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공공개발 위한 ‘진짜 주민’ 간담회가 열렸다

12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 사랑방인 새꿈어린이공원이 아침부터 북적였다. 공공재개발 추진을 위한 정의당의 ‘주민’ 간담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도 지난달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던 주민들은 건물주들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원회였다. 이에 주로 논의된 이야기도 개발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민간재개발이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의 주인공은 평균 11년 거주한 세입자들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동자동 공공재개발 추진을 발표하면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으나 주민 대상 공청회·설명회 한 번 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민간재개발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건물주 중심으로 강해지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진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간담회 소식에 주민들이 들뜬 마음으로 모인 이유다.

‘동자동쪽방공공주택사업주민대책모임’(이하 쪽방주민대책위)과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있는 새꿈어린이공원에서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민중의소리

‘동자동쪽방공공주택사업주민대책모임’(이하 쪽방주민대책위)과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있는 새꿈어린이공원에서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와 심상정 의원 등은 간담회에 참석해 70여 명의 주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성화를 미처 몰랐다. 돌아다녀 보면 집에 안 계셔서 만나기 힘들었다. 많은 분이 와서 감사하다”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김 대표는 공공재개발을 흔드는 세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부터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과 건물주들의 간담회에 대해 “(공공)개발을 위한 간담회가 아니라 (공공)개발 저지를 위한 간담회”라고 평가하며 민간재개발이 진행되면 원주민들은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일반인(건물주)들이 일반(민간) 개발해서 동자동을 개발하겠다는 건데 그렇게 하면 주민들이 못 산다. 주택값이 뛰어오른다. 자기들 이득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가난한 사람들 생각은 안 한다. 우리와 같이 살면 자기들은 죽는다고 하더라. (건물주들은) 그런 생각으로 매일 돈 버는 연구만 한다”라고 비판했다.

14일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정상화 특위는 동자동 토지 및 주택 소유자들로 구성된 동자동주민대책위원회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동자동 공공주택개발 사업을 취소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같은날 동자동에 사는 실 거주민들은 공공개발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피케팅을 진행했다. 2021.04.14ⓒ사진 = 빈곤사회연대

‘제2의 용산참사’를 운운하며 곳곳에 빨간 깃발을 꽂는 등 위력을 행사하던 건물주들이 최근 ‘상생’하자고 태도를 전환하고 있다. 김정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장은 “민간재개발을 위해 주민들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요샌 건물주들이 찾아와 민간재개발에 협조해달라며 절충하자고 상생하자고 하더라”라며 “소유주들이 요구가 뭐냐고 자꾸 묻는다. 우리는 원하는 것 없다.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 우리도 사람이라서 깨끗한 곳에 살고 싶고 화장실도 갖고 싶고 따뜻한 밥도 해 먹고 싶다. 그런데 민간재개발하면 세 들던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제야 상생하자는 건물주들이 뻔뻔하다는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다. 그는 “그동안 주민들이 사는 모습을 봤다면 이런 말 할 수 있나. 김 대표는 4년 전부터 물 새는 방에 산다. 천장 좀 고쳐달라고 했더니 건물주는 돈이 없다고 했다. 하루도 늦지 않게 월세 받아가면서 건물은 고칠 생각도 없다”라고 말했다.

현장 시찰에서 둘러본 쪽방 건물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건물임에도 내부 환경이 열악했다.ⓒ민중의소리

공공주택사업의 장점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보와 선(先)이주·선(善)순환이 꼽혔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공공개발은 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개발은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법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35% 이상 지어야 한다. 동자동은 전체 주택 중 52%가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짓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분양 아파트로 수익을 보는 민간개발은 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서울시의 경우 주택지면 15%만, 상업지는 5%만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된다. 민간개발은 개발 이익이 가장 중요하니 법적 의무 이상으로 지은 사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선(先)이주·선(善)순환은 지구 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 해 이주 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을 임시 거주하게 하고 공공주택이 건설되면 이주하게 하는 방안이다. 원주민들이 동네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

이 위원장은 “재개발 방식으로 순환개발과 전면철거가 있는데, 순환 개발은 사업이 오래 걸리는 만큼 비용이 든다. 개발 이익이 우선인 민간재개발은 전면철거를 하지만, 공공재개발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순환 개발을 선택한다”라고 말했다.

‘동자동쪽방공공주택사업주민대책모임’(이하 쪽방주민대책위)과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있는 새꿈어린이공원에서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민중의소리

청중 질의 시간이 되자 처음엔 서로 마이크를 미루던 주민들이 나중엔 마이크 없이도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의견을 냈다. “(하기로 했으면) 빨리빨리 해야지 말이 많다”라는 한 주민의 발언에 모두 환호하기도 했고, 몸이 불편해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주민들을 대신해 “하루 빨리 깨끗하고 따뜻한 방에서 자게끔 해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쪽방이라고 하면 집 아니라 방에 산다는 것이다. 겨우 한 몸 누일 칸에 산다는 것이다. 문이 없어 비닐로 바람을 막고 화장실이 없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상황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소유주의 재산권보다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재개발의 의미”라고 말했다.

같은 당 심상정 의원은 “물 새고 천장 내려앉아 어려움 토로할 때 돌아보지 않던 이들이 민간개발 앞세워 상생 말하니 우려스럽다”라며 “도대체 누굴 위한 개발인가. (개발은) 가장 먼저 40년간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삶을 버텨온 동자동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집 가진 이들이 개발 이익을 더 추구하는 것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집 없는 서민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의원들은 주민들과 함께 쪽방촌 현실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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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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