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일 남은 도쿄올림픽, 참가 여부는 최후까지 열어둘 일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지도의 '독도 표기' 외면하는 IOC, 강하게 설득하자

도쿄올림픽이 오는 7월 23일 개막한다. 이제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개막이 코앞인데도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도를 포함해 10개 지역에 오는 20일까지 코로나19 긴급 사태를 발령한 상태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확진자 수가 7천명을 육박하던 때보다는 확연히 확진자 수가 줄었고, 일본 내 코로나 백신 접종자 수가 1천만명을 돌파했지만 그래도 확산세 자체는 그대로다.

이 때문인지 일본 내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올림픽을 취소하자는 의견이 43%, 재연기하자는 의견이 40%가 나왔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의 ‘올림픽 강행’ 입장은 확고하다. 일본 선수단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호주 소프트볼 대표팀의 입국으로 해외 선수단의 입국도 시작됐다.

도쿄 올림픽 개최국의 상황이 심각한데, 개최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관계도 못지 않게 심각하다. 한일 간의 오래된 과제인 과거사 문제, 최근 불거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초 영국 런던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첫 대면했지만 한 달 가까이 외교적 진척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는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성화 봉송 지도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조직위원회 측이 이 지도에 잘 보이지 않도록 ‘꼼수’를 부려 독도로 보이는 점을 찍어 뒀기 때문이다. 독도를 일본땅으로 오인케 할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다. 한국 정부는 2019년부터 이를 수정해달라고 했지만, 일본 측은 외면해 왔다.

지난달 말부터 유력 대선주자 정세균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여러 정치인들이 삭제 요구를 하고, 정부에 강한 대응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이례적으로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공개 초치하는 등 강하게 대응에 나섰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은 잘못이 없으니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이며, IOC는 별 반응이 없다,

게다가 도쿄 올림픽은 남북한 또는 남북미 간 외교적 이벤트로서 의미를 가질 가능성도 현재로선 별로 없어 보인다. 북한은 이미 지난 3월 코로나19를 이유로 도쿄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현재까지 입장을 달리하지 않았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져 3국 간 외교 정세는 조금 달라졌지만, 북한이 불참 사유로 삼은 코로나 상황엔 큰 변화가 없다.

일본 도쿄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2020 도쿄올림픽·장애인올림픽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대로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이니 관례대로 참석한다’는 선택을 하기엔 도무지 마뜩치 않을 것이다. 선수들의 생명과 안전이 확고히 보장되지도 않는 데다가, 나머지 얽힌 문제도 엉망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올림픽 관련 문제라도 풀려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불참하자니 골치가 아프다. 지난 5년 간 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을 외면할 수 만은 없고, 불참해도 도쿄 올림픽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면에서의 보이콧은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올림픽 원칙을 우리가 먼저 어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이럴 때 정부가 성급하게 어떤 입장을 취할 필요가 없다. 최후의 순간까지 일본을 압박하며 불참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코로나를 이유로 불참키로 한 여러 종목의 각국 선수단이 있다. 여기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까지 불참을 선언하는 건 저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또 남은 시간 동안 이 문제를 대하는 우리 국민과 선수들의 입장을 널리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결정을 하든 폭넓은 국민적 동의가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를 납득시키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IOC에 강하게 의사를 전달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는게 원칙이라면 당연히 주최국에게도 그 원칙이 적용해야 한다. 일본이 올림픽을 빌미로 독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IOC가 이 문제 해결에 더이상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IOC본부가 있는 스위스 현지에 가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는 것은 물론,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

최근 IOC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한반도기에 독도가 그려진 것을 문제 삼았다.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은 IOC는 한국 정부에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지우라고 권고했고 우리 측은 고심 끝에 이를 수용했다. 이런 논리라고 한다면 IOC가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에서 독도로 오인되는 ‘점’을 지우라는 권고를 일본 측에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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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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