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 ‘가압류’ 또다시 인정...판사도 변호사도 ‘김앤장’

한국게이츠 대구시민대책위가 지난 2월 9일 대구시청 앞에서 한국게이츠노조 조합원에 대한 손배 가압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민주노총대구본부 제공

법원이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의 가압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한번 사측의 손해배상청구에 따른 가압류 결정을 인가했다.

노조는 이번 판결을 낸 판사가 사측의 법무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활동한 변호사 출신이었다면서 "재판장이 '김앤장'에 점령당했다'고 비판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 4월 20일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 낸 부동산가압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측의 부동산가압류 결정을 다시 한번 인가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세 차례에 걸쳐 한국게이츠노조원 19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 부동산·채권 가압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총 3억4천여만원에 달한다.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6월 26일 대구 달성1차산업단지에 있는 공장을 폐쇄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사측이 밝힌 이유는 경영악화지만 한국게이츠는 현대자동차와 직접 거래하는 1차벤더(주요 협력업체)로, 폐업 직전까지도 연평균 52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인 흑자 기업이었다.

게이츠 본사는 한국 공장을 폐업하면서도 별도의 판매법인은 한국에서 유지하면서 현대차에 계속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에 각종 세제혜택과 지원을 받아놓고, 고용 등 사회적 책임은 피하면서 이익만을 얻어가려는 외국자본의 '먹튀' 행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는 공장 앞에서 폐쇄 이후 지금까지 '공장 재가동'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사측은 노조의 천막농성으로 청산 업무 등을 방해당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사측의 법무대리는 법무법인 '김앤장'이 맡고 있다.

재판부는 노조의 이의신청에 대해 "해산 및 청산과정에서 이뤄진 노동자의 쟁의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절차와 방법 등에 있어 정당하지 않으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인정하지 않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전국금속노조는 9일 성명을 내고 "법원은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측보다 한 발 더 나가 청산과정에서 쟁의행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면서 "이는 노동조합 활동과 쟁의행위를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법리적 문제가 있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흑자기업을 사모펀드가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반대도 무시하고 일방 폐업하는 것이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도대체 무언가"라고 반문하면서 "법원의 판단은 어딜 들여다봐도 노조혐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 뒤에는 법무법인 '김앤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앤장 변호사가 대리한 사건을 김앤장 출신 판사가 처리했다"면서 "해당 가압류 이의신청에 대해 원결정을 인가한 재판관은 2017년 판사 임용 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였다"고 전했다.

법관 사건배당 예규는 변호사 경력을 가진 법관은 변호사 시절 재직한 법무법인에서 수임한 사건을 배당받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를 퇴직한 지 3년까지만 한정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대형로펌이 소속 변호사들에게 판사 임용 시 편의를 봐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결국 판사가 법복을 벗고 대형로펌으로 가고, 대형로펌 변호사가 경력법관에 임용되는 방식으로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법부를 손에 쥐고 흔드는 김앤장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노조활동이 불법이 아니라 법정을 장악하고 자본의 손배가압류를 편드는 김앤장 법률가의 존재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정부를 향해서도 "OECD 국가 중 쟁의행위나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거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이미 ILO(국제노동기구)는 수차례 한국의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권고했지만 ILO 핵심협약의 내년 발효를 앞둔 지금도 여전히 한국의 법제도는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채붕석 한국게이츠 지회장은 10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를 통해 "김앤장이 맡고 있는 재판을 김앤장 출신 판사에게 배당하는 자체가 맞지 않는 행태"라고 비판하면서 "대구지법에 대해서도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등은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와 관련해 본안제소신청을 진행하는 등 대응을 계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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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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