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술·담배 때문? “암도 산재” 직업성 암 환자 찾기 시작됐다

직업성, 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와 보건의료노조 등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 직업성, 환경성 암환자 찾기운동 선포식’ 행사를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정부당국에 전국 직업성 암을 전수조사하고 산업재해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2021.04.28.ⓒ뉴시스

‘암도 산재’라며 직업성 암 환자 찾기 운동본부가 발족했다. 이들은 한 달간 직업성 암 환자들을 찾아 대규모 집단산재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직업성·환경성 암 환자 찾기 119’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플랜트 건설·학교 비정규직·화학섬유 노조는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 직업성·환경성 암 환자 찾기 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전 세계 일반 암 중 직업성 암 비율이 평균 4%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06%인 한 해 200명 규모로 터무니없이 적다”라며 “그만큼 숨겨져 있는 직업성 암이 많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연간 암 환자 발생 수는 24만 명이다. 이중 직업성 암으로 인정된 환자는 평균 4%라는 추정치를 적용하면 9천600여 명이어야 하지만, 실제 2015~2018년 4년간 평균 143명에 불과하다. 전체 암 환자 중 0.06%에 그치는 수다.

암 발병원인을 직업성 또는 환경성 요인이 아니라 술·담배·유전 등 개인적 요인으로 치부한 결과, 직업성 암 산재신청 자체가 적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연간 직업성 암 산재 신청자 수는 2015~2018년 4년간 평균 237명이다.

다만 직업성 암의 산재 승인율이 매년 증가하는 만큼 화학물질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2015년 46.9%였던 직업성 암 산재 요양 승인율은 2018년 60.8%로 올랐다.

민주노총 산별노조는 5월 한 달 동안 퇴직자를 포함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직업성 암 환자 찾기에 돌입한다. 연간 신청자 수 절반에 가까운 100여 명을 찾아내 한 달 뒤인 5월 26일 집단산재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보건의료노조는 각종 의료행위·심야 노동에 의한 혈액암과 유방암에 집중한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식당 및 급식노동에 의한 폐암과 혈액암, 화학섬유연맹은 석유화학·플라스틱·식품 가공에 의한 혈액암과 폐암, 플랜트건설노조는 용접·석면 노출 등에 의한 폐암과 중피종 신청자를 찾아 나선다.

아울러 이들은 ▲전국 직업성 암 전수조사하고 산재 인정할 것 ▲병원을 통한 직업성 암 환자 감시체계를 전면 도입할 것 ▲직업성 암 추정의 원칙을 법제화하고 적용기준을 확대할 것 ▲발암물질 노출 노동자를 위한 건강관리카드 제도를 확대할 것 ▲노동자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산업기술보호법을 전면 개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근 비료공장에서 불법으로 사용한 담뱃잎 때문에 집단으로 암에 걸린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최재철 직업성 암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했다. 정부는 2019년 장점마을 집단 암 발생과 마을 비료공장이 배출한 유해물질 사이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했다.

최 위원장은 “마을에 암 환자 비율이 50%에 가깝다. 주민들을 위한 특별대책을 세워달라”라며 주요 산업단지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환경성 암 환자 찾기 운동도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성암119는 상반기 직업성 암 환자 찾기 이후 하반기 제철소와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포항, 광양, 울산, 여수, 서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환경성 암 환자 찾기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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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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