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살상의 ‘본진’ 미국, 그 자체가 대량살상무기다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들이 이라크 군인들의 시신 앞에서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의 뒤에 폭탄이 터지는 모습이 보인다. (1991년 2월)ⓒ사진=인터넷 캡쳐

편집자주: 미국이 총기 문제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미국에서 하루에 총기로 사망하는 사람이 100여 명, 부상 입는 사람은 23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총기 문화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Slaughter Central:The US as a Mass-Killing Machine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이 기사가 이미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무기가 이미 세상에 넘쳐나고 있으니, 또 다른 끔찍한 일들이 내일이면 어떻게 드러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 살상 사건은 신문들의 일면을 장식하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작은 사건들을 생각해 보면 현재의 상황을 완전히 알고 있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이 행성에는 미국이 무기의 황제다. 의문의 여지가 없는 얘기다. 미국 당국자들, 그리고 그들과 손잡은 무기 제작자들은 미국 국내에서도, 또 세계적으로도 무기를 발명, 생산, 판매하는 데는 경쟁상대가 없다. 롤히드마틴과 보잉, 노스롭 그루먼, 레이시온, 그리고 제너럴 다이내믹스. 세계 무기생산업체의 탑 5 모두가 미국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쉽게 말해, 미국은 살인 국가다. 미국 자체가 대량 살상 무기이며, 살상 본부다.

게다가 미국이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떨어뜨렸을 때 우리가 알게 됐듯, 앞으로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무기업체들과 미국 정부는 전 지구적인 규모의 살육을 머릿속에 그린 지 오래 됐다. 최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노스롭 그루먼이 최소 1,000억 달러를 들여 개발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이제 만들어지기 시작한 노스롭 그루먼의 이 미사일은 ‘볼링 레인’ 길이로,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폭탄보다 20배의 폭발력을 가졌다고 한다. 이 미사일은 6,000 마일을 날아, 한 번에 수십만 명을 죽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 공군은 이 미사일을 600개 주문할 예정이다). 2020년대 말이면 이 미사일이 이미 3,800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미 정부에게 배달될 예정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잠시 찬찬히 생각해 보자.

총도 있겠다, 어디든 못 가랴

외국을 살펴보거나 전 지구(아니, 최소한 전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류를 논하기 전에, 바로 여기 미국 얘기에서 시작하자. 예전 같으면 상상치도 못할 온갖 신식 총기를 갖추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손가락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 득실대는 나라 아닌가.

미국의 수치들은 놀랍다. 팬데믹이 닥쳐 2020년 총기류 판매가 전년대비 64% 증가해 무려 2,300만 정이 팔리기 이전에도 미국 국민이 소지한 총기류는 4억 정으로 총인구 3억 3000만 명보다도 더 많았다. 이는 전 세계 민간인이 소지한 총기류의 40%로, 미국 다음으로 총기류가 많은 25개국의 민간인 소지 총기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게다가 미국인들이 소지한 총기류가 22구경 권총에서 AR-15 반자동 소총으로 옮겨가면서 점점 군사화되고 강력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민간인 총기에 의한 사망자수가 급증해 엄청난 수준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지적했듯, “1975년부터 지금까지 자살, 살인, 사고를 포함해 민간인 소지 총기로 인한 사망자수가 150만 명으로 독립전쟁부터 지금까지의 미국이 치른 모든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수인 140만 명보다 많다.”

‘총도 있겠다, 어디든 못 가랴 (의역하자면 준비됐다,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는 내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아주 낭만적으로 그려진 미국 서부 시대의 총잡이 용병이 주인공이었는데,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리기 시작한 요즘에도 잊혀지지 않는 그 주제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뉴욕 주 무기 수집가 협회'의 연례 올버니 권총 전시회에서 사람들이 각종 권총을 구경하고 있다. (2013년)ⓒ사진=인터넷 캡쳐

“총도 있겠다, 어디든 못 가랴. 사나이의 운명이지.
무법의 야만적인 땅의 갑옷 없는 기사구나.
불러주면 부는 바람 따라 어디든 가는 날쌘 총잡이.
부를 좇는 한 용병, 그의 이름은 팔라딘.”

이제는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미국 사람들이 더 비참한 버전의 팔라딘이 됐다. 총기업계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국 국민은 이 세상 어떤 나라의 국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장을 갖췄다. 끝없는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민간인 무장율 2위 국가인 예멘은 미국의 근처도 못 간다.

내가 좋아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목은 이제 미국 문화 전체를 묘사하는 제목으로 쓰여도 손색이 없다. 현대판 팔라딘이 애틀란타의 스파, 콜로라도 볼더의 마트,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부동산, 볼티모어 근처의 편의점, 사우스캐롤라이나 록힐의 가정집 등,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2020년에 총으로 자살한 사람이 24,000명이었고, 총기 폭력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20,000명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현저한 수준에 도달하고 공공장소들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4명 이상이 사망한 ‘대량 살상’ 사건들이 애틀랜타와 볼더에서 일어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잠시나마 무기를 내려놓고 살상을 조금이라도 자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환상 중의 환상이었던 것이다.

학교 등 수많은 공공장소가 여전히 문을 닫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금, 사망만이 아니라 총기로 인한 부상도 고려대상에 넣으면, 4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대량 총격전’은 팬데믹의 해였던 2020년에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급증했다. 대량 총격전은 2020년에 전년 대비 47% 증가해, 611개의 사건에서 513명이 목숨을 잃고 2,543명이 부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다. FBI 자료에 따르면, 도시 내에 유색인종이 중중돼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총기를 사용한 살인 사건도 평년보다 4,000~5000건 늘었다고 한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사람들이 무장 하고 성조기를 든 채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연장을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2020년 4월 25일, 현지시간)ⓒ사진=인터넷 캡쳐

조 바이든 정권 73일 동안 5건의 대량 살상 사건이 있었고, 총기를 사용한 폭력으로 인해 1만 명 이상이 죽었다. 이렇게 미국은, 미국 정치인들이 그렇게 강조하기를 바라듯, 진실로 ‘예외적인 국가’가 됐다. 세계에서 오직 미국에만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총기류 팬데믹이 도래한 것이다.

미국 국민의 무장화와 그에 따라 급증한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간과되지 않고 분명히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얼마 전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한 점이 있다. 미국 언론이 국내의 대량 살상이나 대량 총격전 및 이를 가능케 하는 총기업계에 대해 보도를 할 때, 미국이 국외에서 ‘끝나지 않는 전쟁’을 통해 사살하거나 부상을 입힌 사람들, 그리고 대량 수출되는 미국 무기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수를 고려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미국으로 인한 살상의 전체적인 모습이 실종된 것이다.

무기 시장을 매점하다

사실 국제적 무대에서의 미국과 미국의 무기류 얘기 또한 미국의 국내 사정만큼이나 놀랍다. 미국이 자국민을 무장화하는 데 적수가 없듯, 다른 나라를 무장화하는 데에도 적수가 없다. 미국이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가장 선호하는 무기 거래상인 것이다.

그렇다. 자국민을 위한 총기류를 만드는 미국 회사들은 수출도 열심히 한다. 특히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무기 수출이 더 수월해졌다. AR-15 등의 반자동 무기와 수류탄, 그리고 화염 방사기는 더 이상 국무부의 수출 면허가 필요 없다. 수출 대상국의 정치적, 군사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따기 훨씬 쉬운 상무부의 수출 면허만 있으면 된다. 그 결과 반자동 권총의 수출이 2020년에 148%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군산복합체 빅5가 계속 생산하는 고액 아이템들이다. F-16과 F-35 같은 전투기, 탱크 및 기타 장갑차, 잠수함 및 대잠수함 무기류, 치명적인 폭탄과 미사일 등의 판매에서 미국은 다른 국가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 미국은 세계 40대 주요 무기 수입 국가 중 20개 국가의 가장 큰 공급원이다.

미국은 그 태생부터가 무기와 살상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나라다. 1890년 12월 29일, 미군이 현재의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거의 300명에 이르는 라코타족을 총으로 쏴 학살했다. 사진은 미군이 이들을 집단 매장하는 장면이다. 미국의 백인 선조들과 미국이 북미를 '개척'하는 과정은 원주민들에게 죽음의 과정이었다. 현재의 미국 영토에 사는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미주에 진출하기 시작한 1492년부터 급격히 줄어들어 1900년에는 인구가 예전의 10%에도 못 미쳤다.ⓒ사진=인터넷 캡쳐

전쟁무기 수출 역시 미국이 압도적이다. 특히 전쟁으로 황폐화된 중동에서 말이다. 미국은 2015~2019년 동안 중동 전쟁무기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예상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최대 고객이었는데, 이는 예멘 내전을 촉발했고 미국 무기로 수천 명의 예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국방부 전문가인 윌리엄 하르퉁이 지적했듯, 이 시기 동안 미국의 중동 전쟁 무기 수출은 “러시아의 거의 3배, 프랑스의 5배, 영국의 10배, 그리고 중국의 16배” 규모였다. (물론 이라크와 예멘에서 그렇듯, 미국 산 전쟁무기가 구입한 세력의 반대파의 손에 들어갈 때가 너무 많다). 미국의 무기 수출을 2020년에도 2.8% 증가해 그 매출액이 1,780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은 최소 90개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며, 세계 무기 시장의 37%를 차지한다.

미국 국내에서 무기의 증가가 그랬듯, 국제무대에서도 미국 무기 수출의 증가가 살상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예멘에서는 미국 무기로 인한 사망이 급증했다. 필리핀도 그렇다. 미국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에 판 무기는 필리핀 군경의 무장에 쓰였고, 특히 두테르테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미국 무기로 인한 사망자가 너무 늘어서 사람들이 그 숫자 세기를 포기했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적으로 대량 살상을 하는 것을 보면, 국내에서든 국제적으로든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고향에서 멀리, 멀리

미국은 전 세계에 전례없는 800여 개의 군기지를 가지고 있고, 거의 20만 명에 이르는 미군이 해외에 주둔하고 있다. (중동 한 지역에만 미군 6만 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부터 아프리카에 이르는 지역을 위한 드론 암살 프로그램이 있고, 연속적으로 ‘끝나지 않는 전쟁’을 벌여왔으며, 이와 관련된 지엽적인 무력 충돌에도 관여했다. 또, 미국에는 공해를 돌아다니며 ‘순찰’하는 대형 항공모함 부대들도 있다.

한마디로, 이번 세기에서는 미국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너무 많다. 미국은 해외에서 대량 살상 무기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와는 달리, 다른 국가들에서는 미국 때문에 살상된 사람들에 대한 수치를 알기가 어렵다.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일례로 브라운 대학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2001년부터 2019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예멘 등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801,000여 명을 죽였다고 추정했다. 이 중 거의 40%는 민간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2001년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톰디스패치에 나온 숫자를 더해보니, 미국 공군이 공습한 민간인 결혼식이 최소한 8개, 이로 인한 사망자가 신랑과 신부, 그리고 하객들을 포함해 거의 300명이었다).

브라운대학의 네타 크로포드는 트럼프 정권 시기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에 관해 지난 12월에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019년 한 해에만 미국이 공습으로 700명이 죽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민간인 사망자가 수천 명, 부상자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이 공급한 전투기를 사용한 아프가니스탄의 공습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기에 탈레반이나 다른 적대 세력으로 오인됐다가 죽은 민간인만 포함됐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북부에서 공습으로 죽인 민간인은 수천 명 더 있다.

시리아의 한 난민 수용소에서 4세 아이가 카메라를 총으로 착각해 '항복'하고 있다(2015년). 미국은 2013년부터 아사드 정권을 전복하려는 반군 세력을 훈련하고 무장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개시했다. 이후 미국은 CIA를 통해 약 10억 달러의 무기, 탄약 및 훈련 장비를 반군에게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2019년 기준).ⓒ사진=오마르 사걸리

한편, 수년 간 미국의 드론 공격을 추적해 온 영국의 독립언론 ‘탐사보도국’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소말리아와 예멘에 2019년까지 드론으로 죽인 사람이 8,500~12,000명이라고 추정했다. 이 중에는 1,700명 정도가 민간인, 400명 정도가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미국이 전쟁에서 죽인 사람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금세기에 미국 군대가 ‘국제적 팔라딘’이 된 것이다. ‘총도 있겠다, 어디든 못 가랴’는 미국의 모토로 너무나 적합하다. 미국과 미국 무기로 무장한 그 동맹국들은 세계 상당 부분의 공동체들을 파괴하고, 놀랄 만큼의 사람들을 죽였으며, 약 3,700만 명으로 하여금 집과 고향을 버리고 난만이 되게 만들었다.

이제 미국에서 대량 살상된 사람들을 빅픽쳐 안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이들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의 총기-무기 문화가 가져온 결과 한 측면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대량 살상 사건들은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만, 미국 문화의 무기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은 완전히 간과된다. 그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미국은 마치 세계의 살상 본부라도 된 듯하다.

‘총도 있겠다, 어디든 못 가랴’의 주제곡 끝 부분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팔라딘, 팔라딘, 어딜 돌아다니니?
팔라딘, 팔란딘, 고향에서 멀리, 멀리.”

그렇다. 고향에서 멀리, 멀리. 또 고향 가까이, 가까이. 미국의 마수가 뻗지 않는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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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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