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보] “지금 민주주의가 정말 민주적일까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김연수 이사 인터뷰

학창시절 사회 공부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대학생이 되고 노동자와 농민, 빈민 등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마주했다. 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기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7일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만난 김연수(38)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의 이야기다. 그는 그 중심에 ‘민주주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진보, 보수 모두 민주주의를 강조해요. 그런데 지금 민주주의라고 칭하는 게 정말 민주적인가 질문이 필요하더라고요. 지금은 ‘다수자 민주주의’로, 숫자가 좀 더 많으면 계속 이기는 식이에요. 민주주의가 더 민주적이려면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좀 더 잘 들리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죠.”

김연수 빠띠 이사가 민중의소리와 지난 27일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 이사는 대학원에서 사회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바꿈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2015년에 만들어진 5년 한시 프로젝트 조직이다. 김 이사는 공론장과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청년들과 함께 ‘우리가 꿈꾸는 대학’이라는 주제로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관해 토론하거나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여러 정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이 모여 같이 이야기 나누는 공론장 행사를 여는 등의 활동을 했다.

2019년 12월19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개최한 ‘청년 정치 네트워크’ 행사에서 김연수 이사가 사회를 보고 있다. 행사에서는 8개 정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김연수 빠띠 이사

바꿈 조직이 지난해 해소되면서 김 이사는 바꿈과 같이 공론장을 중요하게 여기며 활동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로 자연스럽게 넘어가 공론장을 구축하고 확산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공론장을 열었던 바꿈과 달리, 빠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융합이 핵심이다. 빠띠는 정당을 뜻하는 프랑스어 ‘parti’에서 따온 명칭으로, 정치(parti)에 파티(party)처럼 즐겁게 참여(participation)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자본 독점 아닌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플랫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삶을 이분법적으로 딱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점점 더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항상 들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밥 먹으면서, 일하는 도중에도 계속 보죠. 연결돼 있는 거예요. 빠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괄하는 의미로 ‘디지털’ 공론장이라는 표현을 써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는 디지털 전환의 과정에 있고 코로나19는 이러한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고 있죠.”

문제는, 디지털 기술을 주도하는 게 자본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는 “자본과 국가가 플랫폼을 독점하면 민주주의에 큰 문제가 생긴다. 플랫폼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빠띠가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을 택한 이유도, 기업이 돼서 이윤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항상 민주적으로 통제되기 위한 데 있다.

실시간+일상의 공론장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빠띠에서 김 이사는 ‘믹스팀’ 팀장이기도 하다. 믹스팀은 지난해 3월 런칭한 빠띠 믹스를 통해 시민사회단체와 협업해 디지털 공론장을 제공한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토론하기 전 관련 주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지난 24일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서울청년유니온과 빠띠 믹스는 ‘공정의 대안을 찾아서’ 공론장을 열었다. 행사 시작 전 빠띠 믹스 플랫폼에서 투표가 이뤄졌다.ⓒ빠띠 믹스 홈페이지 캡쳐

예컨대, 지난 24일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서울청년유니온은 빠띠 믹스팀과 협업해 ‘공정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공론장을 열었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 빠띠 믹스 홈페이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의견을 댓글로 나누고, ‘임금노동으로 의식주에 문제가 없다면, 청년은 여전히 주식 투자에 열광하게 될까요?’에 대한 투표가 이뤄졌다. 토론 전에 주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난 24일 빠띠 믹스는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서울청년유니온과 ‘공정의 대안을 찾아서’ 공론장을 열었다. 줌으로 ‘실시간 공론장’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빠띠 믹스팀

토론은 줌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론장 대신 모두 줌으로 대체하고 있다. 발제를 듣고 4~5명씩 나뉘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다시 믹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정 말고 OO(이)야!” 문장에 맞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토론을 통해 정리된 생각을 글로 남겼다. ‘실시간 공론장’과 홈페이지에서 이뤄지는 ‘일상의 공론장’을 융합한 모델이다. 김 이사는 일상의 공론장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믹스 어플리케이션도 곧 출시한다고 소개했다.

“바꿈에서는 오프라인에서만 행사를 진행되다 보니 끝나면 휘발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빠띠 믹스를 통해 행사를 진행하면 그날 이야기 나눈 것을 플랫폼에 정리해 올리고 댓글로 논의가 이어지는 거죠. 실시간 공론장과 일상의 공론장이 합쳐지니 시너지 효과가 커요.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소통 과정을 거쳐 더욱 민주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이 형성되는 거죠. 아카이빙도 잘 되고요.”

“시민권 행사할 수 있는 힘 주는 것”

빠띠 믹스는 이러한 ‘시민주도 디지털 공론장’을 통해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힘을 가지기 바란다.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토의를 통해 공론을 형성하고 제도화까지 이뤄낼 수 있도록 공론장 자체가 힘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김 이사는 “이제 시작했으니 아직 그런 힘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언급했다. “국민청원의 도입은 일단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 것이라는 점에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국민청원은 힘은 가지고 있지만 토론이 이뤄지긴 어려운 것 같아요. 억울한 사연을 알리는 신문고 같은 느낌이죠. 숙의와 토론을 전제로 공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빠띠 믹스가 국민청원과 같은 힘을 가지게 되길 목표로 하고 있어요.”

김 이사는 한국 사회에서의 디지털 공론장의 원형을 2008년 촛불시위 때 큰 힘을 발휘했던 ‘다음 아고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큰 시위들은 사회 운동조직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당시 인터넷 공간에서 시민들이 힘을 모은 것이다. 동학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공론장이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대립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믹스는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 사용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신고받으면 검토해 조치를 취한다. 댓글 칸에 ‘차별과 혐오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표시를 새길 계획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없앨 순 없어요.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론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가 더 잘 작동하도록 해야 하죠.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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