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진보] 군 가산점제 부활로 ‘이남자’의 표를 살 수는 없다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72.5%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재보선 참패 원인을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서라고 평가한 데 이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은 특혜나 우대를 받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 등 페미니즘 운동을 공격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4.7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지지를 잃은 건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선거 리뷰 모임에서 국회의원 개인이 당론과 상관없이 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후 이 말이 정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이남자’ 표심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의원인 전용기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군 가산점제 재도입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글을 남겼다. 위헌 논란을 인식한 듯 “개헌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글을 덧붙였다. 군 가산점제가 전역 장병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청년의원 김남국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채용 시 군에서의 전문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썼다.

훈련소, 부대, 군화, 훈련 (자료사진)ⓒ뉴시스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과 함께 이루어지는 군 가산점제 부활 시도는 군 가산점제가 20대 남성의 병역의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며, 페미니즘이 이를 빼앗아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군 가산점제는 성별 문제도, 병역의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아니다.

군 가산점제 위헌 소송을 낸 사람은 장애인 남성이었다. 어릴 때 사고로 왼손이 절단된 이 남성은 취업 준비 중 공무원 시험에서 차석을 하고도 낙방했다. 2년 뒤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다른 군필 남성 지원자와 달리 군 가산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애 때문에 군대에 갈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것으로 차등을 둔다면 모를까, 애초에 할 수 없었던 일을 가지고 차별을 받는 것은 부당했다. 그는 헌법소원을 냈고 7년에 걸친 소송 끝에 군 가산점제는 위헌 판결을 받았다. 헌재는 “여성, 장애인, 병역 면제자 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군 가산점 제도는 여성 뿐 아니라 군에 복무할 수 없는 남성까지 차별하는 제도이다.

군 가산점제 소송 낸 사람은 장애인 남성
군 가산점이 당락 좌우하는 경우는 극히 미미
‘이남자’ 표심 얻으려면 부동산과 일자리 등 해결에 집중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일반이 징병되는 것은 사실이고, 동년배 여성에 비해 자기계발의 시간을 2년이나 뺏기는 것이야말로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군 가산점은 실질적으로 전역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도 아니다. 군 가산점제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공기업이며, 공무원과 공기업에 응시해서 군 가산점을 받아 당락이 뒤바뀔 수 있는 경우는 전체 전역자의 1%도 되지 않는다. 사실상 보여주기식 제도인 것이다. 정말로 군대에 다녀온 남성들이 걱정된다면 군인 임금 인상이나 군 내 부조리 개선 등의 실질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지역,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고 지난 대선과 총선에 한참 못 미치는 표를 받았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이기든 지든 원인을 잘 분석해야 다음에도 마찬가지로 이기거나, 같은 패배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군 가산점제 도입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틀린 분석을 하고 있다는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불과 1년 전인 21대 총선에서 20대 남성의 절반 가까이(47.4%)는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했던 20대 남성이 왜 이번에는 국민의힘에 투표했는지 면밀하게 평가하고, 군 가산점제 같은 위헌적이고 실효성도 없는 제도가 아니라 부동산 문제와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실질적이고 심도 깊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2020년 총선에서 20대 남성이 더불어민주당에 기대했던 것이 공약에도 없었던 군 가산점제 부활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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