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동이야기] 코로나19 감염 후 우울증 앓는 노동자들

집단 감염 겪은 콜센터 노동자들, 회복 이후에도 고통 받았다

코로나19의 위협, 어느 정도인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무증상인 비율이 85%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50대 미만 사망자는 24명으로,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이 0.1%를 밑돈다. 2020년 전세계 사망률 통계를 보면 국내 사망률은 연령 보정 사망률이 2.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률로 실제 사망이 많이 늘어나지 않았고, 이동량의 감소와 같은 다른 요인의 작용으로 실제 사망률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의 수급, 변이 바이러스 추이, 다른 나라의 상황 등 아직 넘어야 할 고비는 많지만, 국민들의 많은 희생으로 한국은 최악의 상황은 피해 가고 있는 것 같다.

▲ 표 1, 연령대 별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치명률 (질병관리청, 2021. 04. 26)ⓒ기타

코로나19 감염자에게 나타나는 우울증

국내에서 진행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 감염 이후 4주째 심각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이 15.6%, 같은 기간 중간 정도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하는 비율이 3.1%라고 보고됐다. 유사한 도구를 사용하여 진행한 국내 일반 인구 집단에서 우울감 경험률이 6.7%였던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있었던 사회적 차별, 편견으로 인한 고통을 중요한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2020년 3월 콜센터 집단 감염을 경험했던 콜센터 노동자를 대상으로, 1년이 지난 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49명의 코로나19 감염자들 중 13명(26.5%)이 우울 증상을 호소했다. 자살 생각이 있었던 비율은 7.6%, 자살 시도나 계획이 있었던 사람의 비율도 5% 수준이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응답자의 35.2%에서 확인되었다. 1년이 지났지만 집단감염을 경험한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였다.

근무중인 콜센터 노동자들 (자료 사진)ⓒ제공 = 뉴시스

콜센터 노동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2020년 3월 8일, 한 콜센터 근무 노동자가 처음으로 확진됐다. 이후 이 회사 전체 직원 143명 중 89명이 감염됐다. 짧은 기간 동안 전체 직원의 60%가 넘는 인원이 감염된 것이다. 이 같은 집단 감염의 가장 중요한 1차적 원인은 밀접 공간에서 말을 계속해야 한다는 직업적 특성이다.

더불어 이러한 상황을 더 악화 시킨 건 아파도 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방역 당국에선 아프면 쉬라고 했지만, 쉴 수 없는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쉬게 되면 이 노동자를 대체할 인력이 없어서다. 기업들이 연차나 병가를 고려한 적정 인력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또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연차 소진 후 사용하는 병가는 월급이 줄어드는 일이다. 생활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아파도 일하러 나와야 하는 상황이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발생했다. 감염된 노동자들이 생활치료센터, 병원 등에서 평소와 동일한 업무, 심지어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한 비율이 20%가 넘었다. 전체 감염자 중 40% 이상이 치료 기간 및 자가 격리 기간 중에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치료가 끝나고 직장에 복귀하고 난 이후에도,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병원 이용을 거부 당하고, 주변에서 쳐다보는 시선을 견뎌야 했다. 언론은 이들을 ‘자기 관리 못한 파렴치한’으로 취급했다. 심지어 주거지가 공개돼 이웃들의 눈총이 힘들어 이사를 가야만 했던 상황도 확인됐다.

감염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도 이어진 고통

감염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처음엔 다행이라 여겼지만, 곧 차라리 감염되는 게 나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올 때까지 집에서 격리하며 일해야 했고, 직장에 복귀하고 나서는 적은 인력이 남은 일을 해야만 했다. 감염에 대한 불안은 여전했고, 비감염자들에 대한 직장에서의 위로와 배려는 없었다. 자가 격리 이후 직장에 복귀하고, 복귀한 이후 업무 정상화가 될 때까지 3개월 동안 극도로 증가한 업무량을 감당해 내야만 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콜센터 노동자 코로나19 집단감염, 고용노동부 긴급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4.15ⓒ김철수 기자

지금은 좋아졌나?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바뀐 것은 두 가지 정도다. 하나는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일부 노동자들이 재택 근무를 해 밀집도가 일부 낮아진 점이다. 이로 인해 감염 위험은 일부 줄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전화 상담을 해야 하는 상황은, 건강에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상담하는 동안 호흡 곤란을 호소한 비율이 50%, 두통을 호소한 비율이 29.4%, 피부 질환 호소가 42.4%를 차지했다. 마스크에 의존하는 코로나19 감염 예방법을 계속 말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의 강요라는 생각이 든다.

바뀌지 않은 게 또 있다. 아직 아프면 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연가와 병가를 고려한 적정 인력을 확보돼야 하지만, 원청 기업들은 적정 인력을 확보할 만한 비용을 지급할 생각이 없다. 또다시 기업의 이윤 앞에 노동자의 건강이 위협 받는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보험을 통한 유급 병가 도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이전 어떤 집단 감염 상황보다 높은 무증상 감염력을 보였다. 또 전 세계 이동 증가 등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이로 인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끝이 아니었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상황, 코로나19와 만나 더 위협적인 상황을 만드는 노동조건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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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직업환경의학전문의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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