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 성별 구분 개선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사진)ⓒ민중의소리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영유아 상품을 생산·판매하면서 상품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으로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성별을 표기한 행위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하는 등의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영유아 상품을 생산하는 A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개선 요구 진정을 각하하면서도 A 주식회사 대표이사 등에게 이같이 의견을 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정치하는엄마들’은 영유아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상품의 기능과 무관하게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으로 성별을 구분하고, 소꿉놀이를 여아놀이로 취급하는 등 아이들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 주식회사 대표이사 등은 판매・유통상 편의를 위해 상품에 성별을 표기했고, 이는 색깔에 따라 성별을 구분하는 사회・문화적 관행에 익숙한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이후 인권위 조사가 들어가자 영유아 상품에서 성별표기 및 성차별적 문구를 삭제조치하거나 향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상품의 색깔을 성별구분 기준으로 삼아 상품에 성별을 표기하고 있으나, 이로 인하여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즉 소비자가 해당 재화를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거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해당 사건 진정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인권위는 “일부 상품의 종류에 성역할 고정관념을 반영해 특정 색깔로 상품을 만들고는 그에 따라 성별을 구분하는 행위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진정의 경우 우리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각하했으나, 사안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기업들의 관행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인권위는 판단 배경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인권위는 “20세기 초까지는 성별에 따른 색깔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았고, 표백 등 세탁이 용이한 흰색 옷을 주로 입었다”며 “오히려 현재와는 정반대 로 분홍색이 남성의 색으로 여겨졌는데, 이는 당시 군복의 색이자 열정을 상징하는 색이었던 빨간색의 파스텔 버전이 분홍색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성모마리아의 ‘정결’을 상징하는 파란색은 여성의 색으로 여겨졌던 시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20세기 중반 이후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로 전환되며 상품에서 색깔에 따른 성별 구분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본격적인 판매 전략으로 자리 잡게 됐다”며 “성별에 따른 색깔의 구분뿐만 아니라 영 유아용 상품 중 가사도구(소꿉놀이), 인형 등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분홍색 위주로 제작되고, 자동차나 공구세트와 같은 기계류 등은 파란색 계열로 제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아이들은 여성은 연약하고 소극적이고, 남성은 강인하고 진취적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되고, 가사노동이나 돌봄 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며 “뿐만 아니라 이러한 성역할 고정 관념은 아이들의 미래의 행동, 가치관 및 직업선택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또 “해외에서는 성별을 구분하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과 지속적 인 개선요구로 영유아 상품의 성별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성중립적인(gender-neutral) 상품이 늘고 있다”며 “성별을 구분하는 것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 을 심어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기업들도 성별 구분을 삭제하는 등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영유아 상품의 성별 구분은 단순한 ‘구분’에 머무르지 않고 취향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능력을 펼치고 모색하는 데 제한을 주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과 차별적 성인식을 강화하게 된다”며 “영유아들이 경험하는 환경은 그들의 인식과 태도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도 일부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성중립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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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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