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진보] 군비 감축이 기후위기 대응이다

제주 서귀포 인근 해상에서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여한 로날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외국함정 해상 사열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계획 수립해야매년 4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는 전년도 전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 발표일을 기점으로 군사비 감축을 촉구하는 ‘세계 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이 진행된다. 올해 보고서 발표는 4월 26일, 캠페인은 5월 17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올해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의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2조 달러에 임박했다.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000년 이후로 급증하였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군사비 지출국은 미국으로 전 세계 총 군사비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군사비 지출 세계 10위를 기록했고, 2015-19년, 한국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전에 한 번도 들었던 적이 없는 상위 10개 무기 공급국에 이름을 올렸다. 판문점 선언에서 단계적 군축을 합의한 문재인 정부는 군축은커녕 국방비를 늘리고만 있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연평균 6.7%씩 증가해 2021년 예산은 52조 8410억 원으로 책정되어있다.

군사비 증가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기후위기 대응 실패를 뜻한다.

군대와 군사훈련은 석유로 움직인다. 전 세계 군사 부문은 석유 공급 시스템 보호를 위해 많은 석유를 태우며 군사작전을 펼친다. 그야말로 석유로 시작되어 석유를 소비하는 석유의, 석유로 인한, 석유를 위한 시스템이다. 기후위기를 가장 가파르게 촉진하는 악순환의 주요 고리라 할 수 있다. 항공유, 각종 무기의 연료, 탐지 시스템, 교신 네트워크, 군 시설의 유지와 이용 등은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기반으로 한다. 전기, 에너지 등을 집중적이고 폭발적으로 사용하는 부문이 바로 군사 부문이다.

미 국방부 청사, 이른바 펜타곤ⓒ뉴시스/AP

군사 부문 온실가스 대규모 배출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미군이다. 미군은 단일기관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미 국방부의 에너지 소비량은 계속해서 미국 정부 총 에너지 소비량의 77%에서 80%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1) 미국 에너지부는 미 국방부가 표준, 비표준 활동을 통틀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5억 2천7백만 CO2e 미터톤을 배출했다고 보고했다. 미 국방부는 이 기간 동안 매년 평균적으로 약 6,600만 CO2e 미터톤을 배출했으며, 이는 대략 1,400만 대의 승용차가 한 해에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같다. 이 기간 동안의 어느 연도를 꼽아도, 미 국방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같은 국가보다 훨씬 높았다.

미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가 아닌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산출된 추정치다. 미국 에너지부에 미 국방부가 제출한 자료, 군사 무기의 종류와 개수, 운용방식 등을 수집해 분석한 자료이다. 이렇게 군사 부문의 기후위기 기여도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식 자료로 확인하지 못하고 추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군사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 이행 책임에 벗어나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교토의정서 최초 채택(1997년 채택, 2005년 발효)부터 군사부문은 예외가 되었다. 교토의정서 논의 과정에서 미국은 군대에 대한 면제를 주장했고 국제 항공이나 선박 교통, 혹은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작전으로부터 발생하는 배출량을 유엔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으로 승인되었다. 교토의정서는 국제협약이지만 국가별 자발성에만 기초한다는 점에서 강제력이 없는 한계도 있지만 군사부문에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책임을 방기한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최초의 국제적 협약에서 군사 부문이 예외가 된 순간 군사 부문은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어쩔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게 되었다. 이는 교토의정서 2020년 만료 후 추진된 파리협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인정과 대응을 늦게 시작한 우리나라는 이제야 탄소중립 비전을 세우고 감축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늦은 만큼 긴급하게 그리고 전면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지만 군사 부문은 계획에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보다 심각한 것은 군사 활동에서 온실가스가 어느 정도 배출되고 있는지 국방부에서도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전쟁 없는 세상을 비롯한 평화, 환경단체들이 환경부와 국방부를 대상으로 군사부문 온실 가스 배출량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고 국방부는 아주 소소한 답변을 남겼다. 국방부의 몇 개 건물과 업무용 차량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만이 자료의 전부였다. 군사작전, 군 시설 유지, 항공, 선박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차량 2부제, 5부제를 실시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 중이라는 답변도 함께였다. 국방부에서 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차량 2부제, 5부제에 그쳐야 할까? 2017년 국내의 한 연구팀은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국석유공사의 석유류 수급 통계나 군 체계에 따른 배출원(시설, 기동장비, 군함, 군항공기 등)을 취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13년 항공, 항만 등 비도로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누락된 군사 부문을 추가하면 수송부문 배출량은 7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석유 및 에너지 사용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아도 전쟁을 대비하거나 전쟁을 준비하거나 전쟁을 전제로 한 군사 행위는 지구 파괴에 일조한다. 미국 남북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는 적들이 은신할 장소를 없앤다는 이유로 숲을 불태우기도 했고 전쟁의 후과로 난민들의 피난과 이주에 숲을 사용하는 과정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쟁은 시작과 과정 그리고 이후에도 필연적인 삼림파괴를 불러온다. 삼림파괴로 인한 현재 및 미래의 탄소 격리(대기 중의 탄소를 빼내 토양과 나무에 심는) 손실이 발생한다. 전쟁의 역사와 대규모 군사 활동의 결과는 생명과 지구 파괴뿐이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2021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비를 삭감해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데 사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1.4.26ⓒ뉴스1

군축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명확히 측정하고 공개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감축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구체적 현실을 파악해야 대응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다.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로 여전히 군사 부문은 특별히 비밀인 영역으로 다뤄져왔다. 하지만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기온 상승 한계선을 1.5도로 정의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한 이후로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 시점이라면 획기적인 전환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후위기 상황에서 군축이야말로 안보를 위한 행위이다. 안보의 개념은 과거의 군사적, 경제적 위협만을 강조하던 시대와는 다르게 기후위기, 사이버 공격,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전염병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군사적으로만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협소한 시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군사 활동으로 석유를 마음껏 사용해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하여 기후위기를 앞당긴다면 군사 부문이야말로 안보를 위협하는 것 아닌가. 결국 기후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지금, 적대와 위협으로 지킬 수 있는 가치는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공존을 위한 협력은 평화가 기본이고 군축은 필수이다.

1)펜타곤의 연료 사용, 기후변화, 그리고 전쟁 비용 - 브라운 대학 왓슨 국제 공공 연구소 보고서(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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