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의 질 하락에 대한 경총의 황당한 해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주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의 질이 떨어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런데 문제의 해법으로 규제 개혁 및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이라는 황당한 제안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경총이 6일 발간한 ‘최근 고용 흐름의 3가지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시·일용직 및 60세 이상 신규채용,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일자리, 1년 이내 취업 경험이 있는 실업자와 불완전 취업자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이를 핑계로 단기 고용을 대폭 늘렸고 정부 재정 정책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중 상당수도 이런 종류의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법이다. 불완전 취업과 초단시간 고용이 늘어나면 어떻게든 노동자를 보호해 고용의 질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이 상식인데 경총은 규제개혁과 실업급여 반복 수급 제한이라는 황당한 대안을 들고 나왔다. 규제 개혁을 통해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을 높여 고용의 질을 상승시키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집권 기간 내내 규제 개혁을 외쳤던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시간제 노동자는 188만 명에서 248만 명으로 폭증했다. 이 수치를 2006년 8월(113만 명)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갑절이 넘는다. 전임 이명박 정권 역시 규제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 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보수 정권 9년 동안 규제개혁과 고용의 질은 양의 상관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더 황당한 것은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고용 예산을 실업급여 대신 직업 훈련 등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직업 훈련을 받는 동안 구직자들은 뭘 먹고 살라는 이야기인가? 새로운 직업 훈련도 구직자들이 최소한 먹고 살 수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결국 경총은 고용의 질을 걱정하는 척 하면서 규제 개혁과 직업 훈련 강화 등 자기들이 평소 원하는 민원만 쏙 빼서 보고서에 담았다. 고용의 질은 말 그대로 초단기 일자리와 비정규직을 줄이고 노동자를 더 강력하게 보호해야 높아진다. 재계가 정말로 고용의 질을 걱정한다면 규제 개혁 같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대신 노동자를 조금이라도 더 잘 보호할 상식적인 방법부터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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