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확행, 힐링, 워라밸, 과연 그게 진짜 행복인가요?

책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진짜’ 행복론

책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갈매나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삶에 자리 잡은 단어 소확행(小確幸)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랑겔 한스섬의 오후’에 쓰면서 알려졌던 신조어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에서 따와 만든 말이다.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90년대 중반이었지만, 우리 사회에선 2016년 즈음부터 주목받는 단어가 됐다.

소확행 말고도 그동안 웰빙, 워라벨, 욜로 등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경쟁에 찌들었던 현대인들이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위로했던 수많은 행복론이 있어왔다. 누군가는 이런 말에 위로를 받았고, 지친 삶의 활력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자 김태형은 이런 행복이 모두 ‘가짜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얼마 전 출간한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하는 행복 열풍과 주류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은 ‘가짜 행복’이며, 한국 사회에 가짜 행복을 추구하는 엉터리 행복론이 만연해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엉터리 행복론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노동자들이 지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노동을 지속하게 만들기 위해, 자본가들이 행복 산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행복 장사꾼들은 상품을 소비하면 곧바로 ‘소확행’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하고, 돈을 써서 한순간의 쾌락을 즐기는 것을 ‘욜로’라는 말로 쿨하고 멋지게 포장한다. 이처럼 행복산업은 물질적 소비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물질주의 행복론을 한국 사회에 퍼뜨리고 있다.

저자는 돈이 곧 행복이라는 믿음을 전파하는 물질주의 행복론과 한순간의 쾌락만을 좇게 만드는 쾌락주의 행복론, 그리고 개인의 심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주류 심리학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엉터리 행복론과 주류 심리학이 범하고 있는 오류와 편향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 본인 또한 심리학자이기에, 심리학을 향한 비판의 칼날은 더욱 날카롭다. 저자는 주류 심리학의 행복론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하며, 심리학이 진정한 과학적 학문, 그리고 사회에 필요한 학문으로 혁신하길 제안한다.

저자는 오늘날 심리학이 현대 사회에서 종교를 대신해 ‘인민의 아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심리학이 기득권의 이익을 옹호하고, 민중이 부당한 현실에 순응하도록 유도하며, 사회개혁으로 향하는 길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책의 2부에 담긴 주류 심리학에 대한 저자 특유의 예리하고 통렬한 비평은 이 책의 백미다. 그만큼 저자는 오늘날 사람들이 가짜 행복이라는 허상을 좇아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된 사태의 책임이 무엇보다 주류 심리학에 있다고 본다.

나아가 저자는 가짜 행복론에서 벗어나 진짜 행복을 추구하는, 즉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각자도생의 삶을 살며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소소하더라도 쉽고 확실한 쾌락만을 좇는 것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포기하자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타인과 연대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시키며,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 김태형이 권하는 진짜 행복론이다. 이는 분명 ‘소확행’보다는 더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가짜 행복론과 과감히 결별할 때 진짜 행복, 참다운 행복을 위해 나아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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