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탈퇴하면 2천만원” 은밀히 해고 청소노동자들 회유한 LG

지수아이앤씨 명의로 입금된 2,000만원ⓒ공공운수노조 제공

100일 넘게 LG트윈타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에게 LG측이 금품을 미끼로 노동조합에서 탈퇴할 것을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는 파업 114일째인 8일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에서 원청인 에스앤아이(S&I코퍼레이션)가 공문으로 교섭을 요청하는 동안, 용역업체인 '고모들 회사' 지수아이앤씨(I&C)는 뒤에서 돈다발을 흔들며 조합원들을 회유해 왔다"고 밝혔다.

에스앤아이는 트윈타워 시설관리업체를 맡고 있는 LG의 자회사로서 트윈타워 관리를 지수아이앤씨에 맡겨왔다.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소속된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회장의 두 고모가 50%씩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노조에 따르면 지수아이앤씨는 농성 중인 조합원과 개별 접촉해 농성 등 노조활동을 중단하고 회사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하면 그 즉시 2천만원을 지급했다.

실제로 지난 4일 조합원 서 모 씨는 지난 3월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으로부터 '노조에서 나오면 2천만원을 주겠다'는 사측의 제안을 전달받았다.

특히 이때는 원청인 에스앤아이가 지난달 27일 노조에 교섭을 요청해 노사간 대화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앞에서는 교섭 요청하면서 뒤에선 노조탈퇴 공작을 벌였다"는 노조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측이 금품의 대가로 요구한 '합의서'에는 노조활동을 그만두는 것을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노조가 공개한 사측의 '합의서'를 보면 "업무를 방해하거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모욕‧비방하거나 기타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직접적으로 노조 탈퇴, 쟁의행위 중단 등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노조의 쟁의 행위 참여를 불가능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또 "회사가 요청하는 사항들에 대하여 협력하기로 한다"며 합의금 지급 이후 이를 미끼로 사측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조합원이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하면 사측은 즉시 2,000만원을 계좌이체했다. 입금자 명의는 지수아이앤씨였다.

노조가 입수한 금품 대가로 지수아이앤씨가 제안한 합의서ⓒ공공운수노조 제공

서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말 없이 탈퇴한 조합원에게서 지난 4일 저녁에 연락이 왔다. 본인은 탈퇴하는 조건으로 2천만원을 받아서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며 저에게도 2천만원을 받고 탈퇴를 하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지수아이앤씨가 개인정보를 유출해서 탈퇴한 조합원에게 저의 연락처까지 알려주면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조합 파괴를 하려고 온갖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씨의 사례가 있기 전인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총 8명의 조합원들이 갑작스럽게 노조에서 탈퇴한 상황이다. 노조는 탈퇴한 조합원들이 서 씨와 같은 사측의 회유를 받았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에는 에스앤아이 모 임원이 노조 관계자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탈퇴한 조합원들에게 사측이 상당액의 금품을 지급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사측의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자 사측은 앞서 노조에서 탈퇴한 조합원을 통해 회유를 시도하고 있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지수아이앤씨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전에도 조합원들을 개별면담해 500여만원의 위로금을 대가로 사직서를 쓸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지수아이앤씨 이사 명의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고용노동부 중재회의에서 트윈타워 고용승계는 불가능하다고 전달하였고, 이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전달했다. 회사에서 제시한 제안 등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은 부담 없이 연락달라"며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했다.

지수아이앤씨가 계약해지 전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공공운수노조 제공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 1월 노조법상 지배개입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지수아이앤씨, 에스앤아이, 고용승계를 전면 거부한 새로운 용역업체 백상기업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고소한 바 있다.

노조의 법률대리인인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김형규 변호사는 "지수아이앤씨는 청소용역계약이 종료되기 이전부터, 청소노동자들과 개별 면담을 하면서 수백만원을 줄 테니 사직서를 작성하라고 종용하고, 이러한 사실은 절대 비밀로 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는 통상의 용역계약 종료로 인한 근로계약 종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며칠 전에는 지수아이앤씨가 쟁의행위 중인 조합원들에게 은밀히 접근해서, 2천만원을 줄 테니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해고를 받아들이고, 나아가 이 사실을 절대 비밀로 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할 것을 회유한 것이 밝혀졌다"면서 "하다하다 안 되니 이제는 돈으로 매수해서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중단시키고자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는 에스앤아이와 지수아이앤씨의 이러한 행위, 즉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행위를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90조는 그러한 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고소 3개월이 지났는데도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는 노동청에 대해서도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정황은 있으나 직접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정황증거만으로 행위자를 처별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따라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여 압수수색 등 방법으로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노동부를 이를 한번도 지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낸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노동부와 검찰은 LG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즉각 강제수사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에스앤아이는 이날 노조 측에 공문을 보내 "확인 결과, 해당 조합원(노조탈퇴 조합원)들은 전원 모두 스스로 본인들이 먼저 지수아이앤씨에 요청해 합의했다"며 노조 측의 주장이 허위사실과 왜곡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에스엔아이는 또 "허위사실유포 및 명예훼손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 이슈가 해결되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엄격한 형사조치를 취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조 탈퇴자가 사측에 전화를 해 2천만원을 제안하고, 개별 면담으로 합의서를 작성·서명했으며, 서명하기 무섭게 즉각 2천만원이 입금된 것인데 이를 모두 조합원이 주도적으로 했다는 것이냐"라며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온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노조를 결성하고 생활임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원청인 에스앤아이가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지수아이앤씨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고용승계를 거부되면서 청소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파업에 돌입하고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트윈타워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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