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이대로는 코로나19 4차 유행 버티기 어렵다”

“정부는 임기응변식 대응만...의료인력 부족 하나도 나아진 것 없어”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이 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4.05ⓒ김철수 기자

7일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두번째 '세계보건의 날'을 맞았다. 지난해 1월 첫 국내 환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1년여 지났지만, 그동안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의료인력 부족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지난해와 그대로인 상황이다.

이에 의료현장에서는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4차 유행'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의료노조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간호사)은 '세계보건의 날'을 앞둔 5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의료인력 수준이 똑같은 상황에서 또 대유행이 올 거라는 예상이 나오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1월 22일부터 두번째 국내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안 지부장은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고질적인 인력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초 대구·경북 대유행 당시 경북 청도대남병원 폐쇄정신병동 환자들이 이곳으로 이송돼 간호사 1명이 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환자들을 진정시킬 보안요원도 없이 간호사 혼자 거친 환자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보호복이 찢기는 등 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안 지부장은 "폐쇄병동에 있던 정신 질환 환자가 간호사의 방호복과 마스크를 벗기고 힘으로 바닥을 눌러버리는 일도 있었는데 그때 찍힌 CC(폐쇄회로)TV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면서 "방호복을 입고 병실에 들어갈 보안인력도 없어서 그때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에서 이송된 치매 환자들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면서 "간호사들이 손목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가를 가기도 한다. 이런 상황으로 1년 넘게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의료인력이 늘어나지 않아 부족한 인력을 급한 곳에 파견 보내는 임기응변식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 지부장은 "의료진이 오늘은 일반병동에 갔다가, 내일은 코로나병동에 가는 식으로 근무지를 예측할 수 없는 스케줄을 보내고 있다"면서 "근무지도 명확하지 않아서 선별진료소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그쪽으로 가고, 백신 접종도 중간급 이상으로 노하우 있는 간호사들이 뽑혀가고 있는 상황이라 현장 분위기는 많이 탈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1년은 희생과 헌신으로 버텼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근무환경에 사표도 잇따르고 있다.

안 지부장은 "원래 간호사가 코로나 전에도 이·사직률이 20~30%일 정도로 높은 직종이었는데, 지금은 신입으로 들어와서 코로나19 중환자실에 배치되자마자 그만두겠다는 경우도 있다"면서 "동료들끼리도 같이 모여 고민하고 다독이는데도 사직자가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안 지부장은 이 같은 의료인력 부족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음에 올지도 모르는 대유행을 버티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코로나19 전담 병원들의 분위기는 폭풍전야 같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 인력으로는 또 유행을 겪으면 작년과 같은 일을 겪는 건데, 두 번은 힘들다는 여론"이라고 말했다.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이 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4.05ⓒ김철수 기자

"메르스 이후 세운 감염병 대응 계획 흐지부지...반복돼선 안 돼"

안 지부장은 이렇게 1년을 버티는 동안에도 정부가 의료인력 확충 등에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우왕좌왕하면서도 지금까지 의료진 감염도 없이 잘할 수 있다고 의욕적으로 해왔는데 지금은 정부에 실망했다"면서 "1년 동안 의료인력 부족, 공공의료 부족으로 인한 사례를 수차례 겪으면서 정부는 주도적으로 뭘 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가 '덕분에' 캠페인도 벌였지만 의료진을 정말 존중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부족 현상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제기돼 온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에 정부도 지난 2018년 '공공의료강화 종합대책', 2019년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지역의료대책' 등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개선점은 없다.

2020년에도 정부는 공공의대 설치 등 의사정원 확대를 추진했으나,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발에 막혀 지금은 의정협의체에서 발이 묶인 상태다.

정부의 말뿐인 대책에 결국 의료현장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올해 2월 보건의료노조가 전담병원 정원 확대와 인력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안 지부장은 "'올해도 우리가 이렇게 살 순 없다'는 분위기였다"면서 "의료체계 삐뚤어진 부분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자고 해서 시작한 것"이라고 농성을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원 확대, 인력기준 마련, 형평성 있는 지원체계 마련,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1.02.02ⓒ김철수 기자

보건의료노조의 농성은 지난달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에 전담병원에 대한 수가 추가 지원을 반영하면서 종료했지만, 의료인력 부족 등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더구나 의료진들의 헌신에 대한 보상을 수가로 지급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의료수가는 병원에 지급되는 예산인 만큼 의료인력에 대한 수당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 지부장은 "전담병원 인력에 대한 수가를 지원받기로 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며 "수가가 어떻게 지급되는지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정부가 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대응책으로 운영하고 있는 파견인력으로는 형평성 문제와 인력 문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고 안 지부장은 지적했다.

앞서 의료현장에서는 기존 전담병원에 있던 의료인력보다 파견인력이 수당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알려지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또 파견기간이 2주 정도로 짧게 운영돼 인력부족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지부장은 "파견인력은 긴박한 상황에 쓰는 거지 장기간 운영할 건 아니다. 앞으로도 파견인력으로 대응한다면 정부가 우매한 것"이라며 "지금 코로나19 중환자를 볼 간호사가 없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간호사는 1년 내에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파견인력은 중환자실에 경력 없는 간호사 받아서 머릿수 채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머릿수를 채웠으나 지원해줬다는 거다"라며 "정말 절실히 필요한 곳에는 인력을 미리 양성해서 올해에 그 인력을 활용돼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안 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 지부장은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이 의료 영리에 편승한 정부의 시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은 비영리기관인데도 영리를 추구한다"며 "영리화를 추구하다 보니 임금이 높은 의사나 간호사를 적은 인력으로 쥐어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정부도 부합하는 거 같다. '전국민건강보험 제도로 정부는 할 만큼 했다', '공공의료기관은 취약계층이나 봐라' 그런 태도 같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가 국립대병원의 인력충원 요청을 대부분 들어주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각 국립대병원이 지난해 4월부터 충원을 요청한 인력은 937명이었지만 기재부는 이중 128명만 승인했다. 인력이 부족해 많은 수당을 주며 파견인력을 운영하면서도 정작 병원의 인력확대는 퇴짜를 놓고 있는 이중적인 행태다.

안 지부장은 의료인력 부족 등 의료현장에 나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공공의료 필요성에 공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적인 여론은 코로나19를 1년간 겪으면서 '이래서 공공병원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면서 "이 같은 국민여론의 공공병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과대학 등 의사증원 확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면서 "의사 정원은 정부가 관리하는 데 현장에선 의사가 부족해 대형병원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이 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4.05ⓒ김철수 기자

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 공공병원 확대 예산 확보 △ 의사 인력 증원 방안 마련 △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 지원방안 마련 △ 백신휴가 보장과 상병수당 도입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안 지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의료현장의 문제를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감염병 전문 병원 지정 등 감염병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으나 메르스 사태가 2개월여 만에 종식되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감염병 전문 병원도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단 2곳을 지정하는 데 그쳤다.

안 지부장은 "메르스 때도 감염병 전문 병원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니 '메르스는 끝났는데 막대한 돈을 들여서 해야 하나'라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때 당시에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중앙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면 최소한 중환자가 집에서 대기하다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재발 코로나19가 끝나게 되면 메르스 때처럼 안일하게 대처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면서 "의료체계를 개선하고 인력을 키우는 건 1~2년 안에 되는 게 아니다. 이런 문제는 정권에 상관없이 반드시 고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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