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건 좋지 않다.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있는 게 중요하다”
윤여정의 말처럼 제 93회 아카데미는 그를 비롯해 다양한 인종의 영화인을 만날 수 있는 시상식이었다.
특히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과 ‘노매드랜드’로 감독상·작품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감독,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 등 아시아계 영화인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백인 남성층만을 대변한다는 비판,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 그리고 미국에서 아시아 증오 범죄가 발생하는 현상 등을 의식한 방향으로 보인다.
다양성 의식한 아카데미...
‘기생충’ 이어 아시아 영화인 활약
아카데미(오스카)는 미국 영화업자와 미국 영화 예술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상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골든글로브와 미국배우조합상(SAG)와 함께 미국 3대 영화상으로 불린다.
그러나 100년에 가까운 시상식을 진행해오며 백인 남성층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관왕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봉 감독과 영화에 대한 의미를 넘어 비(非)백인 인종 영화의 포문을 열어젖힌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기생충’의 선전을 비롯해 이번 해에도 한국 배우 윤여정, 아시아계 배우 스티븐 연, 중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 등 다양한 인종의 영화인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여우조연상 부문에서는 배우 윤여정이 64년 만에 아시아계 수상자가 됐다.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 지는 윤여정의 수상을 두고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표시”라고 보도했다.
윤여정은 이날 아카데미가 마련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건 좋지 않다. 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라며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있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주요 수상 부문인 남우주연상에서 백인이 과반수를 넘지 않는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다.
스티븐 연은 오스카 93년만에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계 배우가 됐다.
‘사운드 오브 메탈’ 리즈 아메드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고, 채드윅 보스먼은 사망 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유색 인종이 됐다.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 아시아계 여성 최초 감독상
‘미나리’ 6개 부문 중 여우조연상 1개 수상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다 수상작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차지했다.
‘노매드랜드’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여우주연상 수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감독상에서 아시아계 감독이 트로피를 안는 건 지난해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이후 두 번째이며,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는 처음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감독상을 받으며 “이 상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신의 선함을 지키고, 서로의 선함을 지킬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가진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매드랜드’는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된 후 그 곳에 살던 여성 ‘펀’이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미국 감독조합상, 골든글로브 작품상 및 감독상 등 압도적인 수상 기록을 써내려갔다.
‘미나리’는 이번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여우조연상 한 부문에서 쾌거를 얻었다.
2개 이상 수상하진 못했지만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맹크’를 이어 ‘노매드랜드’와 함께 6개 부문에 올라 이번 시상식에서 2번째로 많이 노미네이트된 작품이 됐다.
아울러 오스카 역사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3개 부문 후보에 동시에 오른 3편의 영화 중 하나이자, 작품상 후보에 선정된 최초의 아시안 아메리칸 필름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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