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악’을 두고 겨룬 4·7 재보궐선거가 남긴 것

4·7 재보궐선거의 모든 선거운동이 끝나고 투표일이 다가왔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치러진 이번 재보궐선거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의 구태의연한 비방과 정쟁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도 주권자인 국민의 결정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촛불혁명의 계승자’를 자임한 정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실망스런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민심이 어디로 가 있는지조차 읽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성찰과 반성 대신 자신들의 열성 지지자만 바라보는 정치에 몰두했다. 심지어 수구세력의 재등장에 대한 우려를 볼모 삼아 국민을 향해 윽박지르는 듯한 행태까지 보였다.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드러난 ‘심판’ 여론은 단지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만이 아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변변한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국민의 냉엄한 평가다. ‘이번 국면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정권 심판은 대선 국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집권세력의 대안이 될 만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왜 자신들이 당선돼야 하는지 보여주지 못한 채 반사이익에 기대기만 했다. 야당다운 진취적인 대안 대신,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 완화 주장만 되풀이 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를 대변하는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심지어 용산참사가 철거민들의 ‘폭력적 저항’ 때문이란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후보들의 거짓말이나 심각한 도덕적 하자를 둘러싼 의혹마저 나왔다. 집권세력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별도로, 이들의 당선이 퇴행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긴 했어도, 성찰과 쇄신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과거와 단절하지 못한 채 여전히 기득권 옹호에 머무르면서,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구 기득권’과 ‘신 기득권’이 차악의 자리를 두고 겨루는 선거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절망과 분노를 그나마 달랜 것은 진보정당 후보들이었다. 비록 이들이 거대 양당이 벌이는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지만, 노동이나 여성 문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참신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11년 전 등장했던 거대 양당의 정치인들이 구태의연한 공방을 벌이느라 하지 않는 일을 진보정당의 새로운 세대들이 한 것이다. 득표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선거를 빛낸 것은 이들 진보정당 후보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차악이 아닌 최선의 정치적 선택지를 만드는 데 진보정당이 앞으로도 의미있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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