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쪼개고 직원 개인사업자로 둔갑시킨 ‘가짜 5인 미만’ 사업주들

권리찾기유니온, ‘위장 5인 미만 사업장’ 줄줄이 고발

권리찾기유니온 기자회견ⓒ민중의소리

사업자의 횡포로부터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5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의 가장 기본인 근로기준법을 대부분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법을 악용해 ‘서류상 사업장 쪼개기’ 또는 ‘일부 직원만 직원으로 등록’하는 방법 등으로 법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뒤, 해고를 남발하거나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 행태들이 줄줄이 고발되고 있다. 이 같은 사업장은 그동안 당국의 제지 없이 직원들을 불법적인 방식으로 사용한 뒤 해고하면서 노동시장을 어지럽히고 5인 미만 사업장 전반에 대한 불신을 높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찾기유니온은 1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5개 사업장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고발하고, 다른 5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불법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은 이번이 7번째다.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사업장 쪼개기
직원, 개인사업자 둔갑시키기
등으로 5인 미만인 척...각종 불법 자행

이날 권리찾기유니온이 고발한 사업장의 특징은 크게 ▲ 하나의 사업장을 서류상으로 쪼개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A형 ▲ 4명까지만 직원으로 등록하고 나머지 직원 4대 보험은 가입시키지 않은 식으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B형 ▲ A·B 통합형 등으로 나타난다.

10개 사업장 중 6개 사업장은 A·B 통합형이었고, 나머지 4개 사업장 중 2개 사업장은 A형 또 다른 2개 사업장은 B형이었다.

ㅈ 프랜차이즈 노래주점은 대표적인 A·B 통합형 사업장이었다.

권리찾기유니온에 따르면, 이 노래주점은 전국에 10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 매장 모두 본사 직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업주 본인과 배우자 명의를 활용하여 상호명만 조금씩 변경해 사업장을 20여 개로 쪼개 등록했다. 20여 개 매장은 모두 5인 미만으로 신고된 상태였고, 직원들에게 연차휴가 및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 노래주점에서는 최소 50명 이상이 상시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으며, 많을 때는 80~90명에 이르기도 했다고 권리찾기유니온은 전했다. 또 업무를 수십 명의 직원이 접속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각 매장의 서비스 안주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여 개로 쪼갠 사업장에 직원은 4명까지만 등록했다. 나머지 직원은 4대 보험 등을 등록하지 않은 채, 직원에게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한 뒤 사용자의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방식 등으로 직원들을 관리했다.

이 사업장은 현재 미지급 퇴직금과 각종 수당으로 민사소송이 전개되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 기자회견에서의 김다혜 씨ⓒ민중의소리

전통 과자를 만드는 ㄱ 식품공장도 비슷한 형태로 운영됐다.

이 식품공장에서는 15명이 넘는 직원이 일했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2개의 사업장으로 나뉘어서 5인 미만으로 등록돼 있었고,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이었다.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4대 보험 가입을 수개월 넘게 누락시키거나 아예 가입시키지 않기 위해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었고, 근로계약서·급여명세서조차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 외에도 1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지만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뒤 각종 수당 및 연차휴가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광고대행사, 한 명의 사업주가 아울렛 전체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매장마다 따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장을 쪼갠 뒤 관리자급 매장 노동자들을 서류상 사업주처럼 꾸며 5인 미만으로 위장한 프리미엄 아울렛 등이 있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날 기자회견 자료를 통해 “근로기준법 11조를 악용하여 다양한 ‘5인 미만 위장술’이 개발되어 왔다”라며 “사업장 쪼개기보다 더 수월한 수법으로 자리 잡은 것은 4대 보험 가입시키지 않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4대 보험 미가입은 특정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를 속이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해당 직원의 노동자성을 박탈하여 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삭제시키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4대 보험을 등록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장치가 필요했던 사업주들은 자신의 직원을 사업자로 만드는 노무관리를 도입했다”라며 “사업자등록으로 개인사업자가 되게 하거나, 더 간편하게는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고용계약을 체결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4월 권리찾기유니온 6차 고발 대상 사업장에서 억울하게 해고당한 김다혜 씨가 참석해 직원들을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사용자의 각종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업주의 행태를 고발했다.

김 씨는 회사가 제공한 매뉴얼에 따라 정해진 할인율로 제품을 판매하고, 회사 대표 및 직원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업무 지시를 받는 등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해 온 점을 짚으면서 “사업소득세를 낸다고 모두가 사업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입점이 확정되면 그때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용역 계약서를 쓰고 일했지만 회사는 퇴직금이 발생하는 1년 근속을 채우기 직전 터무니없는 사유로 해고를 했다고 토로했다. 또 회사가 용역계약을 썼으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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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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