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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신세에서 필수노동자로②] 필수노동자라지만, 노동자도 되지 못하는 이들

■취재 최지현·남소연·이승훈, 사진 김철수, 일러스트레이션 신지현

코로나19 이후 재난상황에서도 노동을 멈출 수 없는, 멈춰서는 안 되는 필수노동자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부각됐습니다. 필수노동자의 개념부터 필수노동자의 현실, 지원과 보호를 위한 우리 국회와 정부 및 지자체의 노력,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필수노동자 관련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의 의견까지 소개해드립니다.

① 마스크 쓰고 필수업무하는 노동자의 재발견
② 필수노동자라지만, 노동자도 되지 못하는 이들
③ 정부도, 지자체도, 국회도 팔 걷어붙였지만…갈 길은 멀다
④ 이승윤 교수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 존중해야 ‘진짜 노동존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워 모두가 떠난 스페인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진 채 방치된 노인들이 발견됐다는 해외소식이 전해질 무렵, 국내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간병노동자가 감염되어 사망한 일이었다. 자신도 당뇨병을 앓고 있던 77세의 여성이었다.

정신병동에 있던 환자에게서 폐렴증상이 나타나 일반병실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병원은 늘 하던 대로 급히 그를 불렀다. 간병노동자는 환자를 엿새간 돌봤다. 2월 21일 그가 돌보던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부산대병원으로 긴급하게 후송되다가 숨진 뒤에서야, 그도 검사를 받았다. 양성 판정을 받은 그는 20여 일 치료를 받다가 3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급은 4200원이었다.

스페인 대도시의 한 양로원에서 코로나 19로 사망한 시신이 외부로 운반되도록 단단히 자루 안에 수습되고 결박된 가운데 몇 걸음 안 떨어져 한 사람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바르셀로나=AP/뉴시스

이후에도 간병노동자 확진 사례는 반복해서 나왔다. 칠곡경북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 …

하지만 ‘코로나19 확진 의료인력’ 통계에서 빠지면서, 이들의 감염사례는 따로 집계되지 않았다. 간혹 사례가 알려지더라도, 이들의 희생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워 환자를 버리고 도망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었지만, 병원 직원도 아닌 간병노동자가 끝까지 환자 옆을 지킨 일에 우리 사회는 무덤덤했다. 그보단 간병노동자 중 중국인은 없는지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간병노동자를 구하는 구인광고는 끊임없이 올라왔다.

“할아버지 간병해주실 분 찾습니다.” (인천 서구)“따뜻하고 온화하게 간병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경기 성남)
“거동이 안 되는 파킨슨환자 상주 간병인 모십니다.” (인천 연수구)
“오늘 하루 부탁드립니다.” (전북 전주)
“여자 어르신을 케어해주실 선생님을 찾습니다.” (서울 서대문)
“석션 가능하신 간병인을 찾습니다.” (부산 강서구)

감염병으로 사람이 죽고 사회가 멈춰도, 누군가에게 간병은 없어서는 안 될 노동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이런 노동을 ‘필수노동’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필수노동자라는 호칭 외에 이들의 사회적 처우는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별로 없었다.

이들은 필수노동자라고 불리지만 정작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최소한의 노동환경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22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일반병실 환자들이 자가 격리를 위해 가족을 만나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0.2.22.ⓒ뉴스1

17년 간병노동자의 바람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어요.”

이는 지난 3월 29일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문명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간병분회장이 1시간가량 되는 인터뷰 중 반복해서 한 말이다. 17년 넘게 간병노동자로 살아온 그가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건 소박하게도 ‘노동자로 인정받는 일’이었다. “간병노동자 노조는 2003년부터인가 2004년부터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수없이 요구했어요. 노동자성 인정해 달라고. 그런데 허용이 안 돼요.”

환자의 필요에 따라 인력소개소를 통해 소개받는 형태로 일하는 간병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받는 ‘노동자’가 아니다. 개인사업자처럼 취급되고 있다. 그래서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 등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주 144시간(매일 24시간 주 6일) 일하면서 임금은 고작 일당 9~10만원(시간당 4000원 수준) 받는 상황인 이유다. 고용보험·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지난해 말 정부가 필수노동자를 위한 각종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용보험·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넓혔지만, 문 분회장은 혜택을 받았다는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한 게, 보통 환자가족에게 현금 형태로 지급받는 간병노동자의 소득을 애써 증명해주는 인력소개소는 없다시피 했다.

일은 더욱 힘들어졌다.

환자 옆에서 쪽잠을 잘 때도 마스크를 껴야만 했고, 담당하는 환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72시간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으면 다시 고통스러운 검사를 받아야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많게는 한 달에 5번의 검사를 받는 간병노동자도 있었다.

의무는 늘고, 보장받아야 하는 일에서는 배제됐다.

노조가 요구하니 뒤늦게 간병노동자를 대상으로 어떻게든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서울대병원이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노동자는 우선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마스크가 부족해 병원 직원들에게 우선 지급될 때도 간병노동자는 제외됐던 터라 문 분회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침 7시부터 매일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그런 걸 다 해요. 머리가 길면 우리가 잘라주기도 하고요. 와상 환자들은 새벽에도 자세를 2시간에 한 번씩 바꿔줘야 해요. 의료행위를 못 하게 하지만, 간병노동자들이 석션(환자가 호흡할 수 있도록 피, 타액, 구토 등 분비물을 제거하는 일)도 해요. 그때그때 대소변, 식사, 약도 우리가 해요. 환자 상태를 의사·간호사에게 전달도 해야 하고요. … 그러면 실질적으로 간병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접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문 분회장은 이 모든 문제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데’서 온다고 말했다. “간병은 인정을 안 해요. 그래서 고용보험·산재보험도 못 들고, 환자 돌보다 감염되는 경우도 많은데 아프면 일을 그만둬야 하고, 일은 더 험하게 하고…”

간병노동자 일러스트ⓒ일러스트 신지현


잇따른 집단감염...“닭장” 같다 절망한 상담사
과로사 택배기사의 문자 “집 가면 새벽 5시”
코로나 핑계로 임금 갈취당한 어린이집 교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용형태 및 처우 문제가 극심하게 나타난 건 간병노동만이 아니다. 환풍도 안 되는 사무실에서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하다 집단감염에 걸린 콜센터 상담노동자도 대표적이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은 주로 IMF 이후 위탁·외주화하면서 지금의 고용형태가 됐다. A회사의 상품 및 서비스 등을 안내하면서 소속은 위탁업체 B로, 임금도 B로부터 받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처우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담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임금인상이라도 요구하면, 위탁업체를 교체하는 형태로 집단해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원청 직원도 아니고 여차하면 회사를 바꾸면 그만이기에 실적압박도 쉽다. 위탁업체 입장에서는 상담노동자에게 실적압박을 할 수밖에 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셈이다.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못 먹는 환경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런 구조에서, 상담노동자들은 코로나로 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3월 서울 구로구 한 콜센터에서 최대 규모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상담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콜센터 사무실을 ‘닭장’에 비유했다.

“콜센터는 닭장이다. 저질스러운 표현이지만 맞는 표현 같다. 창문도 없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간다. 대부분의 콜센터는 이처럼 건강할 수 없는 환경이다” - 2020년 3월 11일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기자회견에서

택배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도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코로나로 직접 물건을 사러 나가지 못하니, 배송물량이 늘었다. 택배 기업들은 불황 속 호황을 맞이하며 웃음 지었지만, 택배노동자들은 늘어난 물량 때문에 과로에 시달렸다. 새벽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까지 뛰어다닌 뒤에도 곧바로 출근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 저 16번지 안 받으면 안 될까요. 오늘 420(개) 들고나와서 지금(새벽 4시28분) 하월곡 램프 타고 집에 가고 있습니다. 오늘 280개 들고 배밭골 9시에 들어와서 다 처치도 못 하고 가고 있어요. 중간에 끊고 가려고 해도 오늘 보셨겠지만 재운 것도 많고 거의 큰 짐에,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일한다는 게. 저 집에 가면 (새벽) 5시(에요.)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정리 해야 해요. 어제도 집에 도착 (새벽) 2시 … (생략)” - 지난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진택배 노동자가 대리점 소장에게 남긴 메시지

ⓒ일러스트 신지현

이 같은 상황에 몰려도 택배노동자는 속수무책이었다. 택배노동자 또한 간병노동자처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1년 내내 택배 과로사는 반복됐다. 심지어 반복되는 과로사를 막기 위해 정부와 택배업계가 정한 ‘택배 없는 날’에도 과로사는 발생했다.

지난해 3~4월 코로나19 유행으로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어린이집에서는 ‘페이백’이 기승을 부렸다.

부모 대상으로 한 민간어린이집 보육료 전액 지원 및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등의 내용에서 달라진 게 없고, 코로나19를 이유로 일부 퇴소가 발생한 어린이집의 경우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음에도, 어린이집 원장들이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보육교사들에게 “월급의 일부를 현금으로 뽑아 달라” 한 것이다. 일종의 임금 갈취였다.

간병, 택배, 상담, 보육 외에도 수많은 필수노동자가 극단적인 상황을 겪었다. 택배노동자처럼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도 코로나 이후 엄청난 양의 배송물량에 견뎌내야만 했고, 단기간 근로계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시설요양보호노동자들은 해고(계약연장 중단)당하지 않기 위해 부당한 일도 참아가면서 일을 해야 했다. 지자체 보건의료공무직들은 공무원과 똑같이 감염위험 속에서 일하는데도 공무원이 받는 위험수당·재난수당을 받지 못했으며, 비대면 노동이 불가능한 장애인활동지원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이용자의 서비스 중단에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실업상태에 놓였다.

분류한 짐을 싣고 있는 택배노동자ⓒ민중의소리

필수노동자 대책 쏟아졌지만…
심드렁한 노동자들 “허울뿐”

물론, 이들 필수노동자 사례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정부가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중심으로 결성된 노조가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이후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정부가 콜센터 집단감염 방지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단감염 사례가 줄었다. 비교적 이전보다 노동에 우호적인 정권으로 교체되고 공공기관 중심으로 상담노동자 노조가 결성되면서 대책 마련 요구가 빠르게 나온 덕분에, 너무 늦지 않게 집단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책도 나올 수 있었다.

최근, 정부여당·택배업계·택배노조·소비자단체의 사회적 합의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도 줄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논의해온 사회적 합의기구’는 올해 초 택배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분류작업에 별도 전담인력을 고용해서 배치하고, 오후 9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많은 택배노동자들이 해고를 무릅쓰고 끈질기게 노조를 결성해, 택배노동자들의 과로 문제를 쟁점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린이집 페이백 사례 또한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에서 조합원들에게서 제보를 받고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조사 결과, ‘페이백’은 고용이 불안정한 보육교사들을 상대로 많은 어린이집에서 공공연하게 벌이던 고질적인 악습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사례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상담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없었던 외주화 고용구조는 강력한 투쟁 없이는 개선되는 일이 별로 없고, 택배노동자와 보육교사도 걸핏하면 해고 또는 계약해지 위협에 시달렸다. 코로나 상황이 해결된 뒤에도 언제든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대책을 쏟아내도, 막상 노동자들이 “허울뿐인 지원 대책”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올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병원·돌봄노동자에 대한 백신접종 확대 및 백신휴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3.25.ⓒ뉴스1

“그나마 노조가 싸워주니 마스크 지급”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바뀌는 현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부각된 필수노동자 문제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항상 내재됐거나 거론됐던 내용이었다. 대부분 고용형태, 산업구조 등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문제가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극심하게 나타난 경우였다.

그나마 노동자들 스스로가 사회에 목소리를 내면서 알려질 수 있었다. 과로사를 막기 위한 택배노조의 총파업처럼 요구가 빗발친 일부 사례는 대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노동자가 가만히 있는데, 사회가 알아서 대책을 마련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노조가 대책을 촉구해야만, 정부와 업계가 대책을 마련하고 이행 및 점검이 이루어졌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필수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당사자들의 목소리 덕분이었다.

지난해 마스크 품귀 상황에서 병원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했던 간병노동자들의 상황도, 서울대병원 정규직노조가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준 덕분에 바뀔 수 있었다. 간병노동자 문제를 연구한 장보현 전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연구실장은 노조와 함께 권리를 주장해서 대책 마련을 강제케 하는 것 외에 사회가 얼마나 알아서 움직여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있는 곳에서 모델을 만들어서 전파시키는 방법 말고는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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