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21세기 광대로 산다는 것, 연희집단 The 광대의 이야기

“우리 공연 누구나 유쾌하게 관람하길...우린 그런 걸 제일 잘하는 사람”

연희집단 The 광대(왼쪽부터 안대천 대표, 김수연 기획자, 선영욱 부대표)ⓒ김세운 기자

[공연후]막이 내린 후, 어떤 한 장면이라도 관객 가슴을 깊게 파고든 공연이 있다면, 그것은 좋은 공연이다. 좋은 공연은 막이 내린 후에도 긴 생명력을 갖는다. 그 건강한 생명력이 허공을 떠도는 것이 아니라, 활자로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기획이 시작됐다. 그 생생한 감동과 날 선 이야기들을 조금이나마 묶어 두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옛날 옛적 민중들을 위로하기 위해 저잣거리에 판을 벌이고 재주 한판 벌이며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던 광대들이 있었다. 풍물, 탈춤, 재담, 남사당놀이로 경쾌한 에너지를 쏟아내는 광대들을 지켜보며, 서민들은 잠시나마 근심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1세기 시민들은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블루가 웃음을 집어삼켰다. 만남과 만남도 차단시켰다. 실컷 떠들고 노래할 일도 없어졌다. 이런 활력을 잃은 자리에 시원한 연주와 재담을 늘어놓는 광대들이 있다. 바로 연희집단 The 광대(이하 The 광대)였다.

지난 3월 '딴소리 판' 무대에서 "거지 거지,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라고 노래하며 유쾌한 거지들의 유랑 한판을 보여준 The 광대는 객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관객들은 '얼쑤' '얼씨구'를 외치며 호응했다. 코로나19로 사라졌던 웃음들이었다.

The 광대는 전통연희 전공자들과 무형문화재 고성오광대 이수자들로 이뤄진 예인단체다. 풍물, 탈춤, 무속, 남사당놀이 등 한국 전통 예술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호흡도 놓치지 않는다. 21세기 관객들이 연희집단 The 광대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2006년 창단돼 현재까지 관객과 소통하고 있는 The 광대 소속 안대천 대표, 선영욱 부대표, 김수연 기획자 등을 만났다. 15년간 The 광대가 해온 연희는 무엇인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무엇인지 등 21세기 광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성오광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된 탈놀이다. 고성오광대 보존회가 다른 무형문화재와 비교해도 탄탄하게 조직이 잘 이뤄져 있다. 어릴 때부터 고성에서 나고 자라면서 고성오광대를 배우신 분들이 (대표님) 동기 기수에 몇몇 있었던 거다. 여기에 속하고 저기에 속하는 분들이 있으셔서, 처음에 학교에서 시작했지만, 같은 걸 공부하고, 같은 걸 고민하는 분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같이 단체를 만들어보자, 라고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김수연)

"연희극을 만드는 단체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일단 있었다. 저 개인적으론 학교 다닐 때 한 연출가 선생님이 연희극을 너희가 해야 하는 건데, 연극하는 사람이 한다고 해서 연희극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셨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수업할 때 나왔던 아이디어나 이런 것이 그 연출가가 공연했던 한 국립단체 공연장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든 생각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누가 돈 번다더니'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럴 거면 우리가 하자고 해서 연희극을 만드는 팀이 처음에 만들어졌다."(안대천)

광대 탈놀이 '딴소리 판' 한 장면.ⓒ연희집단The광대 제공

판소리 속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딴소리 판'

The 광대는 최근 '딴소리 판'이라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 흥보가 등 판소리 5마당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The 광대의 연희를 더한 작품이다.

'딴소리 판'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20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인류무형유산활용공연 우수공연작품 선정작, 2021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문화공감 선정작, 202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레퍼토리 선정작 등 다수의 사업에 선정된 이 작품은 올해에 더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저희 대부분의 공연은 완전 창작 스토리다. 대부분의 작업은 항상 창작,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딴소리 판'은 예외였다. '딴소리 판'의 기획 의도 자체가 좀 있는 이야기로 해보자, 이야기를 뒤틀고 재편집해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특별하게 오만 이야기를 다 모아왔다."(김수연)

단원들은 서양 고전, 지역 설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아이디어로 들고 왔다. 서로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적고 투표하고 결을 만들어 나갔다. 김수연 기획자는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은 판소리가 아니라, 판소리가 가진 사설, 이야기였다"며 "그 내용을 가지고 연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판소리를 재해석해보자는 막연한 The 광대의 의견에 정진새 작가님이 '거지'라는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셨고, '거지'를 중심으로 5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우리의 색이 잘 보이는 유쾌한 극을 완성해주셨다. 또 최여림 연출님이 광대들의 매력이 잘 드러나도록 탄탄한 짜임새의 멋진 연희극으로 완성해주셨다."(김수연)

'딴소리 판'에는 별의별 거지들이 출몰한다. 문둥춤의 창시자, 의존적인 관계인 마·골·피, 양반 출신 거지, 말 잘하는 거지 등이 등장해 관객 대신 아주 신나게 놀아준다. 관객도 덩달아 신나는 이유다.

여기에 동시대적 감각으로는 공감이 어려웠던 판소리 속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너지를 더한다. 거지들은 적벽대전, 수궁, 잔치 등에 등장해 전통적 가치에 깽판을 놓기도 한다. 춘향이도 몽룡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떠난다.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론 잊혀져 가는 이 이야기들을 아이디어로 제시한 것은 선영욱 부대표였다.

"원래는 이걸 어린이극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춘향전, 흥보가 등 흔히 아는 이야기지만 흔히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먼저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판소리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조금씩 합쳐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면 웃기면서도 재밌을 것 같았다."(선영욱)

연희집단 The 광대(왼쪽부터 김수연 기획자, 안대천 대표, 선영욱 부대표)ⓒ김세운 기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바뀐 공연 지형
그럼에도 The 광대가 추구해온 전통연희는 계속

연희라고 하면 딱딱한 전통만 떠올릴 법도 하다. 하지만 The 광대의 연희는 그렇지 않다.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단원들의 아이디어, 퍼포먼스, 색 등을 다양하게 입혔기 때문이다. 이들의 레퍼토리 공연으론 전통예술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 거리광대극 '홀림 낚시' 등이 있다. 이밖에도 많다. 이들의 이야기엔 경계도 한계도 없다. 안대천 대표는 "(이야기에) 제한을 두거나 그러지 않는 것 같다.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대로 확장해 나가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희가 사라졌다. 거리든 실내든 장구와 꽹과리를 치고, 버나 놀이를 하고, 탈춤을 추며 관객과 직접 호흡해 온 The 광대에게도 코로나 시기는 쉽지 않은 시기였다.

공연계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연장을 가는 것도 어려웠고 거리에 모여있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전통연희자들을 포함해 공연예술인들은 관객을 더 잘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The 광대도 마찬가지였다.

"연희자체의 성향이기도 하지만 저흰 작은 공연이든 큰 공연이든 관객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을 1순위로 두는 팀이다. 관객 컨택이 되게 많은 공연이 다수인데 그런 것들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할 수 있는, 소소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 쪽으로 한두 개라도 일을 만들어서 했었다."(안대천)

"보완해서 말씀드리자면 작년에 '말맛담기'라는 프로젝트를 했다. 말맛담기 프로젝트는 지역별로 방언이나 재밌는 사투리나 재담 같은 것들을 우리가 수집해서 다음 공연에 써보자는 프로젝트였다. 사실 일반인을 만나려 했는데 전통연희와 관련 있는 분들, 예를 들어 무형문화재 선생님 아니면 지역에 내려져 오는 인형놀이 전수자 선생님 등을 만났다. 그래서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강원도를 가기도 했다. 이북 지역은 저희가 갈 수 없으니 이북에서 오신 분을 만나 말도 배웠다. 그런 프로젝트 영상을 한편 한편 연재하기도 했다."(김수연)

"코로나 때문에 관객들하고 못 만나서 힘든 부분도 있다. 또 관객을 만나기 어려우니까 어떻게 관객을 만나야 하고, 무대에 섰을 때 관객에게 가까이 못 가니까 어떻게 우리가 무대를 채워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선영욱)

The 광대는 대화만으로도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단체였다. 팀의 정체성을 선영욱 부대표 대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선 부대표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The 광대가 추구해온 전통연희에 대해 "딱 하나 있다"며 "바로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유쾌함"이라고 답했다.

"저희 공연은 누구나 밝고 유쾌하게 관람하면 좋겠다. 우리는 그런 부분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제 성향도 약간 그런 것 같다. 무겁고 어두운 것보다 성향 자체가 밝은 것을 지향하고 공연도 밝고 건강한 공연이 계속 만들어지길 바란다."(안대천)

"사람들이 The 광대 공연을 보고 '이 공연 때문에 정말 즐거웠어', '며칠 힘들었는데 이 공연 보고 힘든 게 날아갔어'라고 했으면 좋겠다"(선영욱)

The 광대의 연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딴소리 판' 무대가 더 열린다. 오는 7월 10일 군산예술의전당, 10월 8일 울산광역시학생교육문화회관, 9월 25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11월 12~14일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광대들의 소식은 '연희집단 The 광대' 블로그(클릭) 혹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클릭)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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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집단 The 광대는 오는 30~31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광대 탈놀이 '딴소리 판'을 선보인다.ⓒ연희집단The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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