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우리의 딸” 오세훈 발언이 잘못된 이유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청 재입성에 성공한 오 시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22년 6월 30일까지 약 1년 3개월이다. 2021.04.08ⓒ민중의소리

“이번 선거 원인이 전임 시장 성희롱이었다. 그 피해자 우리 모두의 아들, 딸일 수 있다. 그분이 오늘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복귀해서 업무에 열중할 수 있도록 제가 챙기겠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8일 당선 소감에서 이같이 말했다. 4·7 재보궐 선거가 열린 이유를 명확히 했고, 박원순 전 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일상 회복도 약속했다. 기관장으로서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오 시장은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고 있다. 그는 피해자를 언급하며 “우리의 아들, 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위력 성폭력은 성차별적 조직문화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식’ 같으니 ‘봐 준다’가 아니라, 여성도 동등한 노동자로서 일할 수 있는 성 평등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어야 한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당선자에게 성평등을 대차게, 집요하게, 끝까지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4.08.ⓒ뉴시스

이날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주최로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당선자에게 성 평등을 대차게 집요하게 끝까지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된 목소리들이 나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아들, 딸 같아서가 아니라 노동자, 동료,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딸 같아서 성희롱한다는 가해자들의 변명이 여전히 존재한다. 아들 같아서 특혜나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이기도 하다”라며 “동료, 업무 관계에서의 안전과 평등이 보장돼야 하고, 제도와 실행에 따라서 이뤄져야 하는데, 업무가 아니라 가족관계로 이해해야 보호할 수 있다면 더는 조직에 책임을 요청하기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박 전 시장 사건이 서울시의 성차별적 채용·업무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하며, 최근 서울시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내놓은 비서 업무 매뉴얼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겉옷 입혀드리기, 업무 외 사적 연락, 사적인 심부름을 비서에게 ‘금지’하고 있다. 이는 비서가 한 게 아니라 상사가 요구하고 주변에서 해주길 바라며 그것을 업무로 만들어온 조직문화와 성차별적 분위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에 대해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이 다시 한번 짚었다. 권 소장은 “권력형 성범죄는 일상적 권력에 대한 성찰 없음을 토대로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이라는 뚜렷한 피해를 야기했다”라며 “권력형 성범죄,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은 여성을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조직이라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당선자에게 성평등을 대차게, 집요하게, 끝까지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4.08.ⓒ뉴시스

성폭력에 대한 오 시장의 부족한 인식은 후보 시절부터 예견됐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사건을 자주 언급하면서도 성 평등 공약 하나 발표하지 않아 성폭력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만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청년 단체에서 성 평등 공약 관련 질의서를 보내자 오 시장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은 “시대착오적 페미니즘을 강요하지 말라”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김은화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은 오 시장의 공약과 당선 소감을 비교하며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지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여성 안전 관련 ▲남녀 공용화장실 완전 분리 ▲여성이 탄 택시의 실시간 이동 경로를 보호자에게 전송 ▲경비원과 CCTV 등 배치 등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는 “여성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감시하지 말라”라고 질타했다. 이어 “여성의 안전은 ‘보호’를 명목으로 남성으로부터 분리하고 가부장이나 공권력에 감시하게 한다고 보장되지 않는다”라며 “안전은 평등에서 시작한다. 이 문제의식이 당선자에게는 철저하게 결여됐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당선자는 매일 매시간 매초 성 평등을 되새김질하라”라며 “말이 아닌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