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 검찰총장에게 요구되는 ‘국정철학’의 이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정의철 기자

최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문재인 정부 세 번째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새 검찰총장 임명 요건으로 “국정철학과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에 엇박자가 날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보수진영은 새 총장의 요건으로 거론된 ‘국정철학의 이해’를 ‘정치적 중립성’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몰아세웠다. 조선일보는 4일 사설에서 “김 후보는 문 정권에서 대통령 수족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친정권 검사 투 톱’으로 불렸다”고 했고, 동아일보도 같은 날 “김 후보자는 법무차관으로서 박상기, 조국, 추미애 전 장관을 22개월 보좌하는 동안 여권과 장관의 무리한 검찰 흔들기에 대해 한 번도 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2년여 동안 법무 차관을 지내며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던 이력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파가 말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기준은 ‘검찰개혁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엔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검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들의 시각에서 정의로운 검사는 검찰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을 지키기 위해 검찰개혁에 맞서 정권과 싸워야 한다.

검찰개혁에 대한 보수파의 편향과 선전·선동은 무서울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수사·기소권을 독점하며 누려온 권력의 균열에 불만을 품은 검사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가 보수정당과 언론의 부추김을 등에 업고 정권을 상대로 역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저항을 벌였다. 검사들은 보수파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고발을 근거로 정권 핵심 인물들을 겨냥한 수사로 흠집을 내면서 이른바 ‘내로남불’ 프레임을 주도했다. 그 우두머리는 윤석열이었다. 검찰이 합리성을 잃은 채 무분별하게 자행한 정권 겨냥 수사들의 경우 반대세력 제거 목적으로 이뤄진 과거 검찰의 정권 유착형 공안탄압과 대조되는 착시 효과까지 일으키며 대중을 현혹시켰다. 영리한 윤석열과 그 휘하 검사들은 ‘정의와 공정’을 신나게 부르짖었다. 이런 흐름에 동조하지 않는 검사들은 친정권 프레임에 갇혀 조직 내에서 배제됐다. 아마 김 후보자가 검찰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컷오프를 통과한 4명 중 꼴찌를 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보수파가 세팅해놓은 여론 지형에서, 검찰이 권력을 탈환하기 위해 벌이는 각종 무리한 행보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정당한 권한 행사’로 인식된다.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거론되어왔던 검찰 내부 비위 은폐 등 제식구감싸기 의혹들은 묻힌다. 검찰은 검사 출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현직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사건 수사를 노골적으로 뭉개는가 하면, 임은정 부장검사가 제기한 고위 간부들의 각종 직무 관련 비위에 대한 감찰·수사 요구들도 모두 묵살했다. 조직 우두머리의 정치 행보에도 눈을 감았다.

이렇게 조직 안에서 ‘정의와 공정을 훼손’하는 데 앞장선 적폐 검사들이 언론에서 ‘정의와 공정을 실현하는’ 검찰로 둔갑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부당하다. 끊임없이 검찰과 언론에 정권과 맞서라고 종용하며 이를 이용해 정권 탈환을 호시탐탐 노리는 보수파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김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는 다른 게 아니다. 그간 온갖 저항에 굴곡져 온 검찰개혁의 진정한 목적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소불위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구축해 완전한 ‘정치적 중립성’을 실현하는 검찰, 그렇게 해서 국민으로부터 진짜 신뢰받는 검찰로 만들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7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재가했다. 김 후보자는 앞으로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수정당의 왜곡된 프레임에 휘둘리지 말고 개혁 의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참고로 그는 2019년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 자격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특별수사부(특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권한 축소 방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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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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