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상읽기] 150년 전 파리코뮌, 그 거리의 바리케이드

바다 건너 들려 오는 미얀마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자유와 인권을 위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는 일이, 21세기에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일어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40년 전 그와 같은 일을 겪었지요. 민주와 자유를 찾는 일엔 늘 피가 동반되어야 하는 걸까요? 1871년 5월 21일, 파리에서는 ‘피의 1주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리케이드 The Barricade 앙드레 드방베즈 (Andre Devambez) 1911 oil on canvas 140cm x 107cmⓒVersailles, Château et Trianons

길에 깔려 있어야 할 블록이, 길을 막는 벽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바리케이드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어선입니다. 그 선을 가운데 두고 타협할 수 없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그 벽을 부수는 일은 피를 부르는 일이 되기 쉽습니다.

프랑스 화가 앙드레 드방베즈(Andre Devambez)는 어린 학생부터 나이든 노인까지, 방금 공사장에서 일하다 온 사람부터 군인이었던 사람까지, 다양한 계층이 바리케이드 앞에 앉아 ‘같은 뜻’을 지키기 위해 다가올 전투를 준비하는 모습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1871년 3월 18일에 설립된 파리 코뮌을 진압하기 위해 5월 21일 정부군은 파리 시내로 들어왔고, 파리 시민들은 ‘혁명의 종이 울렸다’는 호소문을 뿌리며 정부군을 상대했습니다.

1871년 5월의 파리 거리 A Street in Paris in May 1871 막시밀리앙 뤼소(Maximilien Luce) 1903~1906 151cm x 225cmⓒ오르세 미술관

모든 상점의 유리창이 나무로 굳게 막혀 있고 텅 빈 거리의 바리케이드 앞에 죽어 있는 사람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버려져 있습니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파리 코뮌을 지키는 국민방위군이었겠지요. 그들과 함께 목숨을 잃은 여인의 모습이 보이는데, 코뮌을 지킨 사람들이 파리 시민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일까요? 홀로 길 저쪽에 누워 있는 주검 위로 내리는 햇빛이 맑아서 처연함이 더해졌습니다.

혁명은 가치와 가치의 충돌입니다. 그렇다면 저기 누워 있는 사람들은 가치와 목숨을 바꾼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을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이겠지요.

이 작품을 그린 프랑스 화가 막시밀리앙 뤼소(Maximilien Luce)는 파리 코뮌과 관련된 작품을 두 점 남겼습니다. 파리 코뮌을 이끈 세력 중에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있었는데 화가 자신도 무정부주의자였지요.

발린의 처형 The Execution of Varlin 막시밀리앙 뤼소(Maximilien Luce) 1914~1917 oil on canvasⓒ로뗄 디와 미술관( Musée de l'Hôtel-Dieu)

햇빛에 하얗게 빛나는 벽 아래 한 사내가 누워 있습니다. 방금 살해 당한 그는 서른 두 살의 외젠 빌린입니다. 사회주의자였고 코뮌의 추종자였으며 제1인터내셔널의 멤버이자 프랑스 생디칼리즘의 선구자였습니다. 일부 정부군은 마치 확인 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칼을 꽂은 총을 다시 겨누고 있습니다.

맑은 날, 프랑스 국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고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파리 시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깨끗합니다. 막시밀리앙 뤼소는 처형 장면 앞에서 손을 들고 기뻐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했습니다.

‘피의 일주일’동안 죽은 사람의 숫자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1만7천 명에서 5만 명에 이른다는 숫자들만 떠돕니다. 몇 년 전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 있는 샤크레쾨르 성당을 찾았을 때 이런 현수막이 성당에 걸려 있었습니다. “지난 125년 간 여기 누군가가 신께 밤낮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파리코뮌은 프랑스의 아픈 상처였습니다. 미얀마의 상처가 빨리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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