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진압 작전을 벌인 계엄군 소령이 41년 만에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꿇고 사죄했다.
5.18 당시 제3공수여단 11대대 소속 지역대장 신순용(74) 전 소령은 2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사죄했다. 계엄군 출신이 공식적으로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신 전 소령은 5.18민주묘지 입구에 비치된 방명록에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이후 추념문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신 전 소령은 "미안합니다"라며 큰절로 오월 영령들에게 사죄했다.
신 전 소령은 5.18기념재단 측의 안내로 1980년 5월 21일 숨진 고규석 씨와 23일 숨진 서만오 씨의 묘를 둘러봤다. 두 사람은 당시 광주 외곽에서 봉쇄작전을 폈던 3공수 부대원들의 총격으로 숨졌다.
신 전 소령은 두 사람의 묘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가 진짜 죄인입니다. 용서하십시오"라고 거듭 사과했다.

참배를 마친 신 전 소령은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5.18 당시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고 마음이 아팠고, 고통을 느낀 분께 사죄하고자 찾아오게 됐다"라고 41년만에 민주묘지를 참배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신 전 소령은 "다른 지휘관들도 광주시민들을 위해 용기를 내 진실을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5.18 유족회 김영훈 회장은 신 전 소령의 손을 잡고 "용기를 내줘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4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신 전 소령도 계엄군으로서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는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군은 지휘계통상 전두환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라며 "빠른 시일 내로 유족들에게 직접 사죄할 수 있는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겠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유족들은 당신을 용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5.18민주묘지 방문은 신 전 소령이 5.18 당시 자신의 행위에 대해 고백하고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하면서 추진됐다. 신 전 소령은 지난 2017년 자신을 포함한 부대원들이 시민군 3명을 사살해 암매장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신 전 소령이 소속됐던 3공수여단은 1980년 5월 20일 광주에 투입돼 광주역에서 시위하던 시민들을 향해 사격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도청에서 최후항쟁을 벌이던 시민군들을 사살·진압하는 상무충정작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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