3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기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서욱 국방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동반 참석했다. 국방부 장관과 치안총수인 경찰청장이 이 추념식에 함께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경찰청은 김 청장이 참석한 의미에 대해 제주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지난 잘못을 경찰이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걸 천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시 국가폭력의 실질적 가해 주체가 제주를 찾아 억울한 원혼 앞에 머리를 조아린 것은 늦게나마 환영받을 일이다.

이날 추념식이 유달랐던 건 제주4.3특별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맞는 것이란 점도 작용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개정되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주4.3특별법은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당시 군법회의로 수형인이 되었던 2530명이 재심을 통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3일 열린 추념식에 참석해 이 법이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며 특별법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국가폭력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그 원혼의 명복을 빌며 추가 유해 발굴과 명예회복을 지속할 수 있다는 건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주4.3의 아픔이 오롯이 치유되고 사회적 과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4월 3일이 지났지만 우리는 이 가슴 아픈 희생을 발판으로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제주4.3과 여순항쟁을 겪으면서 1948년 제정되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제주4.3을 계기로 국군조직을 정비하고 일제 강점기 때의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답습한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제주와 여수·순천에서 우리 국민을 총칼로 짓이긴 정권이 이후 더욱 강력한 감시체제를 도입해 국민의 머릿속까지 검열하고 자칫 의심스러운 행위를 보이는 자에겐 반정부 이적행위자라는 딱지를 붙여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이 국가보안법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국가보안법 역시 제주4.3의 아픈 유산이며 사회적으로 청산해야할 대상인 셈이다.

알다시피 국가보안법 체제 아래서 우리 국민은 대량학살로 묻히고, 간첩으로 몰려 죽었으며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한 희생양이 되는 등 무수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악법 중의 악법이라는 이 국가보안법의 폐지야말로 민주주의의 시금석이라는 오랜 명제를 이 자리서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문제는 한 치도 나아간 게 없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 간 이 법으로 입건돼 수사 받은 사람만 583명에 달한다. 근래도 국가정보원의 프락치 사건 등의 굵직한 공안사건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었다는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는 5월부터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전면적으로 들고 나온다고 한다. 이미 국회에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하자는 법안이 올라와 있으나 언제 처리될지 감감무소식인 상황에서다. 따라서 또 한 번의 제주4.3이 지나고 있는 오늘, 너도나도 과거의 잘못된 역사와 결별하자고 말하는 이때 제주4.3 이후의 과제인 국가보안법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자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라고 본다. 4.7보궐선거가 끝나면 국회에서 이를 진지하게 다루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민중의소리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