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달프’ 이언 매켈런, 우매함으로 파멸에 이르는 인간 표현... ‘리어왕’ NT live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서 열연한 80대 이언 매켈런

국립극장 NT live '리어왕'ⓒJohan Persson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일 668명을 기록하며 1월 이후 다시 최다치를 기록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기 어려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배우가 만날 수 있는 관객 수 역시 객석 간 거리두기로 인해 확 줄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를 연기한 배우 이언 매켈런(Ian McKellen)은 관객의 초롱초롱한 눈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 또 그는 객석과 더욱 가까워지길 원했다. 자신이 입은 의상의 단추까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의 얼굴은 진짜 관객을 만날 생각에 신이나 보였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상영된 NT live '리어왕' 제작 영상 속 이언 매켈런의 모습이었다. 더 가깝게 관객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이안 매켈런의 모습은 코로나19로 면대면 만남이 적어진 우리에게 어떤 뭉클함을 던졌다. 코로나19에 지친 한국 관객을 위로해 주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번 국립극장 NT Live로 선보인 '리어왕'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8년 런던 듀크 오브 요크 극장에서 재공연한 버전이긴 하지만 말이다.

대면 공연의 뜨거움을 스크린이 뚫기는 어렵지만, 이번 NT live '리어왕'은 그 장애를 많이 넘어섰다. 이언 매켈런의 바람이 적용된 것인지, 연출가의 해석이 적용된 것인지, 무대와 객석은 굉장히 가깝게 연출됐다. 스크린으로 봤을 땐 거의 무대의 면과 면들을 관객들이 감싸고 있었다. 배우와 관객의 호흡이 스크린 너머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국립극장 NT live '리어왕'ⓒJohan Persson

무대가 시작되면 나이가 들어 왕위를 세 자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리어왕의 모습이 보인다. 이언 매켈런의 모습이다. 극 중 리어왕과 이언 매켈런의 나이가 여든 살로 같았다고 한다. 이언 매켈런이 표현하는 '리어왕'은 고집스럽고, 화도 잘 내고, 광대의 유머를 좋아하는 인간 '리어'였다. '왕'을 떼어낸 그냥 인간의 모습이었다.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딸들에게 확인을 받고 싶어하는 리어왕은 가장 달콤하게 말하는 첫째·둘째 딸에게 땅을 물려준다. 달콤한 말보다 자식으로서 도리와 책임을 강조한 막내딸은 리어에게 내침을 당한다. 말이 달콤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고집스럽고 우매한 리어의 행동이 이어진다.

작품은 가치 있는 진실을 거부하고, 우매함과 악수하는 작은 인간 리어의 모습을 성실히 담아낸다. 우매함과 고집에 결국 잠식당한 리어를 이언 매켈런은 소름 돋게 표현해 낸다. 맥켈런은 '왕'이라는 휘장을 조금씩 벗겨내며, 운명 앞에 허약하게 선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저주를 퍼붓는 리어의 모습은 파리하다. 동시에 장관이다.

리어왕은 첫째 딸과 둘째 딸의 말은 허울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에 그는 셋째 딸의 행동과 말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인 리어가 '아름답지만 무거운' 셋째 딸을 무대로 끌고 나오는 장면은, 어렵사리 찾아낸 진실을 끌고 나오는 모습과도 같다.

'셰익스피어 전문 연출가'로 통하는 조너선 먼비(Jonathan Munby)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3월 31일, 4월 1일~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상영됐다. 오는 5월 1일과 2일에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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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운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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