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청년을 불러 모으기에 우리 교회는 안전한가?

자료사진ⓒ뉴시스

기독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많은 이유로 ‘목회자’가 꼽혔다. 반면 청년 사역자들은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목회자나 교회 리더십 때문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사역자들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복음의 본질을 듣지 못했’거나, ‘교회에서 가르치는 말씀이 청년 삶의 고민과 동떨어져서’,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해서’, ‘청년에 대한 이해 부족’, ‘교회의 비상식적 모습’을 꼽았다. 청년 개인 신앙을 원인으로 지목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는 기독교연구소인 ARCC(전병철 연구소장)이 지난 15일 ‘청년,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라는 제목의 온라인 포럼을 통해 밝힌 설문 조사 결과 중 한 부분이다.
설문 조사는 올해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현재 교회에 다니고 있는 청년 1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자의 연령 분포도는 91%가 20·30대(남성 40%, 여성 60%)로 이뤄졌고, 64%가 모태신앙이라고 답했다. 삶의 토대가 교회였던 사람들이 주 응답층을 이뤘던 것으로 해석된다. 응답자 가운데 20명을 '포커스 그룹'으로 선정해 '심층 면접 조사'도 진행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청년들이 목회자의 인성이나
언행 불일치, 리더십 때문에
교회를 떠나거나 교회를 떠날 고민을 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그런데 청년들이 목회자의 인성이나 언행 불일치, 리더십 때문에 교회를 떠나거나 교회를 떠날 고민을 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2013년 목회사회학연구소가 기독교인이면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성도’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했을 당시에도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교회나 목회자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고 답했고, 2011년 미래목회포럼과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2005년 통계청이 발표한 종교인 수를 근거로 서울 거주 성인 1400명을 대상으로 개신교인이 줄어드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10년 이내 종교를 바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개신교인들은 ‘믿던 종교에 대한 불신’이 천주교 신자나 불교 신자보다 높았고, ‘강제적이고 강요적인 전도를 자제해 줄 것’과 ‘성직자들의 자질 향상과 신뢰회복’ 등을 주문했다.

이미 10여 년 전 자료에서도 비슷한 설문 조사와 결과를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충격적인 것은 사역자들의 인식이다. 우물 안에 갇혀 성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역자들의 모습이 이번 설문을 통해 다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러니 안 떠나는 게 이상하지 않겠나.

너무 냉소적일지 몰라도, 나는 이 지점에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우려하는 속내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어진다. 청년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서?, 청년들이 교회에 다니며 말씀을 들어야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발생한 이런 교회에 계속 나가는 것이 맞을까?
당연히 탈출이 답이다.
떠나는 청년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그런 교회들은 ‘교회 아님’을
선포해야 함이 옳다.

좀 더 솔직해지자. 한국교회 교세가 감소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 아닌가. 청년 노동력이 아쉬운 건 아닌가.

일부 교회의 사례를 일반화해선 안 되고, 매우 극단적인 사례겠으나 평화나무가 취재해 사회적 논란이 된 심각한 그루밍 교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다음 세대 사역을 표방하는 곳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많은 청년이 여전히 신앙 훈련과 공동체를 갈구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29일 벙커1교회에서 열린 빛과진리교회-평양노회 규탄 기자회견ⓒ평화나무 제공

그런데 생각해보자, 그릇된 교리를 주입해 가학 훈련을 시키는 교회, 청년들의 연애사와 성관계까지 보고받고 간섭하면서 함부로 정죄하는 교회, 청년의 진로와 결혼 상대, 혼수까지 목사가 마음대로 정해주고 삶을 옥죄는 교회, 심지어 사역자가 미성년 교인까지 성추행·성폭행하는 교회까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발생한 이런 교회에 계속 나가는 것이 맞을까? 당연히 탈출이 답이다. 떠나는 청년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그런 교회들은 ‘교회 아님’을 선포해야 함이 옳다.

그러나 교회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교단들의 치리는 어떤가. 문제를 인식해 교회를 이탈한 교인들을 도리어 악마화하며 남은 교인들 단속에 함께 힘을 보탠다. 자신들이 쌓은 성이 무너질까 봐 노심초사할 뿐이다. 몇 교회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그들의 고민에서 사람과 영혼 사랑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 교회를 이탈한 교인들을 돌보는 목사가 공격을 당하는 괴기스러운 일까지 벌어진다.

검찰 못지않은 조직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목사들은 문제 교회 목사를 치리할 것처럼 말하며, 언론 단속에 힘을 쏟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분명하게 치리할 테니, 일단 언론 보도는 멈춰달라. 네가 기사화하면 나는 앞으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

교단을 막론하고, 목사들은 마치 각본이 있은 것마냥 말한다. 그중에는 결과적으로 가해 목사 편에 섰으면서 정의로운 척 속임수를 쓴 목사도 있었고, 교단 선배 목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쫄보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교회 분위기와 목사들 세계의 서열 관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때마다 사건마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레파토리를 읊어대는지.

하나님께서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이들을 돌보라고 맡겨주셨고, 그 일을 하겠다며 목사가 된 양반들이 교회에서 피해당한 이들을 제대로 돌보고 회복시키지 못할까봐 두려움을 갖는 것이 아니라, 선배 목사 눈치 보느라 또는 자기들의 치부가 드러날까 봐, 세를 잃을까 벌벌 떤다.

10월 29일 저녁 7시 서울 마포 벙커1교회에서 평화나무 주최로 ‘헤븐포인트 교회 곽세지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엔 헤븐포인트 교회 교인 12명이 참석해 장막 뒤에서 자신들의 피해를 직접 증언했다.ⓒ권종술 기자

지켜야 할 게 많으니 두려운 것도 많아지기 마련일 터. 목사들에게도 하나님보다 두려운 게 많아 보이는데, ‘성공하지 못할까 봐’, ‘세상에서 도태될까 봐’, 교회에서 예배하고 공동체 모임을 가질 시간에 공부하거나 일에 열중하겠다는 청년들을 어떤 논리로 설득하겠나 싶다. ‘정의’와 ‘공의’, ‘사랑’을 상실한 교회이니, 나오는 방법이 두려움을 주입하고 그루밍하는 것밖엔 없지 않았을까.

많은 교회들이 청년들을 잡겠다며
물량으로 쏟고, 이벤트로 현혹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생각하고 고민할 지점은
청년들을 불러모으기에
우리 교회는 과연 안전한가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설문을 해석하고 발표에 나선 교수조차도 교회를 떠나는 청년, 고민하는 청년들을 ‘신앙위험군’으로 단정 지었다. 이는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교회의 문제와 목사의 문제를 보고도 그 교회에 남아 ‘교회(의 세)를 지키겠다’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훨씬 더 위험하고 위태롭게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우선 논의될 쟁점은 청년 사역의 방향성이 아니라, 목회자 교육의 방향성이 아닐까.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도 가늠되지 않지만, 썩은 뿌리들을 도려내고 건강한 교회들이 설 자리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건, 교회마다 청년을 잡겠다며 동원하는 방법이다.

전광훈 씨가 총재로 있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이 운영하는 광화문ON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전 씨는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천만 조직을 결성하겠다면서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10일 이 어플리케이션에 올라온 ‘청년창업스타트업 공모 신청’ 란이 눈에 띄었다. 신기술 아이템을 보유한 청년 또는 단체에 심사를 거쳐 선발되면 최대 1억 원에서 10억 원의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체포 국민특검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이 같은 방안을 비단 전광훈 씨측에서만 동원하겠나. 많은 교회들이 청년들을 잡겠다며 물량으로 쏟고, 이벤트로 현혹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생각하고 고민할 지점은 청년들을 불러모으기에 우리 교회는 과연 안전한가이다.

세습만 하지 않았더라도,
교회 내 성범죄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교회가 정치와 유착한 이익집단만 되지 않았더라도,
이런 교회들을 제대로 치리만 했더라도,
아니 이런 문제에 당당히 ‘NO’라고 외치는
이들이 고초를 당하는 현실만 아니었더라도.

그렇다면 이런 교회라면 어떨까. 청년에게 함부로 반말하지 않고 존중하는 교회, 청년의 노동력을 함부로 요구하지 않는 교회, 이해되지 않는 성경 말씀을 얼마든지 질문할 수 있는 교회, 사회정의에 함께 참여하며 건강하게 목소리 내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회.

이런 수많은 바람을 적다가 이런 생각에 이른다.

세습만 하지 않았더라도, 교회 내 성범죄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교회가 정치와 유착한 이익집단만 되지 않았더라도, 이런 교회들을 제대로 치리만 했더라도, 아니 이런 문제에 당당히 ‘NO’라고 외치는 이들이 고초를 당하는 현실만 아니었더라도.

교회에 대한 기대치는 도대체 어디까지 낮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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