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납부로 고개 드는 ‘이재용 사면론’, 경계하는 정치권

여야 의원들 “범죄 저질렀으면 합당한 처벌 받아야”...경제 위기 극복 논리에도 ‘부정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최근 경제계와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복수의 언론을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합심한 이원욱·양향자 등 일부 여당 의원도 목소리를 보탰다. 삼성 일가의 고(故) 이건희 전 회장 유산 상속 절차 발표를 기점으로 ‘이재용 구하기’ 여론을 조성하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 등 이 전 회장 유산 상속인들은 지난달 28일 상속세 12조 원 납세를 비롯해 의료 공헌용 1조 원 기부, 미술품 2만 3천여 점 기증 계획을 밝혔다. 상속세 납부는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고, 의료 공헌 기부는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당시 이 전 회장의 ‘사재 출연 약속’에 따른 것이다. 미술품은 당시 일가가 불법 비자금으로 사들였다고 폭로된 차명재산 축적 수단 중 하나였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상속세 납부로 조성된 우호적인 분위기를 틈타 사면을 부추기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적 견해가 다수다. 법률과 과오에 따른 납입을 두고 곧장 사면을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6일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복수의 여야 의원들은 상속세 처리로 조성된 이 부회장 사면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이 부회장 사면이 추후에라도 단행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선 사면론 자체를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중론인 반면, 보수 야권에선 경제회복 등을 이유로 결과적으론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통화에서 “형의 기본적인 공정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이 부회장 사면을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사면 문제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며 “아직까지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통화에서 “마치 경제 위기 해결이나 최근 겪고 있는 반도체 수급 상황 개선을 위해 이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논리적인 정확성은 없다. 또한 삼성은 그렇게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사면) 이유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부회장 행위의 심각성, 범죄성에 비춰봤을 때 사면을 지금 거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원래 내야 하는 상속세를 내는 게 뭐 대단한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동조합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했을 때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약속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도록 하는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삼성 찬가’에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와 별도로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관여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 등으로 1심 재판도 받고 있다. 6일은 불법 합병과 회계 부정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의 2차 공판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 주가 조작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공개한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통화에서 “(상속세 납부와) 사면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 그럴 의도였다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쇼’로 밖에 비치지 않는데 이것이 선례가 돼선 안 된다”며 “범죄를 저질렀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사법 정의”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류호정 의원도 통화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없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사면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이유를 찾으면 (경제 문제로) 연결 지을 수 있지만, 반도체 경쟁력 확보와 백신 확보에 이 부회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반도체 패권 경쟁과 백신 확보 의제를 이 부회장 사면 명분으로 연계시키는 건 ‘사면 찬성’ 측이 전면에 내세우는 논리다. 민주당에선 이원욱·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에선 홍문표 의원 등이 공개 석상에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일부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통화에서 “상속세는 법에 맞게 낸 것”이라면서도 “미술 기부품이 사실 몇조 단위가 될 것이다. 그게 상당히 의미 있는 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세계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미국에서 (공급망을) 재편하는데 이때 삼성의 역할이 작아지면 안 된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도 이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사면의 최종 결정권자는 문재인 대통령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통화에서 청와대의 이 부회장 특별사면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우리 당에서는 사면론에 참전할 필요가 없다. 정국이 경색되고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 대통령이 쥐고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없다. 청와대에서 지금 (이 부회장 사면론에) 군불을 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 ‘현재로선 검토한 바 없으며 검토할 계획도 없다’는 게 최근(4일) 밝힌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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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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