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 실망과 분노에 쇄신과 개혁으로 응답해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개표 결과로 보나 선거운동 기간의 여론조사로 보나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민심은 확고했다. 정치는 민심의 바다에 떠가는 배다. 정부여당은 총선 압승 1년 만에 분노와 실망으로 돌아선 민심 앞에 겸허하게 반성하고 진지하게 새출발을 모색해야 한다. 적당히 해도 대선은 이긴다는 안일함은 더 큰 심판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 가장 큰 두 도시의 시장이 성비위에 연루돼 초래된 보궐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해야 했으나 당헌을 개정해 출마했다. 정당의 내규인 당헌은 당원들의 합의로 바꿀 수 있고, 정치적 국면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는 것을 뭐라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입장 변경인지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에게 충실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야 했다. 여기서부터 민주당은 부족하고 안일했다.

선거 직전 터진 LH 사태는 분노의 촉발점이었다. 정부의 약속과 달리 폭등을 거듭한 부동산 가격은 대다수 서민과 젊은이들에게 좌절을 안겨주고 불신을 자아냈다. 이 좌절과 불신이 화약고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대다수가 건물주이고 임대인인 현실은 좌절한 이들에게 괴리감을 안겨주기 충분했고, 정부여당의 부동산 안정 약속을 믿기 어렵게 했다. 이번 선거는 물론 지난해 총선에서도 당의 주요 인사들이 보유세 인하 등을 언급하며 부동산 정책에 혼선을 초래한 것도 정부여당을 신뢰하지 못하게 했다.

정부여당은 권력기관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그 효능감은 낮았다. 정작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재난지원금,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주요 사회경제적 이슈에서 머뭇거리고 후퇴했다. 개혁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고, 의미를 알 수 없고 국민도 동의한 바 없는 K뉴딜이 국정의 중심이 됐다. 진보개혁 성향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실망하고 떠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대 후보의 부족함을 비판하는 캠페인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골이 생긴 것이다.

국민의힘은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오죽 인물이 없으면 대통령이 감옥에 간 이명박 정부의 핵심 멤버들을 간판으로 내세웠겠는가. 후보들이 받고 있는 의혹이 엄중하고 그 해명이 모자라도 여론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역설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100명이 넘지만 당 밖의 정치 무경험자를 대선 후보로 모셔오기 위해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불이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빛을 보고 아침이 왔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1년 뒤면 대선이다. 촛불과 개혁이 밀려나고 남은 것은 정치적 무력감과 허탈함이다. 이제 공동체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이를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몫이 모든 정치세력에게 과제로 남겨졌다. 여야의 쇄신과 함께 진보정당의 분발을 촉구하고 기대한다. 이번 선거 결과가 일시적 반동일지 긴 터널의 시작일지는 정치주체들의 혁신에 달려있다. 역사의 가장 큰 교훈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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