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우상’을 배격하겠다며 스스로 ‘우상’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

지난 19일 오전 10시경 조계사 일주문 앞에 개신교인 10여 명이 몰려 “하나님 뜻을 전파하러 왔다”며 찬송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등 행사를 방해했다.ⓒ조계사 청년회 인스타그램

정치 인생에서의 명예와 권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구명회(한석규 분), 목숨같은 아들을 잃고 구명회의 정치 인생에 함께 뛰어들 만큼 혈육이 인생의 전부였던 유중식(설경구 분),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최련화(천우희 분) 주연의 2019년 3월 개봉작 영화‘우상’.

주인공들은 각자가 삶에서 우상처럼 떠받드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남용하거나 극단적인 행동 양상까지 보였다. 결국 마지막에 구명회는 대중 앞에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해 연설하는데, 이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도저히 소통이 안 되는 언어를 사용했음에도 대중은 그의 말에 집중한다. 구명회 자신이 대중의 우상이 되는 순간이다.

마치 영화의 메시지는 사람들을 선동하고 다른 말을 듣지 못하도록, 자신들이 제시하는 것 외에는 보지 못하도록 눈과 귀를 가리는 한국 극우개신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낮은 호감도를 기록한 개신교

또 한 번의 부처님 오신 날을 지내면서 다시 ‘우상 논란’으로 시끄러운 모습이다. 소란을 일으킨 건 다름 아닌 개신교 인사들이다. 일부 개신교인들이 19일 조계사와 봉은사 앞에서 ‘영혼 구원을 위해서’라며 찬송가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는 몰지각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이들은 ‘연등’과 ‘불상’은 사람들을 지옥을 끌고 가는 우상이니, 그리스도의 뜨거운 심장으로 나선 것이라고 우기겠지만, 이들의 철없는 행동은 전도를 더욱 막을 뿐이라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또 추락했고, 상식적인 개신교인들이 고개를 숙였다.

최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500명(제주 제외)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종교’ 6차 조사한 결과, 비종교인의 종교에 대한 호감도는 전체적으로 크게 떨어졌는데 그중에서도 개신교인에 대한 호감도는 불교·천주교와 비교해 가장 낮았다.

비종교인 가운데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61%로 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가장 호감 가는 종교로는 불교가 20%로 가장 높았고, 가톨릭이 13%로 나타났다. 개신교는 6%에 그쳤다.
여기저기서 개신교가 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공동체 평화까지 깨뜨리는 행동으로 오히려 혐오를 사는 마당에 호감도가 상승할 턱이 없다.

이웃 종교 축일에 난동, 대체 어떤 인물들?

그렇다면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인물들이 전체 개신교인을 부끄러움으로 몰아넣었을까.

이날 조계사 앞 행동에 나선 단체로 두 곳이 지목됐다. 예수재단(임요한 목사)측과 에프티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영현 전도사(하나님의 얼굴 구하는 교회)측이다.

전광훈 목사가 지난 1월 19일 전북 전주시 주영교회를 찾아 3·1절 범국민대회를 위한 전국 순회 기자회견 및 설교 행사를 열고 교인들 앞에서 설교하고 있다. 사진은 문틈으로 보이는 전광훈 목사. 2021.01.19.ⓒ사진 = 뉴시스

임요한 목사는 조계사 일주문 앞 소동에 대해 “(소란을 피운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면서도“우리가 멍석을 깔아 놨더니 오신 분들”이라며 당시 조계사 앞 전도집회를 연 것을 시인했고, 김영현 전도사 측은 “인터뷰에 응할지를 상의한 후에 연락주겠다”고 했으나 연락이 없는 상태다.

이 두 단체의 인물이 지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모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임 목사는 앞서 12일에도 연등을 설치한 종로경찰서 앞에서 이른바 철야기도를 하며 “불교 연등은 우상 덩어리”라고 주장했고,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예수천도축제’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고 행동에 나섰다. 김영현 전도사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는 ‘19일 오후 1시 조계사 앞에 모여 비진리에 갖혀 있는 영혼들을 구출하고 전도하자고 촉구하는 내용이 석가탄신일 하루 전날인 18일 공지됐다.

이웃 종교에 대한 예의를
밥 말아 먹고 우리 사회 평화를
깨뜨리는 이들은 결국 또
전광훈으로 대표되던 그 무리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극우, 신학적으로는 신비주의 노선에 서 있는 인물들과 가깝다는 점이다. 임요한 목사는 2019년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담임) 씨가 청와대 앞 노숙 집회를 선동할 당시에도 함께했던 인물이다. 잘 아시다시피 전 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온갖 가짜뉴스와 거짓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결집시키면서 본인이 수시로 하나님을 만나 직통 계시를 받는다는 듯 주장하고 있다. 김영현 전도사는 변승우 씨 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승우 씨가 담임하는 사랑하는 교회는 주요 교단들이 수용하지 않는 신사도 운동 계열 교회인데, 교단들의 입장은 무시한 채 전광훈 씨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2019년 제멋대로 이단 해제를 해주면서 논란이 됐다.

이웃 종교에 대한 예의를 밥 말아 먹고 우리 사회 평화를 깨뜨리는 이들은 결국 또 전광훈으로 대표되던 그 무리라는데 무게가 실리는 지점이다.

또 이들은 차별금지법에 제정에 반대하는 반동성애 활동가들이다. 이들 행동의 진실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임요한 목사는 반동성애 노선에 서서 청와대 앞 시위와 성명 등을 남발하거나 과거 2016년경에는 시청 앞에서 동성애 반대 철야 농성과 박원순 당시 서울 시장 규탄을 무리하게 이어가면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지난 2018년 10월 13일 부산 해운대 구남로 문화의광장에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고 성적다양성을 보장해야한다는 성소수자들의 행사인 2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렸다. 당시 퀴어축제 행사장 주변에서 동성애 비난에 나섰던 보수 개신교 단체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불교는 공격적으로 기독교에 접근하는데 기독교도 기본적인 몫은 해야 한다”
“불교 권력은 보이지 않지만 은밀하게 정치자금을 통해 정치를 포괄하고 있다”

모두 임 목사가 내게 직접 한 발언들인데, 근거나 사례를 물으면 “밑천이 부족해라...”, “깊이 아는 바는 아니지만...”이라면서 “심정적”으로 그렇단다. 심정적으로 이분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김영현 전도사는 호주의 알파크루시스 대학에서 공부하다 동성애에 반대해 퇴학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나름의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대학측의 입장은 다르다.

교계 언론사에 소개된 김경진 알파크루시스 신학대학 교수에 따르면 김영현 학생의 퇴학 사유는 동성애 반대가 아니라, 강의 내용을 편의에 따라 편집해 무단으로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학교와 교수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 문제였다.

이는 평화나무도 호주 활동가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학교측은 “김영현 학생은 교수의 강의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왜곡하면서 학교와 교수에 대한 거짓을 유포하고 명예를 실추시키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근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학교가 학생과 교수 양측을 공정하게 조사해 내린 결론이며, 심지어 알파크루시스 대학과 교수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도 재차 강조했다.

반정부 노선에 있는 활동가들이
기독교 정신과 무관한 기독교 국가를 만들고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동성애·공산주의·타 종교 등을
대적할 대상으로 삼아 결집을 꾀하고 있다

그렇다. 이번 사건은 반정부 노선에 있는 활동가들이 기독교 정신과 무관한 기독교 국가를 만들고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동성애·공산주의·타 종교 등을 대적할 대상으로 삼아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지적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로 여겨질 뿐이다.

지난 19일 오전 10시경 조계사 일주문 앞에 개신교인 10여 명이 몰려 “하나님 뜻을 전파하러 왔다”며 찬송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등 행사를 방해했다.ⓒ조계사 청년회 인스타그램

대체 이들의 행동 어느 지점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에 유익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진짜 더 무서운 ‘우상’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이들이 우상은 하나님보다 높아진 것 또는 사랑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데, 마태복음 6장 24절은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라고 말씀한다. 또 골로새서 3장 5절에는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부와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라고 기록돼 있다. 재물과 탐심이 곧 우상이라는 얘기다.

자신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대상이 바로 우상이니 배격하겠다며 석가탄신일에 난동도 불사한 이들이 스스로의 탐심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탐심 때문에 망해가는 한국교회를 위해 어떤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거짓 주장으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며 귀를 막은 자신들이 우매한 누군가의 우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볼 일이다.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믿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영화 ‘우상’에 나오는 대사의 한 구절이다. 이들은 마치 이 대사처럼 행동한다.

신앙의 이름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하나님과 일대일 소통을 가로막는 어떤 주입을 받고 있다면, 누군가가 조작한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당신 마음속 우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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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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