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째 전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하는 ‘가치소비’가 세대를 불문하고 하나의 대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도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발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상품은 물론, 포장과 배송 등 유통 전반에서 친환경 요소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다만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하나씩 바꿔나가는 모양새다.
무라벨은 ‘기본’, 투명 페트병이 ‘상식’된 식음료업계
플라스틱 사용을 피하기 어려운 음료업계는 투명 페트병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수는 일찍부터 플라스틱 용기에 라벨을 제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에코(ECO)’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롯데마트와 GS25, CU, 제주개발공사 등 생수 제조·유통하는 업체들은 지난 1월부터 시행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도 시행에 맞춰 대부분 라인업에 무라벨 제품을 도입했다.
최근 코카콜라도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라벨을 없앤 ‘씨그램 라벨프리’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초 환경부와 코카콜라가 체결한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확대를 위한 협약에 따라 기획된 무라벨 제품으로 투명 페트 용기에 라벨을 부착하지 않아 재활용 효율성과 분리수거 편의성을 높였다.
코카콜라는 자사의 먹는샘물 브랜드인 강원 평창수와 휘오 순수 역시 라벨을 제거한 무라벨 제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동원F&B 역시 지난 6일 자사 차음료의 라벨을 없앤 무라벨 제품 ‘에코보리’를 출시했다. 상품명, 유통기한, 영양성분 등 제품 의무표시사항은 박스 포장재에 표기했다. 여기에 페트병 경량화로 플라스틱 무게까지 절감했다. 동원그룹의 종합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와 협력해 ‘에코보리’ 페트병의 무게를 같은 용량의 기존 자사 페트병 대비 약 25% 줄여 플라스틱을 절감했다.
식품업계, 불필요한 포장재 줄이고 친환경으로 바꿔
식품업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포장에 사용되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추석 선물세트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 친환경 포장재를 선보였다. 노란 플라스틱 뚜껑이 없는 스팸 선물세트 2종을 처음 도입하고 유러피안 오일 기프트 세트는 트레이부터 겉포장까지 모두 종이를 적용했다. 그 결과 CJ제일제당은 지난 추석에 플라스틱 86t, 부직포 100만개를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원F&B도 지난 추석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 트레이로 교체해 만든 ‘올페이퍼 패키지’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했다. 또 선물세트 구성품의 위치를 재배치하고 간격을 최대한 줄여 포장지 사용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연간 75t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동원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선물세트용 가방을 코팅 처리하지 않은 종이 재질로 바꾸고 합성수지로 만들었던 가방 손잡이도 종이로 교체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기존 밀키트 제품의 플라스틱 패키지를 종이로 변경했다.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꿈으로써 기존 플라스틱 사용량을 90% 이상 줄였다. 별도로 제공하던 레시피 안내문도 포장지 후면에 기입, 종이 사용량을 함께 줄였다.
아워홈은 올해 초 전국 점포에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도입했다. 친환경 비닐 포장재는 생분해성 원료를 사용해 100% 자연분해된다. 매립 시 180일 이내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100% 자연 분해돼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 있다.
포장·배달도 친환경이 대세...
요청해야만 일회용 수저주는 배달앱들
쿠팡과 SSG닷컴, 마켓컬리 등의 유통업체들은 포장과 배송 과정에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했다.
우선 쿠팡은 기존에 사용하던 스티로폼 상자를 완전히 없애고 자체 개발한 재활용 에코백을 도입했다. 세척과 살균 후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로서 신선식품 구매 고객이 상품을 받은 뒤 문 앞에 내놓으면 쿠팡 배송직원이 다음 배송 때 회수해간다.
SSG닷컴은 일회용 포장재 대신 새벽배송용 보랭가방 '알비백'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배송시간에 맞춰 알비백을 문밖에 두면 배송직원이 그 안에 제품을 넣어두는 방식으로 다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물 아이스팩을 '에코 아이스팩'으로 교체했다. 에코 아이스팩은 물 안에 광합성 미생물(PSB)이 들어있으며 재생지로 만든 팩은 종이류로 배출해 버리면 된다.
마켓컬리는 2019년 9월부터 모든 배송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박스, 아이스팩, 완충 포장재, 테이프, 파우치 등 모든 새벽배송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및 단일 소재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별도의 패키징 팀을 운영하는 마켓컬리는 자체 개발한 ‘보냉 기능을 가지는 포장용 종이 박스’로 세계포장기구가 개최하는 2021년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드 배송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11번가는 지난 1월부터 일부 상품에 비닐 테이프 없이 조립 사용이 가능한 ‘테이프리스’ 택배 상자를 도입했다. 테이프리스 택배 상자는 100%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택배 박스로 접착테이프를 사용하지 않아 폐기 시 테이프 제거가 필요 없고 분리배출이 용이하다.
이외에도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과 같은 국내 대표 배달앱들이 일회용 수저 및 포크 사용 줄이기에 나섰다. 이들 3사는 올 6월부터 기존 포장·배달 주문 시 기본 제공하던 일회용 수저 및 포크 등 식기류를 별도 요청이 있을 시에만 제공하도록 일회용 수저 선택 기능을 각 앱에 적용키로 했다.
기존에는 각 서비스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던 일회용 수저와 포크를 앞으로는 고객의 별도 요청이 있을 시에만 제공되도록 설정이 변경되는 것이다. 일회용 수저가 필요한 고객들은 반드시 앱 내 주문 요청사항에서 ‘일회용 수저, 포크 요청’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ESG경영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비자와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친환경과 사회공헌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비교적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가치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관련 캠페인 및 마케팅 방식도 변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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