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지금 국가보안법 폐지인가

10일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됐다. 청원이 시작되자마자 참여가 몰려 3시간도 안 돼 1만 명을 넘더니 7시간 만에 2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동의청원은 한 달간 10만 명이 청원에 동의하면 국회 상임위에 자동 회부돼 국회의원이 제안한 다른 의안과 동일하게 심의 절차를 밟는 국민참여 제도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청원은 첫날 2만 5천여 명이 참가해 청원이 성립되는 10만 명의 1/4을 달성했다. 이대로라면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국회 법사위에 무난하게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 개정안은 2004년과 2020년에 두 번 발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국회에 올라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청원으로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된 국가보안법이 73년 만에 폐지될지 주목된다.
 
이번 청원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시민사회와 종교계, 예술계, 정치권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민변, 민교협,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불교평화연대, 원불교 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 YMCA, 예총, 민예총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국회에서 열린 청원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지금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널리 알려진 것처럼 국가보안법은 냉전시대와 함께 없어졌어야 할 악법이다. 세계는 30년 전 냉전이 끝났지만 한반도만이 적대와 대립이 남아 있다. 우리 사회에서 냉전체제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기제가 국가보안법이다. 북에 이로울 수 있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가능성만으로 사상과 주장을 처벌하는 법을 두고 어떻게 대화와 협력을 논할 수 있는가.

있으나마나 한 사문화한 법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법은 여전히 정치적 반대파, 투쟁하는 민중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정세강연에서 말 몇 마디를 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8년째 감옥에 갇혀 있고, 이를 빌미로 박근혜 정권은 원내 3당이던 진보정당을 강제해산시켰다. 안소희 전 파주시의원도 마찬가지다. 민중가요를 불렀다고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을 받아 시의원 자격이 박탈됐다. 지난해에는 북을 다룬 드라마에 대해 보수단체가 고발하기도 했고, 올해는 사망한지 30년이 되어가지만 ‘김일성 회고록’이 이적표현물 논란에 시달리며 사실상 유통을 금지 당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검열과 색깔론의 토대가 되고 있다. 여전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는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말이 횡행하고 보수진영은 때마다 이를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남북의 화해와 체제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은 처벌뿐만 아니라 색깔론에 근거한 매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이것이 야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계 10위권이라는 국격에 맞게, 평화번영을 추구한다는 시대에 맞게 국가보안법 없는 사회를 살아야 한다. 그게 나라다운 나라이다.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제안했다. 너무 늦었지만 구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국민의 뜻에 국회가 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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