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과 ‘수익률 2900%’ 정의선의 투자 전략

일감 몰아주기로 건설사 몸집 불려…
지분 확대 과정서 주식 헐값 매입 금융 편법도
400억원이 1조2천억원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건설사 주가가 오랜 터널을 뚫고 상승세를 맞고 있는 요즘, 투자자 관심이 높다. 상장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기관·개인 투자자가 많겠지만, 시쳇말로 어차피 승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고작(?) 400억원도 안되는 돈을 투자했고 종잣돈은 곧 1조2천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수익률이 무려 2,900%에 달한다. 1조원대 자금은 현대차그룹 경영권 세습에 쓰일 공산이 크다.

편법과 불법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한 정의선의 투자 전략을 기록한다.

위장계열사로 시작된 현대차그룹 건설업 진출
노골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

투자의 시작은 22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건설사 에이치랜드가 설립됐다. 첫해 매출액은 7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수백%씩 급증했다. 2000년 매출은 700억원, 2001년 1,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95%는 현대차그룹이 발주한 공사에서 나왔다. 서초구 양재동 그룹 사옥 환경 조성, 남양연구소 건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 상하이 공장 건설을 에이치랜드가 맡았다. 설립 5년도 안 된 신생 건설사가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을 독식했다.

그룹 계열사가 분명해 보였지만, 외형적으론 아무 관계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물론 총수 일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나 정의선도 에이치랜드 주식 한 주 갖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 위장계열사’ 논란이 일었다. 총수 일가가 규제를 피해 사익을 편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치권은 두 회사 관계를 파헤쳤다. 조사 결과 에이치랜드 지분 45%를 가진 최대주주가 현대캐피탈 기획부장 출신 장모 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대캐피탈은 그때나 지금이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전담사다. 2대 주주(25%) 조모 씨는 현대정공(지금의 현대모비스) 임원 출신이었다. 에이치랜드 임직원 118명 중 장모, 조모 씨처럼 현대차그룹 계열사 출신이 절반에 달했다.

정치권의 지적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위장계열사 여부를 조사했다. 공정위는 수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석연치 않은 ‘무혐의’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에이치랜드는) 현대차에 대한 매출 규모와 비중이 상당히 높지만, 이를 바탕으로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재계 생각은 공정위 판단과 달랐다. 당시 현대차그룹엔 건설사가 없었다. ‘왕자의 난’으로 현대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으로 갈라졌다. 주력 건설사였던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아닌 현대그룹에 남았다. 미국과 중국 진출 등으로 대규모 건설·플랜트 수요가 있던 현대차그룹은 건설사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에이치랜드를 설립했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에 가까워 보인다.

에이치랜드가 이후 어떻게 사라졌는지 살펴보면 심증은 더 굳어진다. 위장계열사 의혹을 부인하던 현대차그룹은 논란이 일자 에이치랜드를 사실상 해체한다. 주력 건설 부문을 떼어내 2002년 새롭게 설립한 건설사 현대엠코에 편입시킨다.

엠코는 현대글로비스(지분 60%)와 기아자동차(20%)와 현대모비스(20%)가 출자한 100% 자회사였다. 위장 계열사가 합법적 자회사로 변신했다. 에이치랜드는 엠코에 편입되면서 사라졌고 논란도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20년 10월 14일 화상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엠코 개인 최대주주로

‘위장계열사’ 꼬리표를 뗀 현대차그룹은 신생 건설사 엠코를 키웠다. 일감 몰아주기는 더 노골적이었다. 엠코는 설립하자마자 2,95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인 2004년 4천억, 2005년 7천억을 기록하더니 불과 5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대형 건설사로 성장했다.

정의선은 엠코가 자리 잡기 시작할 무렵, 주식을 사들였다.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줄 역사적 투자의 시작이었다.

2004년, 현대글로비스가 가지고 있던 지분 60% 중 25%를 261억원에 매입했다. 급성장하는 회사 주식을 팔면 글로비스에 손해였지만, 어쩐 일인지 총수 일가에게 순순히 넘겨줬다.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는 당시 지분 양도 이유에 대해 “물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엠코는 이후에도 유·무상증자를 통해 정의선의 지분을 늘렸다. 증자 과정은 석연치 않았다. 2005년, 엠코는 기존 주주에게 투자금을 더 받고 주식을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했다. 정의선은 증자에 참여해 보유 주식을 10배 이상 늘렸다.

문제는 주식 가격이었다. 정의선은 처음 엠코주식을 주당 11만원에 매입했다. 1년 뒤 엠코가 실시한 유상증자는 주당 5천원이어었다. 1/20에 불과한 가격이다. 261억원을 들여 2만3천여주를 확보한 정의선은 유상증자에 113억원만 투입하고 보유 주식 수를 250만주로 늘렸다. 자금은 절반도 안 쓰고 보유 주식 수는 10배가 늘었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유상증자 주당 가격은 각자가 판단한다. 이사회가 결정하고 주주총회에서 승인하면 법적 절차는 끝난다. 당시 엠코의 주주는 정의선과 현대계열사가 전부였다.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계열사를 동원해 발행주식 가격을 낮추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배임 위험성이 있다. 주당 11만원에 팔 수 있는 주식을 5천원에 팔아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주주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는 재벌 총수가 유망 회사 주식을 싼값에 확보하는 전형”이라며 “단가 결정 권한을 가진 이사회와 사실상 이사회를 지배하는 총수를 배임으로 처벌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유상증자를 실시한 엠코는 2009년, 2010년 연이어 무상증자를 했다. 무상증자는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장회사는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무상증자를 실시한다. 회사가 잘 운영돼 좋은 실적을 거뒀으니 이익을 주주들과 공유한다는 의미다. 상장사의 무상증자는 호재로 작용해 대게 주가가 오른다. 주주들은 공짜로 보유 주식을 늘려서 좋고, 늘어난 주식 가격이 올라 또 한 번 이득을 본다.

하지만 엠코는 비상장회사다. 총수 일가가 개인 최대주주인 회사다. 무상증자로 얻는 효과는 오로지 총수 일가에게 돌아간다. 사실상 총수 일가에게 주식을 무료로 나눠준 꼴이다.

정의선이 이렇게 추가로 받아 간 엠코 주식은 250만주에 달한다. 정의선은 모두 두 차례 374억원을 들여 250만주를 확보했는데, 두 차례 무상증자로 250만주를 추가로 받았다. 정의선의 엠코 보유 주식은 이로써 500만주가 됐다. 보유 주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계에선 엠코 상장설이 유력시됐다.

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한양대 교수)은 “비상장사는 무상증자를 해도 주가 상승효과가 없다”며 “구태여 무상증자로 정의선 주식 수를 늘린 건, 장기적으로 회사 덩치를 키워 상장 이후 주식을 매각할 때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민중의소리

주주 반발 피해 현대건설 아닌 엔지니어링과 엠코 합병
정의선 주식 가치 860% 급증

변수가 발생했다. 2011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덜컥 인수했다. 현대건설과 엠코, 그룹 내 건설사가 2개인 기형적 상황이 됐다. 엠코를 키워 상장 후 최대 수익을 뽑아내겠다는 정의선 ‘투자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했다.

여러 시나리오가 떠돌았다. 가장 먼저 검토된 것이 두 회사의 합병이었다. 현대건설은 상장사였다. 하지만 총수일가 지분이 없었다. 엠코는 정의선이 지분 25%, 정 명예회장이 10%를 들고 있는 비상장사였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엠코는 우회상장 효과를 누리면서 총수 일가 보유지분 가치가 폭등한다는 시나리오였다. 현대차는 그룹 재무통인 이모 부회장과 엠코 대표이사 출신 김모 부회장을 현대건설에 투입하면서 합병설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합병은 간단치 않았다. 걸림돌이 있었다. 우선,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조건에 ‘2년간 다른 회사와의 합병은 없다’는 조건이 있었다. 2년이라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했다.

여론도 부담이었다. 대형 건설사를 총수 일가가 멋대로 휘두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합병이 현대건설에 불리할 경우 주주 반발 가능성이 컸다. 반대로, 현대건설에 유리하고 엠코에 불리한 합병이 될 경우 ‘총수 일가의 수익 극대화’라는 투자전략에 맞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현대차그룹은 2014년, 현대건설이 아닌 비상장 자회사 엔지니어링과 엠코의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주주 반발을 피하고 총수 일가에게 유리한 합병이 가능한 꼼수였다.

예상대로 합병은 총수일가에 유리하게 진행됐다. 두 회사 합병 비율은 엔지니어링 1대 엠코 0.18로 산정됐다. 엔지니어링 주식 1주가 엠코 주식 0.18주와 같다는 뜻이다. 엠코 주식을 보유한 총수일가에게 유리하기 위해서는 엠코 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했다. 증권가에서는 “엠코가 예상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평했다. 당시 시장의 시각은 1대 0.145였는데 엠코가 예상보다 0.035가량 높게 평가됐다는 분석이었다.

엔지니어링 소액주주들이 반발했다. 자신들의 주식 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됐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불합리한 회사 합병에 반대하니, 자신들이 가진 엔지니어링 주식을 높은 가격으로 회사가 되 사달라는 소송이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두 회사의 비율이 잘못됐다는 점이 일부 인정됐다. 주식 가격은 당초보다 인상된 가격으로 확정됐다.

논란은 있었지만, 엔지니어링이 엠코를 흡수함으로써 연매출 5조원의 업계 8위 종합건설사가 탄생했다. 정의선이 가진 엠코 주식 500만주는 엔지니어링 주식 89만주로 탈바꿈했고, 투자금 374억원은 단순 합병 평가액만으로도 3,590억원으로 860% 급증했다.


정의선 건설사 배당 수익만 1,460억원
엠코·엔지니어링 배당 성향, 업계 최고 수준

정의선 투자전략 핵심이 주식 가치 증식이라면, 부수적인 수익은 배당이다. 정의선이 2004년 엠코 주식을 보유한 이후 엔지니어링까지 이어지는 지난 17년간 받은 배당금을 모두 합하면 1,460억원에 육박한다. 최초 투자금액 374억원을 모두 회수하고 1천억원 넘는 수익이 발생했다.

엠코는 순이익의 50%에 달하는 고배당 정책으로 정의선에게 거액의 현금을 지급했다. 2008~2013년 엠코 배당 총액은 500억원 어치 주식과 1,900억원 규모 현금 등 2,400억원이었다. 정의선은 이중 지분 25%에 해당하는 약 600억원을 챙겼다.

엔지니어링의 배당 정책은 엠코와 합병 이전과 이후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겪는다. 합병 전에는 당기순이익의 1~5%만 배당하던 엔지니어링은 합병 직후 배당 성향이 56%로 치솟는다. 이후 현재까지 평균 50%대 고배당 성향을 이어가고 있다.

엔지니어링 배당 성향은 건설업계 최상위권이다. 2014~2020년 엔지니어링 배당 성향은 58% 수준으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포스코건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0대 건설사 평균 배당 성향은 30%를 밑돌았다. 올해만 놓고 보면, 엔지니어링 배당 성향은 63.25%로 10대 건설사 평균 24%를 크게 웃돌며 업계 최고다. 2위 삼성물산(36.6%)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현대엔지니어링ⓒ민중의소리
현대엔지니어링ⓒ민중의소리

최소 수천억원 투자수익
결국, 경영권 세습 실탄으로

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 3개사를 주관 후보사로 선정하고 이중 1개사를 최종 선택하면 상장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부에선 8월 중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경우 빠르면 9월, 늦어도 10월 안에 엔지니어링 상장이 완료된다.

6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주당 가격은 123만원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9조3천억원에 달한다. 향후 상장 과정에서 실제 기업가치가 얼마로 결정될 지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선 적어도 6~7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가총액으로 단순 계산하면 정의선의 지분 89만주의 가치는 1조9백억원에 달한다.

17년에 걸친 정의선 투자가 마침내 잭팟을 터트린다. 최종 수익률을 산정하긴 어렵지만, 거둬들인 수익이 어디에 쓰일지는 정해져 있다. 경영권 세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복잡하고 후진적인 순환출자 구조를 아직도 갖고 있다. 그룹 중심인 현대자동차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21.43%)고, 현대모비스 최대주주는 기아자동차(17.28%)다. 기아자동차 최대주주는 다시 현대자동차(33.88%)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순환 출자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정의선이 현대차그룹을 세습 받기 위해서는 이중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회사를 차지해야 한다. 정의선의 투자 수익은 이 세습에 실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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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조한무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