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욱의 뚝딱뚝딱 학교] 그들이 만들어 달라고 한 놀이터

“밑에 뭐가 있어?” “보물이요. 계속 파야해요!” 어디서 주워왔는지 꽤 두툼한 나뭇가지로 모래를 열심히 파고 있습니다. 보물 지도라도 보았는지 아이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그 작은 손으로 참 열심히 합니다. 눈은 호기심과 기대감에 반짝거리고 땀이 흐르는 것도 모릅니다. ‘아무리 깊게 파 보아도 보물 따위는 나오지 않을텐데...그럼 실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무렵 아이는 “찾았다!”며 손에 뭔가를 담습니다. 둥근 돌입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둥근 돌. 동심을 한참 전에 잃어버린 어른은 쓸데없는 걱정을 했습니다. 아이는 그저 자신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밧줄로 만들어진 외줄다리를 아이들이 즐겨합니다. 출렁거리는 밧줄 위에서 자기 몸을 가누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계속 도전을 합니다. 양팔을 벌린 채 긴장된 표정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안 되겠다 싶은지 윗줄을 잡고 몸을 기댑니다. 여러 명이 기대다 보니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즐겁다고 깔깔거립니다.

밧줄놀이. 이 사진은 코로나19 이전에 촬영한 것입니다.ⓒ필자 제공

정체불명의 미끄럼틀이 있습니다. 내려가는 곳이 아주 넓고 계단 대신 발판이 있습니다. 엉덩이를 대고 내려오다가는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엉덩이가 아프지 않으려면 착지하기 전에 앞으로 뛰어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불친절한 미끄럼틀입니다. 그래서 한 아이는 이 미끄럼틀에 대해 이렇게 요구했습니다. “끝에서 안 아프게 해주세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맘 놓고 타도 아프지 않은 미끄럼틀은 옆에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돼요. 이 미끄럼틀은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만든 것이니 도전하고 싶을 때만 이용해요.” 나름 디자이너의 의도를 설명한 것이죠. 그런데 아이들은 어느덧 능숙하게 내려오는 법을 익히고 서로에게 전수합니다. 아침이면 위에 올라가 경치를 즐기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2층은 짚라인의 출발지이기도 합니다. 태어나 처음 짚라인을 타 본다는 아이들의 긴장된 얼굴과 내려올 때의 해방된 표정, 다 탄 뒤의 뿌듯한 얼굴이 기억납니다. 현재는 주말에 찾아온 누군가가 중요한 부품을 빼가서 휴업 중이죠.

방방장. 이 사진은 코로나19 이전에 촬영한 것입니다.ⓒ필자 제공

2년이 지난 방방장은 여전히 인기가 많습니다. 이 또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 타는 것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방방장을 실제로 갖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요. 자신의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경험이 신나는지 개점 초기에는 타고 싶다는 요구가 너무 많아서 곤란할 정도였습니다. 한때는 학년별로 이용 요일을 정하기도 했는데 이런 뜨거운 개점효과는 약 1년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방방장 아니면 놀 게 없어요!”라고 하며 엄청난 편애를 나타내는 아이도 있었기에 특정 기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한 놀이 환경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2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그냥 좀 더 인기 있는 장소, 존재만으로 놀이의 풍성함을 느끼게 해주는 든든한 장소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를 눈여겨보면서 몇 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의 놀이터에서 그네 외의 놀이기구는 인기가 없었죠. 아이들은 미끄럼틀이 시시하다고 했습니다. 철봉은 녹이 슬어서 싫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것들이 차가운 느낌을 주는 금속으로 되어 있는 것도 손이 가지 않는 데 한몫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좀 더 신나고 스릴이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거의 모든 놀이기구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동심을 잃은 어른들이 만든 것이었으니 외면받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짚라인 타는 어린이들ⓒ필자 제공

아이들은 놀이터에 대해 처음으로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방방장이 생겨났고 짚라인과 미끄럼틀을 하나로 합쳐서 만들어 보았으며, 밧줄놀이도 설치했습니다. 나름 그들이 기대한 놀이터를 만들어주려는 과정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짜릿함을 주는 정도는 결코 가격에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실은 논다는 것에 기구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달팽이를 찾았다며 뛰어가는 아이들은 충분히 신나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보호하고 있는지의 여부 같습니다. 서머힐 학교를 세운 A.S 니일은 ‘놀 능력을 상실한 어린이는 영혼이 죽은 것이며, 그가 사귀는 다른 어린이들에게는 위험이 된다’고 했죠. 건강한 놀이로 많은 것을 지킬 수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의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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