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살해 백인 경찰관 유죄 판결, 그래서 미국은 나아질까

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대 진압에 나서고 있다.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 의해 자행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으로 미 전역으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기치로 항의 시위가 번졌다. (2020.6.1)ⓒAP/뉴시스

편집자주: 미국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을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백인 경찰관의 유죄 판결로 마무리 됐다. 이것이 미국 내의 인종차별이 꺾이는 분기점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인종차별 문제가 개선되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꽤 있다.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카운터펀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The Chauvin Trial is Dangerously Deceptive

미국 국민의 대부분은 제한된 경험과 삶의 반경을 벗어난 사회적, 정치적 현실에 대해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업계가 유포하는 놀라울 정도로 기만적인 주장이나 논리, 이미지에 대중이 홀라당 넘어가 왜곡된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그 예는 수없이 많다. 언론은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승리와 8년간의 집권 이후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흑인들의 성공이나 평등한 대우에 장벽이 되지 않고, 만일 그런 장벽이 있다면 흑인들의 마음 속에만 있다는 위험한 오해를 키웠다.

언론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알카에다와 911테러와 관련돼 있다는 거짓말을 계속 반복해, 자신을 구세주라 착각하는 군국주의자 조지 W.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할 근거를 마련해 줬다. 뿐만 아니다. 부시가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며 대량 살인을 저지르고 원유를 목적으로 제국주의적 침략을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이 들고 일어나지 않음은 물론, 부시가 재선되게 해줬다.

그뿐인가.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언론이 처음부터 밀었던 주장, 그러니까 도널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 백인 ‘노동자 계급’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실질 자료를 보여줘도 이에 대한 백인 중년과 노년의 진보 인사들의 거의 종교적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조지 W. 부시가 미 의회의 이라크 전쟁 승인안에 서명하고 있다. 당시 상원은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검토할 시간이 몇 달이나 있었지만,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논의를 이틀로 제한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모두 막았다. 조 바이든은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민주당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다. (2002년 10월 16일)ⓒ사진=인터넷 캡쳐

이제 언론업계의 최신 업적(?), 데릭 쇼빈 전직 경찰관의 재판이 있다. 용의자로 오해해 수갑을 뒤로 채운 채 그의 뒷목을 무릎으로 눌러 조지 플로이드를 백주대낮에 죽인 인종차별주의자 경찰 살인범에 대한 부끄러운 재판과정이 끊임없이 케이블 방송이 보도하고, 검찰 측과 변호인단 측의 주장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하는 게 과연 좋은 일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어떤 바보라도 쇼빈이 플로이드를 냉혹하게 린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재판을 그렇게까지 보여줘야 하는가? 변호사가 숨이 막혀 죽어가는 플로이드의 모습이 뚜렷하게 찍힌 9분 29초짜리 영상을 보여주면서, 쇼빈의 행동이 플로이드의 지병과 그가 복용해 온 진통제를 포함한 복합적인 사인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들어야 하는가?

변호인단의 전략은 영리하지만 반사회적인 헛소리다. 이 전략은 교도소 부족과 과밀 수용으로 이어진 악랄하고 인종차별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이용한다. 그것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노골적으로 이용한다. 플로이드의 살해와 쇼빈의 역겨운 변론을 되풀이해서 계속 들어야 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트라우마다.

한 사건이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잔혹한 인종차별적인 억압과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로부터 관심을 돌린 것도 문제다. 인종차별적인 감금과 유죄판결이 만연하고, 백인 경찰이 거의 일상적으로 흑인과 히스패닉을 장애인으로 만들거나 죽인다. (플로이드가 죽은 미니애폴리스의 외곽에서 사살된 단테 라이트와 시카고에서 항복의 표시로 손을 든 채 사살된 13세의 아담 톨리도 등 쇼빈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백인 경찰의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시카고의 활동가 제이 베커가 지적했듯, “안 그래도 백인 경찰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일이 드문데, 그런 재판을 지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쇼빈의 유죄 판결이 일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경찰청장이 부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도, 검찰이 기소를 한 사실 자체도 거의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재판은 백인 지배에 반발한 작년 여름의 전국적 시위가 모든 검경 당국과 권력층에게 얼마나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는지 보여주는 대목일 뿐이다.”

그렇다. 정말 위험천만한 것은 지식에 굶주린 미국 국민과 백인들이 이 사건이 인종차별적인 경찰이 일반적으로 처결되는 방식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보다 큰 오해가 있으랴.

백인 경찰의 살인 죄질이 너무 심각하고, 반박할 수 없게 영상에 찍혔으며, 너무 널리 알려져서 여론이나 법정에서 제대로 심판을 받거나 부분적으로나마 처벌에 성공한 경우는 몇 번 있었다. 1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너드를 16발 총격 사살한 제이슨 반 다이크 경관(2014년 10월)이나 교통법규 단속에 걸린 비무장 흑인 월터 스콧을 등 뒤에서 총격 살해한 마이클 슬래거 경관(2015년 4월)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살인 경찰이 그렇게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마이클 브라운이나 에릭 가너, 프레디 그레이 등의 살인자들이 그랬듯, 살인 경찰의 대부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재판처럼 한 도시의 경찰청장이 검찰의 편에 서서 증언을 하고, 여러 케이블 채널에서 재판을 매일 매일 보도하며, 주요 전국 언론과 뉴스에서 주요 재판 순간을 보도하는 경우는 그 비슷한 예도 없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이에 반발하는 '백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2020년 10월)ⓒ사진=인터넷 캡쳐

그렇다면 왜 이번 사건만 예외가 됐을까? 그것은 서로 연관돼 있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시민이 사건을 촬영하기도 했지만(월터 스캇과 에릭 가너의 살해 순간도 그렇게 영상에 담겼다), 중요한 것은 (백인 경찰들이 일반적으로 써먹는 변론처럼) 쇼빈이 ‘긴박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플로이드를 죽인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최근 단테 라이트를 죽인 킴 포터 경관도 분명히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둘째, 쇼빈의 살인은 단일 사건으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시위를 촉발했다. 수천 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찰의 행동 개선뿐만 아니라 구조 개혁을 외쳤다. 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종차별적 집단 체포 및 감금 국가의 해체를 요구한 것이다. 흑인을 재산 취급한 노예제도, 흑인 차별정책에 따른 테러리즘, 그리고 인종분리의 극단을 보여주는 슬럼화와 인종차별적 파시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가공할 형사제도의 해체를 요구한 것이다.

언론은 이 사건을 무시할 수 없게 되자, 발 벗고 나서서 또 다른 환상을 만들어냈다. 정부가 사회적, 인종적 정의에 대해 열정적이고, 선을 넘어가는 일이 있을 때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쇼빈은 최악의 현장 가해자도 거의 처벌하지 않는 악랄한 인종 억압 체제를 보존하기 위한 희생양일 뿐이다.

벌써부터 적반하장으로 자신들이 ‘급진적 좌파’와 ‘정치적으로 유리한(politically correct)’ 것만 좇는 정치인과 정부, 그리고 언론의 진정한 인종차별의 피해자라고 투덜대는 어리석은 백인 우파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언론업계의 과도한 플로이드-쇼빈 보도를 그 증거로 대면서 말이다. 이것이 미국의 미친 총기 문화상 가능한 백인 남성들의 총기 난사 사건을 더 부채질 하지나 않을까 염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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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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