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의 화장터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

편집자주:인도 코로나19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공식적인 감염자수가 2천만명, 사망자 수가 22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14억 인구의 인도의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그 50배에 이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사람들이 병원 밖에서 죽고 있고 불타오르는 화장터 장작더미와 시신들이 델리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대참사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려는 가디언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apr/30/covid-victims-overwhelm-delhi-crematoriums

하나가 오는가 하면 또 하나가 오고, 또 하나, 또 하나가 연이어 왔다. 그렇게 시신이 도착했다. 너무 많아서 시신을 실은 응급차와 트럭들이 화장터로 오는 길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4분에 1명씩 코로나19로 죽는 인도 델리 수도권에서는 하루하루가 병상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망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다.

델리 동부에 있는 가지푸어 화장터는 하루에 38구의 시체를 처리할 수 있다. 팬데믹 전에는 그렇게 하루에 38구를 처리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2차 파동이 강타한 지금은 이른 아침에 이미 150구의 시신이 도착한 날이 너무 많다. 주차장에서도 시신을 처리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인도 뉴델리에서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이 집단 화장되고 있는 모습.ⓒ뉴시스, AP

델리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꺾일 기미가 전혀 없다. 지난 4월 30일 아침, 델리는 하루 사망자 395명과 신규 확진자 2만4235명으로 또 기록을 갱신했다. 인도 전역에서는 38만669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한편 하루 1000구의 시신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화장터가 급속히 늘고 있다. 힌두교와 이슬람 시아파의 장례 의식을 치르는 이곳이 코로나19의 처참함을 가장 사무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입원할 병상이나 산소를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산소가 없어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다.

찌는 델리 더위에 개인 보호 장비를 갖춘 라케시 쿠마르(36)가 이마의 땀을 닦아가며 흐느꼈다. 가족이 어머니를 델리와 근방의 노이다에 있는 모든 병원에 모시고 갔다. 하지만 어머니 수미트라 데비(56)는 산소가 부족해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 병상을 끝내 구하지 못한 어머니는 29일 아침에 사망했다.

쿠마르가 울부짖었다. “병원이라는 병원은 다 가 봤다. 그런데 우리는 어머니의 혈중 산소포화도가 40%로 떨어질 때까지도 병상을 구하지 못했다. 가는 병원마다 병상이 남아있는 병원을 가르쳐줬지만, 그 병원에 도착하면 병상은 없었다. 병상만 있었어도, 산소만 구했어도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코로나19를 이겨낼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다른 사람들도, 쿠마르도 분개했다. “정부가 국민들을 저버렸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를 왜 줄 수 없었을까?”

가지푸어 화장터의 주인인 수닐 쿠마르 샤르마는 30년 동안 이 일을 했지만 이런 광경을 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샤르마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델리에 살아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애통해 했다.

코로나19 시신을 다루는 방법은 굉장히 엄격하게 규제된다. 하지만 샤르마는 병원들이 아무것에도 시신을 싸지 않은 채, 화장터 직원들을 코로나19에 노출시킬 것을 알면서도 시신을 그냥 보낼 때도 많다고 했다. 게다가 친척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가족도 있다고 한다.

샤르마는 “이곳의 상황은 너무 끔찍하고 무섭다. 우리는 하루에 20시간씩 일해 왔다. 심신이 모두 지쳤다. 사람들이 시신을 여기에 버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가 가족들 대신 장례 의식을 치러준다. 망자에게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요즘 가지푸어 화장터는 하루에 60톤의 나무를 소진한다. 샤르마의 걱정이 태산이다. “내일이면 또 시신이 도착할 텐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나는 밤마다 걱정한다. 우리가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시신이 오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가지푸어 화장터는 수천 구의 시신에서 나온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냄새가 진동했다. 시신들이 처리된 곳에는 전날의 연기가 자욱하고, 일부의 제물과 망고, 석류, 그리고 밝은 주황색 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죽음의 잔재 속에 삶의 조각들이 여기저기 섞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깊디깊은 슬픔이 그 곳을 감쌌다.

짙은 녹색의 사리를 입은 여자가 아침에 죽은 남편의 시신을 실은 구급차 유리창에 서서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시신 위에 빨간 팔찌들을 놓으려고 했지만, 보호복을 입고 시신을 옮기려던 남자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제지했다.

5월 1일 인도 방갈로르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필요한 산소의 리필을 위해 실린더를 스쿠터에 싣고 가고 있다.ⓒ뉴시스

그 옆에는 동생 램의 시신이 도착해 장작더미 위에 놓이자 울부짖기 시작한 에제이 굽타가 있었다. 램은 숨쉬기가 곤란했던 지난주에 드디어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램은 굽타에게 영상전화를 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었다. 그러나 병원의 산소가 떨어졌다. 그리고 램은 죽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병원 측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동생이 말이다.

굽타는 동생이 입원한 동안 암시장도 이용했다고 했다. 델리에는 절박한 가족들에게 산소나 렘데리비르 같은 약을 어마어마한 가격에 파는 암시장이 등장한지 오래다. 굽타는 전 재산을 털어서 평소보다 10배 넘게 비싼 렘데리비르를 950만원 주고 샀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치료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약이지만 의사들이 사라고 권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무너졌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는 굽타는 다른 여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렌드라 모디 정권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동생의 죽음은 중앙정부의 탓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코로나19 시신을 화장터로 실어 나르는 구급차 운전사 나렌드라 쿠마르(26)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쿠마르는 “이건 끔찍한 직업이다. 요즘은 내가 가족을 감염시킬까봐 너무 무서워서 집에 가지도 않는다. 일이 끝나면 병원 밖에 응급차를 주차하고 거기서 잔다”며 두렵다고 했다.

델리에서 인도의 인기 많은 간식인 파니푸리를 팔던 크리시난 팔(48)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숨을 쉬지 못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 중 하나다. 그의 사촌 칼리 카샤프는 델리에 있는 모든 병원에 갔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해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있는 아그라까지 갔다고 했다. 아그라에는 병상이 있었다. 그러나 산소가 있는 병원이 하나도 없었다. 팔은 그들이 다시 차를 돌려 바레일리 시로 향하는 중 숨이 끊어졌다. 카샤프는 “사람들이 숨을 못 쉬어서 말 그대로 길에서 죽고 있다. 인도는 지금 산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산소는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정부에게 묻는다”며 울먹였다.

23일(현지시간) 인도 카슈미르주 잠무의 화장터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의 장례식이 진행되는가운데 방호복을 입은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4.24.ⓒ잠무(인도)=AP/뉴시스

코로나19 2차 파동이 모디 정권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모디의 지지도는 67%로 여전히 매우 높지만, 이는 지난주보다 6%p가 갑자기 떨어진 수치로 모디의 역대 최저 지지율이다.

인도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장기적으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 백신접종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공급량 부족으로 5월 1일부터 18세 이상에게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는 델리의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인도의 다른 지역도 비슷한 처지다. 델리 주정부는 “최대한 빨리” 백신 접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델리의 여러 개인 병원에 따르면 최소한 한 달, 길면 두 달이 있어야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은 델리의 화장터와 장지들이 도시를 뒤덮고 있는 죽음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해가 지고 있는 가지푸어 화장터에서는 드디어 모든 장작더미와 시신들이 준비됐다. 직원들이 한꺼번에 모든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다. 모든 장작더미가 활활 타올랐다. 그러나 높이 치솟은 불길들도 남은 유족들의 절망을 가져가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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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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