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공소권 유보부 이첩’ 담은 사건사무규칙 제정

자료사진ⓒ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의 반발을 샀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명문화한 사건사무규칙을 제정했다.

공수처는 4일 수사 실무 절차를 규정한 사건사무규칙을 공포하고 이날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3편 35개조 및 25개 서식으로 이뤄진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사건의 접수부터 수사, 이첩 절차, 공판수행 등 사건사무 처리의 전반적인 업무 절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검찰이 반발했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명문화한 조항도 이번 사건사무규칙에 포함됐다. 규칙 25조는 공수처장이 공소권까지 보유한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면서, 추가수사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수사기관이 수사를 완료한 이후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나아가 이처럼 다시 공수처로 이첩을 요청했을 경우 '단순 이첩이 아닌 입건'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된 불법 의혹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공수처가 다시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기소(공소제기)는 공수처에서 판단하겠으니 수사를 마치면 이첩하라'며 '기소권(공소권) 유보부 이첩'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사건에 연루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 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를 직접 기소했다.

당시 검찰 측은 공수처의 '기소권 유보부 이첩' 요구에 대해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공수처는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할 것을 대비해 '공소권 유보부 이첩'에 대한 근거를 사건사무규칙에 마련해 둔 것이다.

다만 사건사무규칙이 공수처 내부의 규정으로 다른 기관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공소권과 이첩을 둘러싼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을 통해 검사 사건에 관한 공수처의 우선권을 규정했다. 규칙 26조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해당 수사기관의 장이 수사를 중지하고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했다.

공수처가 이첩 요청권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수사의 진행 정도·기간 ▲사건의 중대성 ▲수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 여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공소시효 만료의 임박 여부 등을 고려 요소로 뒀다. 이 같은 기준을 통해 이첩 요청권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14일 이내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으며 긴급체포 등의 사정이 있으면 협의 하에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경찰 등 사법경찰관이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사건을 수사할 때 공수처 검사에게도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 신청도 가능하도록 했다. 공수처는 이를 위해 영장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물론 기존처럼 검찰청 소속 검사에게도 신청할 수 있다.

공수처는 향후 사건사무규칙의 해석과 적용에 혼선이 있을 경우 공수처 수석부장,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경찰청 수사국장 등의 협의체와, 공수처 수석검사, 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담당관 등으로 구성된 실무협의체가 협의를 통해 논의할 방침이다.

규칙에는 수사·공소 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수사를 종료하면 수사결과에 대한 의견서와 사건기록 등을 공소제기와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에게 인계하는 등 직제를 통해 수사와 공소를 분리했다.

인권수사 원칙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규칙에서는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원칙적으로 임의수사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강제수사는 필요한 경우 최소 범위에서만 하도록 하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면담으로 논란이 됐던 면담 절차도 명문화했다. 규칙에서는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조사 외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을 면담할 경우 진행경과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기록에는 면담 장소에 도착한 시간과 떠난 시간, 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 면담 이외 활동 등을 기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수사 및 공소 제기·유지 등에 대한 외부의견을 듣기 위한 수사심의위원회와 공소심의위원회, 수사자문단 등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 사건사무규칙 제정에 대해 "사건사무규칙이 제정돼 수사체제로 본격 전환할 수 있게 됐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할 토대도 마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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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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