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유니온 위원장이 연예인 타투 해줬다가 재판받게 된 사연

김도윤 지회장 “끝까지 싸워 타투는 의료행위 아니라는 판결 받아낼 것”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타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24ⓒ김철수 기자

“타투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타투이스트들의 권리 찾기 운동에 나선 김도윤(활동명, 도이·doy) 타투유니온지회 지회장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김 지회장의 혐의는 ‘무면허 의료행위’다. 연예인 신체에 타투(tattoo, 문신)를 그렸다는 이유로, 타투이스트가 수사에 재판까지 받게 된 것이다.

2018년 문신염료 업체 더스탠다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타투 경험자는 300만 명을 넘었다. 미용문신까지 합하면 13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의료인이 아닌 이가 타투를 하면 불법인 나라다.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에게 타투를 받은 수백만 명이 불법문신을 했다고 취급하는 나라인 셈이다.

김 지회장 측은 “노조를 결성하면서 많은 걸 공개했기 때문에 고소·고발 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라며, 끝까지 싸워 재판에서 이기고 제도권 내에서 1300만에 이르는 타투 소비자들이 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타투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브래드 피트와 작업하는 김도윤 타투이스트
타투이스트 권리 찾기 나섰다가 신고당해

27일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조합인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에 따르면, 2019년 2월 타투유니온을 설립해 타투이스트 권리 찾기 운동에 나선 김 지회장은 같은 해 12월 초순경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잉크트월(INKEDWALL)’이라는 상호의 타투샵에서 고객으로 방문한 한 연예인의 팔에 타투를 새겼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와 인터뷰를 하면서 김도윤 타투이스트와 한 벌 문신을 보여주고 있는 브래드 피트.ⓒ버라이어티 방송화면 갈무리

김 지회장은 브래드 피트(Brad Pitt) 등 해외의 유명 할리우드 스타도 그를 찾을 만큼 꽤 잘나가는 타투이스트다. 그런데 국내 연예인의 팔에 타투를 새겼다는 이유로 신고를 당하고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타투를 받은 연예인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신고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타투를 받은 연예인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경찰 수사가 중단됐다가, 연예인 신체에 타투를 그린 타투이스트에 대해서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수사가 재개됐다고 한다. 그리고 김 지회장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약식재판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신청했다.

이에, 김 지회장은 오는 28일 1심 재판을 받는다.

한국에서 타투가 불법이 된 이유는 29년 전 판례 때문이다. 1992년 대법원은 타투 작업을 ‘의료행위’라고 보고 의사만 타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사법부는 이 판례를 근거로 타투를 의료행위로 보고 타투이스트들을 처벌해 왔다. 이로 인해, 수많은 타투이스트는 29년 동안 범법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생업을 이어갔다. 일부 타투이스트들은 돈을 노린 이에게 협박당하고 성추행·성폭행을 당하는 비극적인 일을 겪기도 했다.

김 지회장과 동료 타투이스트들은 더는 같은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난 2019년 2월 타투유니온을 설립해 권리 찾기 운동에 나섰다. 그런데 노조를 통한 권리 찾기 운동으로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누군가의 신고로 의료법 위반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020년 6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앞에서 타투전국순회전시회 '반려동물, 그리고 사람' 개막 및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09ⓒ김철수 기자

경찰 수사를 받은 김 지회장은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제가 하고 있는 문화예술행위인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판례로 인해서 의료법 위반이라는 전과를 달게 됐다”라며 “타투유니온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이번처럼 누군가의 신고가 있을 거라는 걸 예상하고 대비하고 준비해 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와 법무법인 오월, 그리고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싸워서 더 이상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판결을 이끌어내겠다”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이 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타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 측은 오는 28일 법정에서 “타투를 의료행위로 보아 타투이스트들의 타투행위를 위법하다고 보는 것은 이들의 ‘직업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입장을 소명할 계획이다. 또 피고인 김 지회장은 안전한 타투행위를 위해 미국 및 유럽 등지에서 위생 기준을 공부하며 자신의 작업에 적용해 온 점, 노조 설립 후 녹색병원 의료진과 타투행위 시 지켜야 할 안전 및 위생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여 국가가 방기한 책무를 대신 수행한 점 등을 들어 그의 무죄를 주장한다.

김 지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노조 설립 후 지난 1년 반 동안 조합원들이 곤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상담 및 법률적으로 도움도 준 사례가 꽤 쌓였고, 이번에 나온 변호인 의견서도 지금까지 타투 관련 재판에서 볼 수 없던 의견서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비쳤다. 이어 그는 이번 재판을 계기로 타투이스트들의 권리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타투작업은 문화예술활동임을 주장하는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의 타투 작업 이미지ⓒ타투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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