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기 시작한 여당 초선들 “어느새 기득권 정당된 민주당, 혁신해야”

무리한 공천에 대한 뒤늦은 반성도 “공천하지 말았어야, 후보 낸 뒤 귀 막아”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보선 결과에 대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04.0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재보궐 선거 참패를 계기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회적 논란이 컸던 현안들에 침묵하거나 지도부 결정에만 충실히 따랐던 지난 행보를 반성하며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 174명 중 초선 의원은 81명에 달한다.

초선 의원들은 9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모여 선거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혁신 방안 등을 논의한 결과 이같은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초선 의원들이 가장 처음으로 반성한 지점은 재보선 공천 자체였다. 이들은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하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당헌당규를 시행해보지 않고,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선 의원들로서 그 의사결정 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 반성한다. 진심 없는 사과, 주어·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성찰했다.

입장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안에 대한 사과가 부족했는지를 적시하지 않았다. 강선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전 시장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그동안 사과가 굉장히 두루뭉술했다. 구체적인 사항도 없었고, 박 전 시장과 관련된 일은 2030 여성뿐 아니라 굉장히 넓은 세대의 여성들이 두루 겪고 있고, 겪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에 대해 우리가 공감한 적이 있었나, 그리고 분노의 크기가 왜 이렇게 큰지 성찰한 적 있었던가, 그에 대한 반성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인숙 의원도 "이 선거가 왜 이뤄졌는가에 대한 반성과 죄송스러운 태도, 지난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다양하게 있었던 2차 가해에 대해 당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던 행동들에 대한 사과의 마음까지 다 포함됐다고 보면 되겠다"고 부연했다.

초선 의원들은 현재의 민주당에 대해 "어느새 기득권 정당이 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 원인에 대해 "우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신, 일단 시작하고 계획을 만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함, 그리고 우리의 과거를 내세워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나만이 정의라고 고집하는 오만함이 민주당의 모습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현장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 우선 순위를 정했고, 민생과 개혁 모든 면에서 청사진과 로드맵을 치밀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며 "국민들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재난 속에서 한계 상황을 버티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저희들이 그 처절함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아울러 초선 의원들은 당 혁신 작업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민주당 혁신에 앞장서겠다. 당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며 "정책 전반과 당의 운영방식, 업무 관행, 태도 등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들은 가칭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를 구성해 당 혁신과 관련된 의견을 모아 새로 구성될 당 지도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내달 2일에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다양한 지도부 구성을 위해 초선 의원이 직접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영인 의원은 "당에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최고위원이 됐든 초선 의원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그것을 포함해 향후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지도부 구성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은 변화하는 국민의 열망과 요구 사항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남 탓을 하고, 20대 탓을 했다"며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읽지 못하면 그들만의 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다만, 의원들 사이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서는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일치된 행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이날 간담회에서는 '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공동 입장문에서는 그 내용이 담기지 못했다.

김회재 의원은 "(간담회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충분히 있었다"며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제대로 된 소신 있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초선들이 충분히 개진하지 못한 점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영인 의원은 "초선이라고 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렵다"며 "'초선 의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거라 우리 내부에서 공감한 수준에서 (입장문이)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국회 소통관에 열린 재보선 결과에 대한 공동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04.0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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