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LO협약 비준과 충돌하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

정부는 지난달 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9일 개정된 노조법의 하위 법령으로, ILO협약 비준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보기엔 함량미달이다. 국제 노동기준과 결사의 자유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국회동의를 거쳐 비준된 국제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나아가 신법, 특별법 우선원칙에 따라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비준한 ILO 협약은 노조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의미다. 이에 미치지 못하는 국내법과 시행령은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을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입법예고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여전히 ILO협약과 충돌한다. ILO 87호 협약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자신의 활동을 완전히 자유롭게 조직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행정관청이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반려하거나 활동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낳았던 노조법 9조 2항의 ‘노조 아님 통보’를 삭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개정안은 또 해고자, 실업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했다. 노동자를 ‘종사 근로자’와 ‘비종사 근로자’로 나누고 해고자나 실업자를 의미하는 ‘비종사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임원이나 대의원을 맡을 수 없도록 했다. ILO는 해고자, 실업자의 조합활동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개정된 노조법은 여전히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는 무효로 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 역시 조합원을 ‘종사 근로자인 조합원’으로만 바꿨을 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ILO협약에 부합하지 않는다. ILO는 일관되게 전임자 급여지급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할 사항이지, 국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확인해 왔다.

국회에서 ILO협약을 비준한 만큼 이제 노동현장의 기준은 ILO협약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노조법이나 그 시행령은 모두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ILO의 원칙이란 특별할 것이 없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하는 건 노동자가 결정할 일이라는 선언이다. 국가권력이 나서서 이를 불법이니 아니니 규제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작년 말 개정된 노조법이나 이번에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모두 시대를 거슬러 가는 무의미한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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