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세월호 가족들 가슴에 비수 꽂고도 사과 없는 한국교회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재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7주기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3.22ⓒnews1

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7주기다. 아직도 참사의 원인조차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우리는 이 아픈 경험을 하고도 어떤 반성과 성찰을 했을까.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을 실천하기는커녕, 세월호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도 사과조차 없었던 한국교회의 현실은 개탄스럽다.

세월호 참사는 내 신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나는 목사들이 사회의 여러 문제에 침묵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바가 컸다. ‘다양한 생각을 지닌 교인들을 품기 위해선 어쩔 수 없겠지’, ‘목사가 세상사에 모두 관심을 쏟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때론 불편해도 합리화하고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을 위한 것이어야지, 교인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늘 이론적으로만 갖고 있던 교회에 대한 정의를 뼈가 사무치게 깨우치게 해준 사건이 내겐 세월호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맞이한 첫 주일에 나는 교회로 발걸음하는 것이 두려웠다. 많은 교회가 침묵할 것이 예상됐고, 막말도 나오리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물론 당시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을 오가며 자원봉사를 이어가던 목회자나, 진심으로 세월호 가족들을 보듬은 개신교인들도 분명 존재한다. 지금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사순절 기간부터 오는 15일까지 청와대 앞 릴레이 금식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교회가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건에 침묵을 선택했다. 세월호는 정치적 사안이라며······.

“하나님께서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켜
국민에게 기회를 준 것”
목사들의 세월호 막말

당시 목사들의 막말 배틀은 지금 다시 봐도 기가 막힐 지경이다.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2014년 4월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가주 사랑의교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을 두둔하느라 세월호 가족의 쓰린 가슴에 소금을 뿌렸다.

오 목사는 이날 “정몽준 씨 아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미개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몽준 씨 아들이) 아이답지 않은 말을 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총리에게 물을 뿌리고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몽준의 아들은 당시 ‘국민이 미개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글을 SNS에 올려 엄청난 파문이 일었고, 이후 오 목사가 했다는 발언은 실로 두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전광훈 자료사진ⓒ유튜브 캡쳐

막말의 대명사인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담임)도 뒤지지 않았다. 그는 2014년 5월 25일 주일예배에서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 아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미개하다’고 아이가 철이 없으니까 그냥 자기 느낌대로 뱉어 버렸다”며 “표현이 조금 문제가 있지만, 애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느끼는 그대로 말한다. 어린 애들 말은 약간 예언성이 있다. 순수하니까”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에 대해서도 “세월호 사고 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한다.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다. 추도식은 집구석에서 슬픔으로 돌아가신 고인들에 해야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란 피우라고 그랬나? 그게 국민 수준이냐는 말이다”라고 발언했다. 이후로 날이 갈수록 막말 수위를 높이며 아무 말이나 해댄 그의 이력을 본다면, 놀랄 것도 없는 망언이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 부회장을 맡았던 조광작 목사의 발언은 막말의 대가 전광훈을 능가했다. 조 목사는 2014년 5월 20일 한기총 긴급임원회의에서 “가난한 집 애들이 설악산이나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가면 될 일이지, 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이런 사달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또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들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면서 지나갔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도 했다.

조 목사의 아무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다 백정”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후 조 목사가 한 일간지와 통화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친지가 자동차를 타고 지방으로 여행하다 사고가 나면 ‘기차 타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듯, 바다 건너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다 사고 나니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말”이라며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했으나, 그 뒤로 반성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행동을 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조 목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보다 국가 재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감정이 더 애달팠던 것이 아닐까.

김삼환 목사(자료사진)ⓒ뉴시스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의 발언 또한 잊을 수 없다. 김 목사는 2014년 5월 11일 주일예배에서 “하나님이 공연히 (세월호를)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켜 국민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18일 설교에서도 “세월호(참사를 두고) 해경 때문이다, 청와대 때문이다, 해수부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비판 안 하는 데가 없다”며 “그러면 안 된다. 세월호는 우리나라의 우리 국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전체 국민의 수준이 이런 거다”라고 했다, 이어 “(학교가) 아이들을 충동질해 길거리로 내보내고 선동하는 선생님들로 꽉 차 있다”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김삼환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종교계 멘토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김 목사는 2016년 1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민심 수습을 위해 종교계 인사를 초청하는 자리에도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수원침례교회 원로)과 함께 기꺼이 달려갔다. 당시 청와대가 종교계 의견을 청취한다면서 자신에게 우호적 입장을 견지한 목사들만 불러 면담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세월호 망언 목사들 이력 하나같이
골칫덩어리, 그러나 영향력은 막대해

세월호 망언을 내뱉은 목사들의 이력은 하나같이 평범치 않다.

오정현 목사는 사랑의교회 지하 예배당이 공공도로를 점용했으니 메우라는 대법 판결을 받고도 ‘영적 공공재’ 운운하며 원상복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서 2주 속성으로 목사 안수를 받은 전무후무한 인물일 것이다.

한기총 부회장까지 맡았던 조광작 목사는 어떤가. 그는 지난 2008년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하나님의 기적 오병이어교회’를 개척했다.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당시 그의 나이는 67살이었는데, 조 목사는 교계 일간지를 통해 목사가 아닌 장로로 소개되고 있었다. 70살이 넘어 목사 안수를 받고, 한기총 부회장 자리에까지 오른 것인데, 알고 보니 그는 무인가신학교를 운영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비주류 군소 교단 총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적으로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4년제 정규대학을 졸업하고 신대원 3년 과정을 수학한 뒤, 각 교단이 정한 수련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최소 7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런데 조 목사는 2년 속성 과정을 거쳐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것. 김삼환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헌법에 명시된 세습조항까지 무시하고 초법적인 방법까지 써가며 부자세습을 강행했다. 또 800억 비자금 의혹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명성교회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취재진이나 문제 제기하는 교인들은 폭행을 당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끝으로 ‘막말’에 내란선동급 언동으로 한국 사회를 어지럽힌 전광훈 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행사 추진위원회는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유가족과 추모객 등 3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2019.04.15. (사진=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행사 추진위원회 제공)ⓒ뉴시스 제공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무자격, 문제 있는 목사들이다. 이들의 아무 말로 인해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한 이들은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그러나 자격 없는 일부 목사들의 발언으로 무시하고 지나가기엔 이들이 한국개신교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일부’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들의 사고는 ‘일부’ 망언에 그치지 않았고 보수개신교 전체에 영향을 미쳤기에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2014년~2017년 한 개신교계 방송사에 재직하면서 세월호 배지를 보도 화면에 내지 못하도록 블러처리 명령을 받았고, 촛불집회 현장 사진 한 장을 자료화면으로 쓰는 일이 어려웠을 만큼 점차 보수 개신교계에서 세월호는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그러면서 무 보도가 중립이라고 우겼다.

퇴사를 결정한 후, 소속 방송사의 재단 이사장을 찾아가 “나는 퇴사했으나, 편집권 침해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했다. 돌아온 답변은 당시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을 못마땅해하게 여기는 말이었다. ‘이웃이 당한 슬픔에 한 번이라도 함께 울어준 적 있는 목회자라면 할 수 있는 말이었을까’ 싶은 마음에 이후 그에게 손톱만큼이나마 가졌던 기대를 버렸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중 한 명인 박은희 전도사가 6주기였던 지난해 벙커1교회 설교에서 토로했던 말도 잊히지 않는다.

“처음에는 저희를 불쌍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왜곡된 기사들을 접하면서 저희를 돈밖에 모르는 부모 때로는 아주 폭력적인 사람으로, 심지어 북의 지령을 받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빨갱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 몇 주 전에 같이 울었던 이웃인데 말이다”
어느덧 7년. 화사한 봄이 되면 더 억장이 무너졌을 세월호 가족이다. 사랑하는 아들, 딸이 왜 침몰하는 배에서 나올 수 없었는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이 그토록 무리한 요구일까.

교회가 고통당한 이웃의 손을 잡고 함께하는 일이 어렵나. 우리가 그 손을 놓는다면, 십자가를 떼고 교회이기를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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