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진보] 라이더들은 왜 도로를 빨리 달리는가?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라이더에게 바라는 요청사항에 “조심히 안전하게 와주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많은 시민이 빠르게 음식을 받고 싶기도 하지만, 라이더들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문구를 요청사항에 넣는다.

마음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 왜 우리는 빨리 달리는가? 라는 구조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쿠팡이츠 광고 중에 “피자를 시켰는데 식어서 왔다”는 내용의 광고가 있다. 이를 없애고자 이제 배달 대행 시장에서는 3~5개씩 묶어가는 배달보다 한 번에 하나씩 배달하는 단건 배달이 대세가 됐다. 쿠팡이츠는 이를 앱 초기부터 시행했고, 배달의민족은 6월부터 배민1을 내보내며 전체 시스템을 단건 배달 시스템으로 변경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배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배달앱을 사용하는 자영업자의 요구도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번쩍 배달 시스템은 자체로 가진 오토바이, 자동차, 자전거, 퀵보드, 도보 배달원을 배차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들어서는 음식이 식기 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영업자 사이에서 빠른 배달이 가능한 오토바이 배차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모두 오토바이 라이더 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의 빠른 배달 요구를 오토바이가 채우는 것이다.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열린 번쩍배달로 인한 수입감소 해결, 지방 라이더 콜 보장을 위한 배민라이더스 배달노동자 대회에 참석한 한 배민라이더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9.ⓒ뉴시스

라이더는 고정된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닌 건당 임금이다. 건당 임금이란 배달한 개수대로 돈을 받는 것이다. 배달노동자들의 건당 임금 방식을 가지고, 특수고용노동자, 자영업자 혹은 프리랜서라고 한다. 비슷한 구조로 퀵 서비스, 택배 등이 모두 이런 임금체계를 갖는다. 시간당 개수를 늘리기 위해 도로 위에서 빨리 달려야 시간당 벌어들이는 금액이 커진다. 만약 라이더가 시간당 돈을 받는 임금 노동자면 어떻게 하면 될까? 라이더들끼리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부분 차 막히는 것과 상관없이 갓길 주행은 절대 하지 않고, 차량과 차량 사이에 차선 변경은 하지 않고, 정속주행을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손님들은 음식을 늦게 받고, 회사의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라이더는 안전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그동안 1주에 60시간까지 노동시간 제한이 있었는데 최근 무제한으로 풀어졌다. 그동안 일부 라이더들은 일주일에 60시간이 부족하다며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제 1주일 100시간을 일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쿠팡이츠는 말할 것도 없이 이전부터 무제한이었다. 라이더들이 주 52시간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고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많은 라이더들이 과로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한다. 전업으로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모든 운전이 그렇지만, 장기운전과 과로운전은 도로를 위협한다. 자동차 운전이나 오토바이 운전이나 마찬가지이다. 화물노동자들 사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졸음운전이다. 하나라도 더 뛰어야 돈이 되기 때문에 졸음을 참으면서 운전을 하는 것이다.

화물노동자에 시행되는 안전운임제
배달노동자에게도 적용해야
기본배달료 보장해야 안전운전 가능

이런 구조 속에서 배달대행 라이더가 천천히 안전하게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화물노동자에게 시행하고 있는 안전운임제를 배달노동자에게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안전운임제는 하루 13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으로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는 오명을 얻은 화물노동자들이 찾아낸 대안이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약칭:화물자동차법) 2조 13항에 그 정의가 나와 있다.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적정 운임을 고시하고 위반할 시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안전운임제는 단순히 화물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화물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고, 도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의의가 있다. 즉 국민들의 교통안전과 이어져 있다. 최근 정부는 교통단속을 통해 배달노동자들의 과속과 신호 위반을 잡겠다고 나서고 있다. 화물노동자의 사례로 보면 적정한 배달료 보장을 통해 우선 과로, 과속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안전운임은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으로 불리며 매년 국토부 장관 산하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안전운임위원회는 화주대표, 화물 운수사업자대표, 화물 노동자 대표 동수로 구성된다. 만약 배달노동이라면 기본 배달료를 국토교통부 산하에 배달앱 대표, 배달대행업체 대표, 자영업자 대표, 노동자 대표 등이 참가해 구성할 있을 것이다.

배민라이더들이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달의민족(배민)이 시행중인 번쩍배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11.ⓒ뉴시스

최근 쿠팡이츠가 기본배달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췄다. 임금이 깎이는 문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됐다면 일하는 노동자들의 과반이 동의를 얻거나 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해야 하겠지만, 배달노동자들은 플랫폼노동자로 분리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쿠팡이츠는 일방적으로 기본 단가를 낮췄다. 그 결과 라이더의 기본 배달료가 줄어들면서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시간이 길어졌다. 쿠팡이츠의 사례에서 보듯, 강한 힘을 가진 배달업 업체가 배달료를 낮추면 라이더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최저임금처럼 최소 배달료를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올해 민주노총 배달서비스지부에서는 배달노동자의 운임 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기본배달료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사측도 라이더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겠지만 정부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교통단속만이 아니라, 배달노동자들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처방을 하고, 화물노동자처럼 과로, 과속을 막기 위해 배달노동자 기본배달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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