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흑인 부모는 백인 경찰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비무장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죽였다. 플로이드는 거의 9분동안 숨을 쉴 수 없다며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했고, 주변에는 영상을 찍으며 경악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 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일파만파로 미국 전국에 확산했다.ⓒ뉴시스/AP

편집자주: 2014년 기준 미국 백인의 평균 수명은 79.1세였지만 흑인 남성의 평균 수명은 72.5세에 불과했다.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경찰 폭력은 미국 흑인 남성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흑인 남성 1000명 중 1명은 경찰의 손에 죽는다고 한다. 작년에 백인 경찰들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이후 이런 현실이 주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이를 확산하고 흑인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기 위해 흑인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있는 영국의 가디언지다. 곤란한 입장에 놓인 흑인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뭐라고 이 현실을 얘기하는지를 모은 가디언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They are taught to fear us’:Guardian US readers on explaining the police to their Black children

‘우리는 딸에게 이 나라에 대한 진실,
이 나라의 폭력적인 과거와 현재를 가르친다’

우리 남편은 내가 사는 도시에 몇 안 되는 흑인 경찰관 중 하나다. 딸 아이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관한 보도를 텔레비전에서 본 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물어봤다. 우리는 모든 경찰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 마음속에 인종차별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설명해줘야 했다.

난감했다. 자기 아빠가 경찰복을 입고 있는데 사람들은 경찰 욕을 하고 나쁜 경찰도 있다고 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아빠가 아스팔트 위에서 목이 눌렸던 바로 그 검은 피부의 사람이기도 했다.

우리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우리도 그럴진대 딸에게는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우리는 이 나라에 대한 진실, 이 나라의 폭력적인 과거와 현재를 가르침으로써 이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가슴 깊이, 남편이 경찰로서의 말과 행동으로, 앞으로 찾아올 변화 자체임을 믿는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 샨다, 캔사스 주, 흑인 아빠와 백인 엄마를 가진 8살 여자아이의 엄마.

‘동생에게 앞으로의 인생이 길게 펼쳐져 있다고 안심시키고,
대부분의 경찰에게는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켰다’

6살짜리 남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오히려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어젯밤 잘 자라는 인사, 사랑한다는 인사를 나눌 때, 동생에게 얼마나 잘 생기고 착하고 완벽한지 얘기해 주고는 이제 들어가 자라고 했다. 동생은 불을 끄면서 말했다. “내가 죽으면 기억해 줘야 해!” 다시 동생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내가 죽으면 기억해 줘야 한다고. 경찰이 날 쏘면 나는 죽을 거야.”

어떤 가족이라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우리는 동생에게 앞으로의 인생이 길게 펼쳐져 있다고 안심시키고, 대부분의 경찰에게는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켰다. 동생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나는 울 뻔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거라고 얘기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 익명, 버지니아 주, 2세부터 24세까지의 7 남매 중 맏이.

지난 4월 13일, 차를 세우라는 교통 경찰의 말을 순순히 들은 흑인에게 미국 경찰이 소리를 지르며 총을 겨누고 차에서 내리라고 하고 있다. 경찰은 결국 이 흑인 장교 구티에레즈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그를 폭행했다. 흑인 경찰도 흑인들을 이렇게 대하는 게 미국의 실정이다.ⓒ사진=인터넷 캡쳐

‘아들을 육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아들이 고등학교 때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

지난 수년 간 내가 가장 걱정했던 아이는 뱁슨 칼리디 대학생인 21살의 맏이였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였다. 엘리트 사립 고등학교를 다니던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맨하튼에서 지하철을 타려 할 때, 뉴욕경찰이 아들을 검문했다. 대부분이 상류층 백인이었던 친구들은 아무 문제없이 지하철 입구를 통과했는데, 아들만 세워서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한 것이었다. 집에 온 아들은 분개했다.

맏이가 좀 컸을 때부터 아들이 경찰이나 범죄자들에게 폭력을 당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맏이가 고등학생이 된 이후 나는 후회스러울 정도로 엄격했다. 나는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아들을 훈련시켰다. “친구들이 마약을 소지하고 있는지 아닌지 진짜로 아는 거야? 친구들이랑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검문이라도 당하면, 엄마와 아빠는 너를 구치소에서 빼낼 보석금이 없다.” 아들을 육체적으로 보호하고, 그 아이들의 평판을 지켜줘야 한다는 나의 강박 때문에 맏이는 그 시기에만 가질 수 있는 고등학생으로서의 경험을 안타깝게도 너무 많이 포기해야 했다.

경찰이 미국 사회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각자의 총체적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경찰과의 상호작용의 경험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경찰 제도나 정책의 개혁에 대한 생각도 양극화된 것 같다.

4살 짜리 딸의 눈에는 경찰이 보호자요, 친구다. 친절하게 말 걸어오는 모든 경찰에게 자기 이름을 밝히고 수다도 떨 것이다. 중학생인 아이들의 경험은 다르다. 그 아이들은 비무장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들의 폭력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경찰이 진정 누구의 편인지에 대해 의문을 지니고 있다. 맏이의 경우에는 미국의 여느 흑인 남성과 마찬가지로, 경찰의 검문에 얼마나 고분고분하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자기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애들을 붙잡고 있는 사실을 굳이 걸러 내거나 얘기하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백인 경찰들은 경찰이 미국 사회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 자기 자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주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들과 내가 자식들에게 똑같은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

- 크리스탈, 뉴욕 시, 4세부터 21세까지의 4 남매의 엄마.

린칭은 흑인들과 유색인종을 공포에 몰아넣고 복종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쓰인 흔한 수단이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877년부터 1950년 사이에 미국 남부에서만 기록된 흑인 린칭 사건이 4400여 건이라고 한다.ⓒ사진=인터넷 캡쳐

‘그들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우리 흑인들을 두려워하도록 교육을 받았다’

둘째와 셋째에게는 경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해 준다. “경찰은 너희들의 친구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보호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잡아가기 위해 경찰이 있는 거다. 그런데 경찰이 누구를 보호해야 할지, 누구를 잡아가야 할지 구분을 정확하게 못 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경찰이 보이면 엄마를 부르러 와라.”

맏이에게 하는 얘기는 다르다. 맏이에게는 경찰이 만들어진 역사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경찰이 많은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일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경찰은 자기가 좋은 사람, 우리 같이 생긴 흑인들은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를 머리에 박히도록 끊임없이 듣는다. 경찰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흑인이 두려운 존재라고, 너처럼 생긴 사람들, 그 중에서 특히 남자들이 위협적이라고 교육받았다.”

- 마크, 텍사스 주, 5세부터 13세까지의 3 남매의 아빠.

‘진정한 정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찰 제도를 근본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

나는 아들에게 흑인 차별에 관한 여러 영상을 보게 했다. 에미트 틸 사건, 각종 린칭들이나 재판들, 미국의 교도소 시스템과 그것이 흑인사회에 미친 영향, 특히 흑인들의 가족제도에 미친 영향(아버지의 부재를 야기)에 관한 온갖 영상을 보게 했다. 공감하는 따뜻하는 마음으로 두 아들에게 그 아이들이 왜 아버지 없이 자라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고 싶어서였다.

(에미트 틸 사건은 1955년 백인 남성 두 명이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몸 부분 부분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14세 소년을 구타해 죽였는데, 무혐의로 풀려났다가 공소시효 만료 후 범죄를 시인한 사건이다.)

나는 영상들을 함께 보며, 맏이에게 미국 경찰의 역사, 경찰이 노예제를 위해 한 역할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역사가 너무 깊어서, 현대 사회에 진정한 정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찰 제도를 뿌리째 뽑아내 해체한 후 완전히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가르쳤다.

- 이야나, 샌프란시스코 시, 2세과 11세 아들 둘을 둔 엄마.

미국에서는 흑인이나 유색인종이 백인에 비해 불시 검문, 체포, 구속,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월등하게 높다. 같은 유죄 판결을 받아도 형량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그래프는 2014년 기준, 미국의 주 및 연방 감옥에 있는 수감자들의 인종 구성을 보여준다. 왼쪽 그래프는 미국 전체 인구, 오른쪽 그래프는 수감자의 인종 구성이다. 주황색이 백인, 하늘색이 흑인, 초록색이 히스패닉이다.ⓒ그래프=인터넷 캡쳐

‘우리는 아들에게 젊은 흑인 남성들이 무장을 하고 위험하다는 인식,
그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한 인식이 있다는 걸 설명해 줬다’

흑인인 아들은 백인 경찰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나와 남편은 백인경찰의 흑인 살해 문제의 두 측면에 대해 설명해 줬다. 한편으로는 경찰이 현장의 긴장감을 낮추는 훈련이 안 돼 있으며,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리고 젊은 흑인 남성들이 무장을 하고 위험하다는 인식, 그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한 인식이 있다는 걸 설명해 줬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들에게 경찰과 접촉하게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말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남편은 아들에게 무조건 접촉이 없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뛰지 않고) 그런 상황을 피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변수가 너무 많아 결과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서 아들이 공중화장실에 가는 것조차도 두렵다.

아들은 몸집이 크고 음악 관련 타투들이 있다. 나는 아들이 백인 경찰의 폭력 뿐만 아니라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될까봐 무섭다. 일반적으로 봐도 인생은 고되다. 그런데 흑인 남성과 여성에게는 인생이 훨씬 더 고되다.

- 익명, 테네시 주, 21세 아들을 둔 엄마.

‘나는 아이들에게 경찰이 말을 걸어올 수 있으니,
개와 산책할 때조차도 신분증을 들고 다니라고 가르쳤다’

나는 아이들이 3세가 된 이후부터 경찰에게 순응해야 하고, 순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가르쳤다. 첫째와 둘째는 키가 193cm가 넘는 장신의 흑인 남성들이다. 그 중 하나는 자폐증이 있어 경찰의 이목을 끈다. 그럴 때면 나는 절박한 아버지로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아이의 상태를 설명해줘야 한다.

나는 예전에 아이들과 내가 각자 경험했듯, 아이들에게 경찰이 말을 걸어올 수 있으니, 개와 산책할 때조차도 신분증을 들고 다니라고 가르쳤다. 우리는 신분증이 없으면 마당 잔디도 깍지 않는다.

운전을 하다가 경찰이 차를 세우면, 천천히 움직이고 경찰들에게 극존칭으로 ‘예스 써(yes, sir)’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아버지가 내게 가르쳤듯, “경찰은 우리 흑인들의 목숨이 자기네 손아귀에 있음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하면 집에 무사히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 코리, 코네티컷 주, 7세부터 25세까지의 아이들 3명의 아빠.

2020년 8월, 미국 조지아 주에서 열린 한 '백인 생명도 소중하다' 집회에서 무장한 참석자가 경찰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경찰당국이 아들들과 그 아이들의 백인 친구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르친다’

나는 아들들이 10대였을 때, 경찰과 접촉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아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꼭 가르쳤다. 나는 아들들이 학교에서 배운 ‘만인을 위한 정의’가 현실 세계에는 없다고 설명해 줬다.

미국 사회가 백인 청소년보다 흑인 소년들을 성인으로 취급해 기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들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그 결과도 점점 심각해진다는 것도 설명해 줘야 했다. 게다가 우리가 아들들의 백인 친구들의 가족들처럼 사회적인 연줄이 많은 것도 아니니, 경찰 당국이 아들들과 그 아이들의 백인 친구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르쳤다.

- 익명, 텍사스, 성인 아이 4명의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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