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의 수북통신] 정부는 없다!

아침부터 어디선가 날아오는 냄새 때문인가. 뜬금없이 남진의 옛날 노래, ‘임과 함께’가 떠오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은 이는 ‘사랑하는 임과’ 함께 한평생을 그야말로 평화롭게만 살 수 있었을까? 우선 초원 위에서 두 사람은 뭘 해서 먹고 살았을까. 초원이라 하니 소나 양을 길렀을 터. 대관령같이 서늘한 고원지대에서 기업형으로나 하면 모를까 왠지 그들이 초원의 그림 같은 집에서 그리 오래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소나 양으로 근근이 돈을 벌어 임과 함께 살아가는 와중에 민원은 발생할 터. 자기 임과는 평화로울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다. 더구나 초원 근방에 한나네처럼 도시에서 ‘전원생활’ 하러온 사람들이 살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골치 아파질 공산이...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담양군 금성면 외추리 고비산 산자락에 산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담양군 제공) 2021.04.01ⓒ뉴시스

아침이나, 저녁이나, 특히 습기찬 날이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저 심상찮은 냄새는? 혹은 소리의 정체는? 한나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면 한나의 남편은 무조건 아 거 참 좀 참아. 한나는 남편의 그 말이 ‘악어참치좋아’로 들렸다. 악어참치가 좋다고? 돌아온 대답은, 숫제 미쳐 돌아가는구만. 그렇다. ‘악어참치 좋아하려니, 미치고 팔짝 뛰겄다’는 거다. 그렇다면 미치고 팔딱 뛰겠는 냄새와 소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첫째는 ‘임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축사에서 나오는 가축의 배설물 냄새. 비를 타고 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냄새. 축사 냄새는 그래도 날씨 맑은 날은 뚝 그치니 다행. 그러나 새로운 복병이 있으니 날 좋은 날 쳐야 하는 농약 냄새. 냄새도 냄새려니와 애애애앵, 영농위탁회사 사람들의 농약 치는 소리. 동시에 한나 입에서 나오는 아아악 소리. 이어지는 남편의 여지없는 악어참치좋아.

그렇다, 축사 냄새, 농약 냄새, 농약 치는 소리 같은 거야 악어참치좋아 하면 된다. 냄새를 피우고 소리를 나게 해서 늘 죄송스러운 농부님네 말씀처럼 안 그러면 아무 것도 남아 나는 게 없고 건질 것이 없는데. 축사 냄새 농약 냄새야 사람이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되는 문제라 남편의 말처럼 악어참치 좋아할 수 있다 이거다. 그러나 한나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냄새는 바로 쓰레기 태우는 냄새.

한나는 농촌에서 나고 자라서 쓰레기문제를 잘 몰랐다. 한나의 어린 시절에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쓰레기라는 것이 없었다. 쓰레기라는 이름을 달고 집안에서 밖으로 배출해야 할 것이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장에 가서 생선을 사면 지푸라기로 묶어준다. 두부를 사려면 집에서부터 그릇을 가지고 간다. 그래서 엄마는 두부 사오니라, 하지 않고 두부 받아오니라, 했던 것. 받아오는 건 두부만 있는 게 아니고 술도 있다. 아가, 주막에 가서 술 좀 받아오니라, 하면 아이는 주전자를 들고 가서 정말로 술을 받아온다. 받아오다가 목이 몰라, 저도 한 모금, 두 모금. 그런 시절이니 집안에서 ‘못쓸 것들’ 나올 일이 뭣이 있겠는가. 못쓸 것들이라고 써놓고 보니, 쓰레기라는 말은 한나가 한참 뒤에, 그러니까 도시에 와서 배운 단어인 성 싶다. 한나네 동네 어른들은 다들 쓰레기를 쓰레기라 하지 않고 못쓸 것이라 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어디에선가 연기가 올라오고 이윽고 냄새가 새벽공기를 타고 퍼지고 있다. 한나가 잠을 깬 건 바로 그 냄새의 기미 때문이다. 종종 이장이, 쓰레기 태우지 말라는 방송을 한다. 귀가 어두워 방송을 못 들은 것도 있지만, 들었다 해도 노인들은 쓰레기를 밖으로 내지 않고 안에서 태운다. 급기야 한나가 그놈의 ‘악어참치좋아’를 못하고 냄새의 진앙지를 찾아 살살 가보았다. 겉으로는 살살이지만 속으로는 급습. 오는 사람 속도 모르고 할머니가 반긴다. 할머니, 뭐하셔요? 이잉, 못씰 것들 꼬실라. 못쓸 것들을 왜 집에서? 나도 못씰 것들을 어따가 내놔. 그냥 내 집이서 꼬실라부러야제이. 각종 비닐, 막걸리통이 ‘보로바꾸’를 볼쏘시개 삼아 화력 좋게 ‘꼬실라지고’ 있다. 그래도 이 할머니는 천진난만형 할머니. 쌈꾼형 할머니는 막 화를 낸다. 나보고 어찌라고, 나보고 어찌라고오. 나라에서 팔기만 팔아처묵고 밑구녕을 안 닦아준게에... 나보고, 나보고오오오오. ‘나보고 어찌라고오’가 새벽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야산이나, 밭 언저리, 혹은 길 가상이에 안이 보이지 않게 양철이나 플라스틱 가림막을 친 뭔가 수상쩍은 풍경이 자주 보이고 있다. 지난 겨울, 한나네 동네 입구에도 못 보던 가림막이 턱하니 둘러쳐져 있었다. 저 안에 뭣을 감추려고 저리 양철성벽을 쳐놨나, 확인도 해보기 전에 속부터 벌렁거린다. 창고나, 폐공장, 심지어는 야산이나, 밭까지 임대하여 온갖 쓰레기를 갖다놓는 조직들이 전국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영향 때문이리라. 불길한 예감은 적중. 가림막 안에 도로공사 하면서 뜯어낸 아스팔트, 이럴 땐 아스콘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시커먼 덩어리들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겨울 내내 업자, 군청에 전화하고 ‘난리부르스’를 친 덕분인지, 그 가림막은 봄에 사라졌다.

12일 경북 김천시 양천동 배나무골 한 야산에 산업폐기물 등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김천시는 고물상 허가를 받은 모 업체가 400여톤의 산업 폐기물을 불법보관하는 것을 적발해 이달말까지 처리를 명령했으나 아직 300여톤의 폐기물들이 그대로 있다.2019.8.12ⓒ사진 = 뉴스1

민중의소리에 실린 하승수 농본 대표의 글을 보면 이 나라 정부는 뭐하자는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 환경을 지켜내는 일이 주업무여야 할 환경부가 지자체에 폐기물업체 인허가에 협조하라는 공문이나 보내는 부서란 말인가. 나라에서 나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나라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사기업에 떠넘겨서 돈은 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산천은 망가지는 사태를 지금 이 나라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이것이 무슨 정부란 말인가. 그래서는 애먼 시골 노인들을 죄인 만들고 있는가. 노인들이 쓰레기를 ‘꼬시르지’ 않고 그 어려운 ‘분리수거’를 해놨다손 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업자들 손에 의해 전국 방방곡곡에 쓰레기산이 올려질 터. (14억 내고 295억 챙긴 태영그룹의 산업폐기물매립장 장사)

마침 나라 안에서 P4G 회담이 열리고 있는 때, 한나는 묻는다. 제 나라에서 나는 쓰레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정부인가, 아닌가? 한나의 결론은 쓰레기 문제에 관한 한, ‘정부는 없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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