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경심 ‘표창장 위조’ 혐의 유리한 증거 감췄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가 1심에서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유죄로 인정된 정황이 공개됐다.

이는 정 교수 측이 항소심에 들어서면서 핵심 증거로 지목된 컴퓨터를 포렌식 한 결과 기존 검찰 포렌식에서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기록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유리한 증거를 숨겨 객관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2020.12.23ⓒ김철수 기자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심담 이승련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정 교수의 항소심 2차 공판기일을 열고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한 양측 변론을 들었다.

정 교수 측은 “2013년 6월 컴퓨터는 방배동이 아니라 동양대에 있었다”라며 지난 공판기일에 이어 컴퓨터의 사용 위치가 원심 판단과 다르다는 구체적 정황을 제시했다.

문제의 컴퓨터는 2019년 9월 10일 검찰이 압수수색 도중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해 임의제출 받았다. 검찰은 이 컴퓨터에 총장 직인·상장 양식 등이 저장됐다는 점을 들어 정 교수가 표창장 위조에 이 컴퓨터를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컴퓨터 사용 위치가 쟁점이 된 이유는 1심에서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방배동 자택에서 이 컴퓨터를 사용해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인정됐기 때문이다. 1심은 “컴퓨터가 2014년 4월 이전 정 교수의 자택이 아닌 동양대에서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2014년 4월경부터 집에서 사용했고 2016년 12월경 다시 동양대 휴게실에 가져다 놓았다고 주장해왔다.

정 교수 측은 지난달 12일 첫 공판에서 해당 컴퓨터를 자체 포렌식 해 2012년 11월 30일부터 2013년 5월 18일 사이 새로운 사설 아이피(IP) 주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존 검찰 포렌식 보고서에는 끝자리가 137인 사설 IP주소 22건이 발견됐다고 나왔지만, 범행일과 가까운 시기 끝자리가 112인 사설 IP주소 14건이 누락됐다는 분석이다.

검찰과 변호인 모두 컴퓨터가 동양대 또는 방배동 자택에서 사용됐다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1심 판단과 달리 컴퓨터가 2014년 4월 이전 동양대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설 IP주소의 변경은 컴퓨터의 사용 위치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정 교수 측은 설명했다. 변호인은 “사설 유동 IP라도 다른 곳으로 (사용 위치를) 옮기지 않는 한 최초 할당된 (IP) 주소로 계속 사용한다”라며 자택 사용 기간인 2014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사설 IP주소가 137로 돌아와 계속 할당된 점을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2020.12.23ⓒ김철수 기자

이날 정 교수 측은 해당 컴퓨터가 2013년 5월과 8월 동양대에서 사용된 구체적 정황을 언급하며 범행일로 지목된 6월 컴퓨터가 동양대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2013년 1학기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강의가 있는 정 교수가 월요일인 5월 20일과 27일 수업 직전 규칙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한 기록을 제시했다. 이 날짜에 결강하지 않았다는 수강 공지글도 언급됐다.

변호인은 또 같은 해 8월 22일 정 교수가 동양대 인근 경북 영주 우체국에서 등기를 발송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체국을 다녀온 전후로 해당 컴퓨터를 사용한 기록과 다녀온 시간 접속 내용이 빈 점 등으로 “컴퓨터가 8월에도 방배동에 없다는 걸 뒷받침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 포렌식 보고서에 기재돼 있지 않은, 2012년 11월 30일부터 2013년 5월 18일까지 추가로 확인된 사설 IP주소와 연결해 살피면 2013년 6월 해당 컴퓨터는 방배동이 아니라 동양대에 있었다”라며 “2013년 8월 30일 이후에야 다시 사설 IP주소(137)가 확인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기존 포렌식 보고서에서 정 교수 측에 유리한 사설 IP주소가 빠진 이유, 새롭게 발견된 사설 IP주소가 범행일 가까이에 나온 이유에 대해 반박하지 못했다.

다만 검찰은 “핵심은 컴퓨터 사용 위치가 아니라 누가 컴퓨터를 사용했는지”라며 범행일에 이른바 ‘7대 허위 스펙’이라고 지목한 증빙서류들이 열람·수정됐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 전 장관 일가이고, 사용자가 있는 곳이 곧 사용 위치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검찰은 정 교수 측에 유리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포렌식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검찰청법 제4조)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을 법원에 제출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객관 의무’가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검찰이 직접 수사한 대상을 기소까지 해 객관 의무가 지켜지기 어려운 구조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검수완박)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조 전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는 대표적 과잉 수사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로고ⓒ뉴시스

이날 1심과 검찰이 컴퓨터 사용 위치를 특정한 근거로 들었던 심야 접속기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 포렌식 보고서에서 나타난 2013년 3월 27~29일, 6월 15~17일까지 심야 접속기록을 토대로 이 시간대 동양대 직원이 컴퓨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작어 컴퓨터가 방배동에 설치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해당 기록이 인터넷 접속기록이 아니라 웹 서버 수정 기록(last modified by web server)이라고 지적했다. 웹 서버에 글자가 최종 업로드된 시간을 검찰이 인터넷 접속기록처럼 오인하도록 보고서를 만들었고, 재판부는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유죄 근거로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 측은 “원심은 2013년 6월 16일 새벽 6시 11분경 접속했다고 판단했는데, 실제 접속시간은 2014년 3월 17일 1시 23분경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서버 측에 기록되는 시간 정보는 제거했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는데, 정작 타임라인엔 모두 포함한 내용을 첨부했다. 원심은 어떤 검토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 위치를) 주거지로 판단했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컴퓨터 자체 시각을 기준으로 했다”라며 정 교수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 측은 1심 판단에 기술적 오류를 발견했다며 양측이 추천한 전문가를 증인으로 불러 변론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검찰은 1심 재판부가 모두 기각한 주장이라며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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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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