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직격] 수천억 원 이익 산폐장, 환경부는 업계 민원해결사?

환경부 자료사진ⓒ환경부

최근 산업폐기물매립장과 관련된 법원 판결문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러 판결문에서 환경부가 폐기물매립·소각업을 하는 업계의 요청을 받아, ‘인·허가에 협조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지자체와 지방환경청에 발송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환경부가 폐기물매립장을 하려는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폐기물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환경부?

가장 최근에 입수한 판결문은 전라북도 김제시에 있는 지평선산업단지 안에 들어서려고 하는 산업폐기물매립장과 관련된 판결문이었다. 이 사안은 ‘삼정 이알케이’라는 업체가 전북 김제시 지평선산업단지 내의 폐기물매립장 부지를 매입한 후에, 당초 186,000㎥를 매립하기로 되어 있던 매립용량을 6배 늘어난 1,116,900㎥로 늘리려고 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매립용량을 늘리게 되면, 해당 업체는 최소 1천억 원 이상의 추가수익을 올리게 된다. 막대한 이권이자 특혜인 것이다. 게다가 농업지역인 김제평야에 이런 대규모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서게 되면, 침출수 등 환경오염과 농업피해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라북도가 매립용량을 늘려달라는 업체측의 요청을 2017년 8월에 거부하자, 업체측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해 왔다.

그런데 관련 판결문에서 ‘환경부가 전라북도 등의 지자체에 2019년 12월 12일 인.허가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공문의 제목은 ‘폐기물 소각.매립시설의 원활한 인.허가를 위한 협조요청’이었다.

‘환경부가 전라북도 등의 지자체에 2019년 12월 12일 발송한 ‘폐기물 소각.매립시설의 원활한 인.허가를 위한 협조요청’ 공문.ⓒ환경부

환경부가 이런 공문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언급은, 충남 서산시에서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나온 바있었다. 환경부가 보낸 공문이 매립장을 추진하는 업체가 제기한 여러 행정소송에서 업체측에 유리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평균 순이익률이 3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인·허가만 받으면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것이 산업폐기물매립장 사업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는 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인·허가를 원활하게 해 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관련 경위를 조사해 봤다.

인·허가 협조 공문은 업체측의 요청으로 발송된 것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업계가 요청하면 환경부가 공문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산업폐기물처리업체들이 결성한 ‘한국자원순환공제조합’이라는 곳의 홈페이지에서 관련 공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산업폐기물처리업체들이 결성한 ‘한국자원순환공제조합’ 공문ⓒ한국자원순환공제조합

문제가 된 2019. 12. 12.자 공문도 업계가 먼저 환경부에 요청을 해서 발송된 것이었다.

공문을 보낸 명분으로 불법 방치폐기물 문제를 들고 있지만, 과연 폐기물매립장 인.허가를 받으려는 업체들이 방치폐기물을 걱정해서 인.허가를 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지금 산업폐기물 매립업체들의 재무제표를 훑어보면, 순이익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자본금으로 20억 원을 투자해 놓고, 한해 배당금으로 300억 원을 나눠가진 곳도 있다. 투자금의 1,500%를 한 해 배당금으로 챙긴 것이다. 1천700억 원 이상의 누적순이익을 쌓아놓고 있는 또다른 업체도 있다.

한마디로 산업폐기물매립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황금알’을 낳고 있는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건설업체와 사모펀드들이 앞다퉈서 산업폐기물 매립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사업에 대해 ‘인.허가를 쉽게’ 해 준다는 것은 몇몇 업체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말 방치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불법을 저지르는 업자들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처벌하고, 공공이 산업폐기물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막대한 이익이 나오는 사업을 민간업체들에게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공공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해야 할 환경부가, 업계가 부탁하면 ‘인.허가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고있으니, 이게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

대법원 판결도 무시한 환경부 공문

게다가 환경부의 이런 공문은 대법원 판결조차도 무시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법령에 근거없이 인·허가를 지연하지 말라’고 하지만, 대법원은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즉 “사람의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검토하여 폐기물처리사업계획서의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이에 관해서는 행정청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두46783 판결참조)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다. 그런데 환경부의 공문은 지자체가 이런 재량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은 합쳐서 수조원 이상의 이권이 걸린 사업이다. 이런 이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각종 편법과 의혹들에 대해 국가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환경부가 자기책임을 방기하고, 업계의 편에서 공문이나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한 진상조사이다. 지금 상황은 ‘산업폐기물 농단’이라고 부를 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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