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무서운 줄 모르는 택배사들

쌓여있는 택배 물량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기업들은 업종을 망라하고 ‘가격 인상’에 민감합니다. 당연히 가격을 올렸으면 싶지만, 한편으론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가격을 인상하면 해당 기업의 매출은 어느 정도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찾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당연한 현상이죠.

그래서 기업들은 가격을 인상할 때 소비자들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소비자가 인상된 가격에 반감을 갖는다면 매출 감소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기업들이 가격 인상 폭을 정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대형택배사들의 택배비 인상은 이런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개인이 보내는 ‘개인택배’ 요금(4천원)을 적게는 1천원(25%)에서 많게는 2천원(50%)까지 인상한 겁니다. 일반적인 가격 인상이라고 보기엔 과도한 인상이었습니다. 소비자 반응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죠. 앞서 온라인쇼핑몰, TV홈쇼핑 등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택배’ 요금(약 1600원)을 100원~150원만 올린 것과도 대조적입니다.

최대 50%에 달하는 개인택배 요금 인상을 두고 택배업계 종사자들도 “이건 ‘쓰려면 쓰고 말 거면 말아라’라는 메시지와 같다”고 지적할 정도죠.

택배시장 내에서는 이 같은 택배 요금 인상의 원인이 개인택배가 전체 택배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소비자들이 개인택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택배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만큼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고 있진 않지만, 전체 택배물량에서 개인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택배 비중이 높은 우체국택배를 제외하면 2~3%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때문에 택배사들은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개인택배보다 기업택배에 대해 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개인택배와는 반대로 택배사 매출에서 기업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죠. 택배 현장에서도 마찬가집니다. 2천원이나 인상된 개인택배는 현장에서 곧장 적용하고 있지만, 기업택배는 타 택배사와의 경쟁 때문에 인상된 만큼의 가격조차 올리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한 택배 대리점 관계자는 “타 택배사 대리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매출이 급감하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인상된 가격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국 대리점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본사에 인상 폭을 낮춰달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재밌는 건 100~150원이 인상된 기업택배 화주들의 반응입니다. 개인택배 요금에 비해 소폭 인상됐지만, 오히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정부와 국회, 택배사업자, 종사자, 소비자, 화주 등이 참여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사회적합의기구)’ 논의 결과에 따라 택배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죠.

화주들의 이 같은 반응은 소비자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택배물량을 화주들과 계약하는 택배사들과 달리 화주들은 택배비를 소비자에게 직접 받습니다. 행사나 이벤트 등으로 배송비 무료가 아니라면 소비자에 주문한 상품 값과 배송비를 받는 거죠.

택배사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모든 택배 물량이 개인 소비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온라인쇼핑몰이든 TV홈쇼핑이든 소비자의 주문이 있어야 합니다. 물량이 적다는 이유로 ‘안 써도 그만’이라는 식의 과도한 개인택배 요금 인상은 결국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한 택배비 인상에 동의해 준 소비자들의 마음마저 등 돌리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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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헌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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