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결국 사퇴 “자식에게도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불가리스 사태’ 일파만파... 남양유업 경영진 대규모 공백 상태 맞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회장직 사퇴를 밝혔다.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 7년 만이다. 2021.05.04ⓒ민중의소리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불가리스 사태' 등 회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라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깊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어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홍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남양유업과 관련해 벌어졌던 각종 논란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총 5분 정도 진행됐다. 홍 회장은 기자회견문을 읽다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이날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는 세 번째 이루어진 것이었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2019년 홍 회장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 때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리점 갑질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 때는 당시 남양유업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 10여명이 함께 사과에 나섰으며, 이 때 홍 회장은 없었다. 현재 남양유업을 둘러싼 논란이 앞서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해, 홍 회장이 이날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남양유업은 경영진 대규모 공백 사태를 맞았다.

전날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사의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겨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라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홍 회장의 장남이자 '3세 오너' 홍진석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도 불가리스 사태와 회삿돈 유용 논란으로 지난달 보직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남양유업

이 같이 남양유업 경영진이 대거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지난달 있었던 발효유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 발표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서울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과 함께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연구진들은 불가리스 제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결과가 동물·인체에 대한 실험 결과가 아닌 세포 실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발표로 당일 남양유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일부 판매점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논란이 벌어지자 남양유업은 지난달 16일 1차 사과문을 냈다. 남양유업 측은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했다.

남양유업 공장 소재지인 세종시는 지난달 16일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한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사전 통보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하며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중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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