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앞두고 ‘기본 소득’ 정책 논의에 불붙은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2022년 4월 대선을 앞두고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앞서 2017년 대선 당시, 사회당을 대표했던 브느와 아몽(Benoît Hamon) 후보가 “모든 프랑스 국민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785유로(약 100만원)를 지급하자”라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기본 소득(Revenu universel)’ 개념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집권 사회당 내부에서조차 기본 소득은 지나치게 유토피아적인 정책이라며 자당 후보 공약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2020년 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복지 국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재차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내년 대선을 준비 중인 브누와 아몽은 ‘진정한 용기, 기본 소득을 위한 변론(Ce qu’il faut de courage, plaidoyer pour le revenu universel)’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세계 각국의 소식을 전하는 프랑스 잡지 ‘국제 우편(Courrier International)’은 지난 주 발행된 1588호에서 ‘기본 소득’에 대한 특별 기사를 게재했다.

프랑스 사회당 대선 경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브누아 아몽 후보가 22일(현지시간) 파리 선거운동본부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2017.1.23ⓒ사진 = AP/뉴시스

2017년 대선 당시 ‘기본 소득’ 실현 가능성을 연구했던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경제학 교수이자 ‘공공 정책 연구소(Institut des politiques publics) 소장 앙뜨완 보지오(Antoine Bowio)는 프랑스 경제 전문지 ‘카피탈(Capital)’에 기본 소득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그동안 세계 최고라 자부했던 프랑스의 사회적 안전망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정부는 2020년 3월부터, ‘부분 실업(Chômage partiel) 수당’ 지급, ‘사회적 약자 수당(R.S.A.)’ 인상, ‘개인 사업자를 위한 수당’ 신설, ‘청년 수당’ 신설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프랑스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기존의 사회적 안전망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련의 정책으로는 팬데믹이 일으킨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부족했다.

지난 대선 당시 사회당 후보의 정책을 공허한 유토피아적 공약쯤으로 취급했던 정치인들은 기존 사회적 안전망을 대체할 수 있는 정책으로 ‘기본 소득’ 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역시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릴의 보방 공원에서 프랑스 경찰이 방문객들에게 코로나19 방역수칙 등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프랑스 의회가 3일부터 한 달 동안 이어질 세 번째 전국 봉쇄령을 승인한 가운데 장 카스텍스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야외에서 6명 이상 모이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1.04.02.ⓒ사진 = AP/뉴시스

보지오 교수는 이제 기존의 사회 안전망 시스템을 넘는 기본 소득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얘기한다. 그는 본인의 적성에 맞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사람들, 혹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 혹은 단순히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프랑스 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의 소득을 아무런 조건 없이 지불하는 기본 소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복지국가로 가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지오 교수는 정치인들의 공약 차원에서의 기본 소득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는 기본소득 정책이 정치적 레토릭이 아닌 실현가능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는 물론 행정 절차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 소득 정책 반대자들의 주장처럼,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려면 좀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데는 논의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지오 교수의 주장처럼 미래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소득을 지불한다면, 좀 더 행복한 미래를 그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또한 논의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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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열 프랑스 통신원(프랑스 EMBA대 한국무역과 교수)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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